하루를 잘라 먹고 이틀만 하기로 한,

여러 사람이 모이기로 한 10월 빈들모임이었다.

하지만 단촐하게 모인.

물꼬에 손이나 보태자고들 했다.


달골에서 기다리는 일들이 여럿,

물꼬 삶이 어디 달골 공간만 그럴까만.

사이집 마당에 모였다.

굴착기가 하루, 그리고 여러 날 뒤 이틀을 더 일하고 나간 자리,

사람의 손을 기다리는 마당이었다.

남쪽 마당과 서쪽 마당 일부만 지난 늦봄에 잔디를 심었더랬다.

남은 부분들도 잔디를 심기로 했다.

사이집은 집중수행공간으로 장소를 만들어가는 중.

잔돌들을 주워냈다.

갈쿠리로 긁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 전, 그래서 땅이 굳기 전 잔디를 심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오후에는 아침뜨樂에 들었다.

드디어 계단 위 땅을 골랐다.

이웃 절집에서 일하시는 준한샘이 들렀기에

실려 있던 땅 다지는 기계도 잠시 내렸네.

어디 도로에서 나왔던 벽돌들을 몇 차 실어와 부려놓았던 터다.

벽돌을 깐다.

헌 것은 헌 것대로 그 맛이 있다.

시간이 담겼고, 여전히 잘 쓰일 수 있으면 고마운 일.

물꼬는 그런 것이 빛나는 곳.

그런데 고르고 다진 땅에 다 깔아놓으니

감나무 아래 넓적바위도 제 생기를 잃고,

옴자와 틈이 없으니 갑갑한 느낌.

공간과 공간 사이의 여운이 없다.

다시 덜어낸다.

많이 깔면 풀을 잡기는 더 쉬울 것이나

역시 흙이 주는 느낌이 사라져 아쉬움이.

그래서 또 던다.

준한샘이 트럭으로 올려주고 떠난 벽돌이 다 쓰였다.

그런데 위쪽에 딱 하나가 비네.

그걸 채우자고 하나를 가지러 갔다가 수레에 좀 더 실어온다.

실어온 게 있으니 또 놓게 되고,

그런데 또 한 장이 비네.

또 실어왔지. 놓고 보니 또 한 장이 비고.

간 걸음에 더 실어와 더 놓아보는데,

허허참, 또 꼭 한 장이 빈다.

그때 다른 것들보다 낮아 치워둔 벽돌 한 장이 보이네.

그 놈으로 마감을 했다.

눈에 썩 거슬리면 밝은 날 아침뜨락을 거닐러 오면서 한 장 들고 가지 뭐.

어두워서 더는 머물 수 없는 시간이었네.

늦은 저녁들을 먹고

달골에 와서 차를 달여 놓고 두어 시간 '실타래'가 이어졌다.


한 밤 어둔 햇발동 마당에 나와 별을 보는데,

마을이 시끄럽다.

경찰차가 번쩍거리고 있다.

무슨 일일까...

자정에야 경찰차가 떠나고 그 뒤로 또 한 대의 차가 떠나고 있었다.

나는 여깄고, 세상은 또 세상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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