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9.불날. 맑음

조회 수 473 추천 수 0 2019.12.16 12:47:17


 

오전, 본관 앞 꽃밭들 잡초 정리.

나무들 가지도 좀 치고.

 

오후, 아침뜨락 벽돌로 길 깔기가 이어진다.

지난 해날 아침뜨들머리 계단 위 감나무 아래에서 옴자를 관통하는 길을 깐 데 이어.

옴자 끝 갈림길(아고라와 꽃그늘길로 갈라지는)에서부터 아고라 쪽으로.

수로에 이르기까지 풀을 패 내고 땅을 고르고 벽돌 놓기.

 

일을 하다보면 리듬이 있다.

춤을 추는 것과 다르지 않은.

그 부드러운 동선이 일을 더 편하게 하고 더 쉽게 하고 신도 나게 하고

일이 아니게(부담이지 않게) 하고.

무엇이나 그렇게, 사는 일도 그렇게 리듬을 탈 일이겠다.

 

저녁에 어른수업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일하는 현장으로들 왔네.

마저 깔자고 온 손들이 팔을 걷었더라.

이래서 빠지고 저래서 빠지면 공부는 언제 하누?”

그러면서도 손을 놓지 않은 나였어라.

 

어두어오는 달골에서 손들이 움직였다.

나중에는 손전화의 등을 켜서들 일했네.

내려와 김치국밥을 끓여먹었다.

옥샘 말씀대로 공부가 별 다른 게 있나요!”

맞다. 인문학 공부라고 책도 읽고 얘기하고 그림도 그리는데,

그것들이 일하는 움직임에 응축되고도 있는 걸.

서로 손이 부딪히지 않게 동선을 어찌 쓰면 될까,

내 몸에 덜 부담을 주면서 일이 제대로 하려면 힘을 어떻게 써야 할까,

벽돌들이 곡선을 잘 이루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각도여야 할까,

그러면서 단거리를 만들어내려면 또한 어떻게 해야 하지,

비탈진 곳에서 수평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 한 쪽을 높여야 할까,

적지 않은 공부를 그곳에서 하고 있었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594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➂ (2019.8.31~9.1)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2 557
1593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556
1592 2023. 5.13.흙날. 빗방울 몇 지난 다저녁때 옥영경 2023-06-13 556
1591 2019. 7.27.흙날. 아침 볕 잠깐, 다시 비, 흐림 / 긴 그림자 셋 옥영경 2019-08-22 556
1590 9월 빈들 여는 날, 2019. 9.28.흙날. 잠깐 빗방울 댓 옥영경 2019-10-31 555
1589 2019. 5.15.물날. 맑음 / 생의 최대 수혜는... 옥영경 2019-07-19 555
1588 2023.11.12.해날. 볕 거둔 오후 옥영경 2023-11-19 554
1587 2023. 9.23.흙날. 맑음 / 작업실 C동 장판 옥영경 2023-10-02 554
1586 2019. 9. 7.흙날. 13호 태풍 링링 지나간 옥영경 2019-10-16 554
1585 2019. 7.24.물날. 가끔 해 / 깻잎 깻잎 깻잎 옥영경 2019-08-22 554
1584 2019. 5.22.물날. 맑음 / 삽질 tip 옥영경 2019-07-24 554
1583 9월 빈들 닫는 날, 2019. 9.29.해날. 맑은 날 옥영경 2019-10-31 553
1582 2019. 7.23.불날. 가끔 해 / “삶의 이치가 대견하다.” 옥영경 2019-08-22 553
1581 2019 여름 청계 여는 날, 2019. 7.20. 흙날. 비 옥영경 2019-08-17 553
1580 2019. 7. 7.해날. 가끔 구름 덮이는 / 우리 생의 환희이면서 동시에 생인손, 아이들 옥영경 2019-08-17 553
1579 5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5.19.해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19-07-19 553
1578 2020. 2. 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3-05 552
1577 2019. 9.23.달날. 갬 옥영경 2019-10-31 550
1576 2019. 8.12.달날. 흐릿 / 생도 갖가지, 쉼도 갖가지, 그리고 하나 더! 옥영경 2019-09-17 550
1575 2019. 5.28.불날. 흐린 오후를 건너 볕 옥영경 2019-08-01 5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