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3.해날. 맑음

조회 수 472 추천 수 0 2019.12.27 23:41:13


 

어제는 일산에서 하는 품앗이샘의 혼례잔치에 다녀오는 동안

학교에서는 복도 뒤란 창문에 비닐을 씌웠고,

오늘은 멀리 남도의 섬에서 밤을 맞는 동안

학교에서는 본관 뒤란 나무보일러실 앞을 정리했다고.

 

04시 일어나 04:20 달골발 움직임이었다.

07:40 이곳 남도에 닿아

십년도 넘어 된 법당 뒤란의 철쭉 군락지를 정리하는 일에 손 보태다.

물꼬의 일은 물꼬의 담을 자주 넘는다,

바깥의 손발이 물꼬의 담을 넘어 오듯.

그래서 물꼬를 돕는 어른들을 품앗이샘들이라 부르는.

뱀이라기보다 구렁이로 불러야 옮음직한 커다란 녀석들을 셋 만나다.

그들이 이곳을 지켰다 싶으니 장하고 고맙다는 마음이.

사람을 피해 가는 걸로 보아 독을 품은 것 같지는 않고.

묵은 낙엽들을 긁느라 그들의 집을 쑤셔댔으니

그들도 어찌할 바 몰라 허둥거렸을 법.

다시 일손들이 움직이자 그들도 어디론가 들어갔다.

우리는 우리의 하루 삶을, 그들은 또 그들의 하루 삶을 살리.

보이는 세계의 삶이 모든 존재의 삶은 아닌.

또 실체만이 실존은 아닐.

숱한 정령이 우리는 둘러싸고 지켜주고 있을, 혹은 나란히 걸어가고 있을.

 

저녁은 길가 국밥집에 모였네.

결 고운 주인들이라.

고기를 안 먹는다 하니 따로 된장을 끓여 내주었다.

고단을 곡주들로도 푸는데,

멸치 다섯 마리만 내주시면 안 잡아먹지요~”

거제도 맑은 바닷바람에 말린 멸치 한 주먹과 고추장을 내주셨네.

이것도 먹어 봐요.”

고구마도 내주어 혼자 사는 양반이 챙기기도 하였더라.

그것들이 다 값으로야 얼마일까.

다만 좀 귀찮고 작은 마음을 써야했을 움직임.

주인네들과 말을 섞고,

서로 사는 일을 나누네.

안에 들어가 있는, 오늘 일 도왔던 딸과 사위도 인사 나누라 불러내시고,

그 잠깐의 인연이 뭐라고 그리 마음과 말을 넘치도록 흘린 서로라.

사람살이가 별 거일까,

이렇게 서로 섞이는 거라.

 

저녁에는 스님의 요사체에서 차도 나누다.

요새 이곳은 공사 한창이라.

수년 비어있던 절집이었다.

중건이라 부를 만한.

투자를 해야지요. 그래야 사람도 오고...”

그렇겠네. 스님이 나름 기업적 마인드로 그리 고른 낱말일 수 있겠지만

결국 사람맞이를 준비한다는 것 아니겠는지.

사람을 맞는 일은 정성스런 움직임을 갖는 것.

꼭 돈의 문제도 아니겠고.

시대가 아무리 이러해도(돈으로 움직이는) 여전히 사람의 정성이 빛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물꼬의 낡은 구석구석을 또 생각네.

궁하나 윤낼 방법이 없지도 않는.

하다 못해 먼지만 더 자주 털어도.

어여 물꼬 돌아가 걸레를 쥐고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6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25
6595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22
6594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08
6593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02
6592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495
6591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479
6590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61
6589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449
6588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422
6587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13
6586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13
6585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409
6584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394
6583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390
6582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33
6581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17
6580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306
6579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293
6578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269
6577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5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