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2.흙날. 맑음

조회 수 564 추천 수 0 2019.12.18 08:36:34


 

초등 계자를 다녀간 아이들은 자라 새끼일꾼이 된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다.

그들이 품앗이일꾼이 되고 논두렁이 된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혼례를 올리고 부모가 되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 자라 물꼬에 다시 오는 세월이었다.

 

품앗이샘의 혼례를 다녀오다.

아람샘... 초등 경험은 없었지만 새끼일꾼으로 물꼬에 발을 디뎠더랬다.

2010년 전후 서너 해는 새끼일꾼들(주로 고교생)이 주축으로 꾸렸던 계자였다.

공동체를 꿈꾸며 함께했던 이들이 각자의 공간을 찾아 떠나고

물꼬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때,

젊은 친구들이 나섰다.

옥샘이 계속 계셔만 주시면 저희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물꼬에서 어린 날을 보내고 자란 이들이 있었고,

교사가 되려는 사범대생들이 있었으며,

물꼬와 인연이 닿았던 보육원 아이들이 자라 손발을 보태러 달려왔고,

물꼬를 소중하게 여겨준 학부모님들이 있었다.

그 시절 물꼬를 그들이 지켜냈고,

그 가운데 영광의 새끼일꾼이라 일컬어지는 아람샘을 비롯한 새끼일꾼들이 있었던 거다.

품앗이일꾼 희중샘 서현샘 아리샘 진혁샘 재훈샘 세아샘 유정샘 인영샘 ...

밥바라지 선정샘 인교샘 지희샘 정석샘 충근샘 정애샘 무범샘 ...

새끼일꾼 진주샘 소연샘 지윤샘 윤지샘 연규샘 경철샘 인영샘...

빛나는 이름자들 그네를 기대고 살아냈던 시간이었다마다.

새삼 고맙고 그립다, 물꼬의 다음 날을 길어주던 이들!

 

아람샘...

스무 살에 생활전선으로 가서 10년을 보내며 좋은 도반을 만나

마침내 혼인을 했다.

희중샘이며 일산에서 물꼬 식구들이 모였다.

교통이 불편한 곳에 들릴 일이 있어 차를 가지고 움직였다.

이런! 혼례장 가는데 4시간, 내려오는 데 8시간이 걸린 길이었다.

아람샘의 아버지랑 인사를 나누었다.

아람이가 괜히 괜찮은 그가 아니었더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아버님이셨네.

(아, 들리기로 한 곳에는 결국 걸음을 못하고 말았더라.) 

 

희중샘은 그 와중에도 물꼬에 전할 선물을 가져왔다.

늘 그는 그렇다.

고마웠다.

그가 전해준 가방에는 ‘우리 꽃길만 걷자라는 문장이 있었다.

어찌 꽃길만 있을 생일까만

우리 다들 꽃길을 걷자꾸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일이 있으면

아들이나 남편 혹은 샘들한테 부탁한다.

나는 요새 삶이 어려운 옛날사람이라

인터넷 구매도 할 일이 드문.

하다가 실패하거나 하다가 멈추거나.

방금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할 일이 생겼더라.

휘리릭, 깜짝이야!

이리 쉽게! 이리 쉬워서야.

왜 쉬우면 안 되지? 왜냐하면 노동의 대가로 돈을 얻은 것이니

그 노동의 값이 그렇게 쉬운 과정으로 날아가서야...

물건을 사는 일이 이리 쉬웠어야...

쓸모를 다시 생각해보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고 괜찮은 물건인가 살피고

그런 과정이 생략된 듯한, 충동구매가 더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겠기에.

누군가의 노동이 들어간 물건을, 내 노동이 들어간 돈으로 사는 일이

번거롭지 않은 과정으로 되어야 한다기보다

조금 더 생각할 여지가 끼어들 수 있었으면 싶다는 생각.

오늘 참말 깜짝 놀랐더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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