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3.해날. 맑음

조회 수 444 추천 수 0 2019.12.27 23:41:13


 

어제는 일산에서 하는 품앗이샘의 혼례잔치에 다녀오는 동안

학교에서는 복도 뒤란 창문에 비닐을 씌웠고,

오늘은 멀리 남도의 섬에서 밤을 맞는 동안

학교에서는 본관 뒤란 나무보일러실 앞을 정리했다고.

 

04시 일어나 04:20 달골발 움직임이었다.

07:40 이곳 남도에 닿아

십년도 넘어 된 법당 뒤란의 철쭉 군락지를 정리하는 일에 손 보태다.

물꼬의 일은 물꼬의 담을 자주 넘는다,

바깥의 손발이 물꼬의 담을 넘어 오듯.

그래서 물꼬를 돕는 어른들을 품앗이샘들이라 부르는.

뱀이라기보다 구렁이로 불러야 옮음직한 커다란 녀석들을 셋 만나다.

그들이 이곳을 지켰다 싶으니 장하고 고맙다는 마음이.

사람을 피해 가는 걸로 보아 독을 품은 것 같지는 않고.

묵은 낙엽들을 긁느라 그들의 집을 쑤셔댔으니

그들도 어찌할 바 몰라 허둥거렸을 법.

다시 일손들이 움직이자 그들도 어디론가 들어갔다.

우리는 우리의 하루 삶을, 그들은 또 그들의 하루 삶을 살리.

보이는 세계의 삶이 모든 존재의 삶은 아닌.

또 실체만이 실존은 아닐.

숱한 정령이 우리는 둘러싸고 지켜주고 있을, 혹은 나란히 걸어가고 있을.

 

저녁은 길가 국밥집에 모였네.

결 고운 주인들이라.

고기를 안 먹는다 하니 따로 된장을 끓여 내주었다.

고단을 곡주들로도 푸는데,

멸치 다섯 마리만 내주시면 안 잡아먹지요~”

거제도 맑은 바닷바람에 말린 멸치 한 주먹과 고추장을 내주셨네.

이것도 먹어 봐요.”

고구마도 내주어 혼자 사는 양반이 챙기기도 하였더라.

그것들이 다 값으로야 얼마일까.

다만 좀 귀찮고 작은 마음을 써야했을 움직임.

주인네들과 말을 섞고,

서로 사는 일을 나누네.

안에 들어가 있는, 오늘 일 도왔던 딸과 사위도 인사 나누라 불러내시고,

그 잠깐의 인연이 뭐라고 그리 마음과 말을 넘치도록 흘린 서로라.

사람살이가 별 거일까,

이렇게 서로 섞이는 거라.

 

저녁에는 스님의 요사체에서 차도 나누다.

요새 이곳은 공사 한창이라.

수년 비어있던 절집이었다.

중건이라 부를 만한.

투자를 해야지요. 그래야 사람도 오고...”

그렇겠네. 스님이 나름 기업적 마인드로 그리 고른 낱말일 수 있겠지만

결국 사람맞이를 준비한다는 것 아니겠는지.

사람을 맞는 일은 정성스런 움직임을 갖는 것.

꼭 돈의 문제도 아니겠고.

시대가 아무리 이러해도(돈으로 움직이는) 여전히 사람의 정성이 빛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물꼬의 낡은 구석구석을 또 생각네.

궁하나 윤낼 방법이 없지도 않는.

하다 못해 먼지만 더 자주 털어도.

어여 물꼬 돌아가 걸레를 쥐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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