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 땐 부엌에서 쓰는 가스조차 원활하지 않을 때가 있다.

여름에 무범샘이 보수했던 가스집,

여름 날씨에는 듬성듬성 널이 어긋나기로 붙어 바람 갇히지 않고 좋았는데,

겨울은, 특히 북쪽 면은 좀 가려야겠다 싶었던.

베니어합판 조각과 종이상자를 비닐로 감싸 벽을 가리다.

 

홍콩은 오늘도 뜨겁다.

홍콩에서 범죄자를 중국 대륙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에 반대해 일어난 시위는

지난 331일부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휴업, 동맹휴학, 파업, 국제연대 등으로 항의는 이어졌지만

중국 본토는 들을 생각이 없다.

홍콩에서 밀린다면, 티베트에서, 신장위구르에서, 곳곳에서 똑같이 밀릴 거니까.

전 세계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나서지 않는다.

우리 정부라고 현실정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테고,

한국에게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홍콩은 너무 먼 도시니까.

sns를 하지 않는 엄마를 위해 아들은

가끔 어미가 가진 관심사가 있을 때 세상 소식을 전해준다.

오늘 온 글은 이것이었다;

 

연대숲 #66147번째 외침:

 

콘스탄티노폴리스 1453, 광주 1980, 그리고 홍콩 2019.

 

인간은 현명하다. 그래서 가망이 있는 싸움인지 아닌지를 쉽게 안다.

인간은 어리석다. 그래서 가망이 없는 싸움임을 알면서도 죽으러 나간다.

인간은 고결하다. 그래서 가망이 없는 싸움에서 결국 승리한다.

 

(...)

 

2019, 홍콩. 손바닥만한 도시는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에게 둘러싸였다. 콘스탄티노폴리스와 광주와는 달리, 이번에는 도시 밖의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도시의 소식을 듣는다. 한 남자 대학생이 건물에서 떨어져 죽었으며 열여섯 살 소녀가 경찰들에게 강간당했고 한 여자 중학생은 바다에서 알몸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2019에 들려온다. 시위대는 진압군에게 양궁으로 화살을 쏘고, 진압군은 시위대에게 총으로 실탄을 쏜다. 10대와 20대가 주축을 이루는 시위대는 이제 각 대학의 캠퍼스에 갇혔고, 마오쩌둥 꿈나무 시진핑은 전 세계에 강경진압도 불사하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영중공동선언과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정으로 보장되는 주권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치권은 홍콩특별행정구가 각각 행사한다는 일국양제의 약속은 시진핑의 말 한마디에 휴지조각이 되었다. 보아하니 지난 학기 국제법 교과서에 쓰인 문장은 실로 참되다. “국제법은 법이 아니다.”

 

(...)

 

이렇게 전 세계가 보고 있지만, 홍콩의 시위대를 위해 중국과 맞서 줄 세력은 없다. 시진핑은 시위대를 탱크로 밀어버리지는 못하겠지만 이미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실탄사격 개시 명령을 내려놓았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슬프고 두렵고 안타깝지만 시위대는 아마 이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 것이다. 며칠 안으로 홍콩 각 대학의 마지막 저항은 진압되고, 추가적인 사망자가 나올 것이며, 중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적당히 유화적인 조치와 시위대 사면이라는 당근을 통해 세계에 변명하리라. 아마 홍콩에서 지금 시위하는 10대 소녀 소년들과 20대 남녀 대학생들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거대한 괴물 중화인민공화국을, 자신들이 지금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민주주의를 공기처럼 누리는 우리도 그들만큼 잘 알고 있다. 홍콩의 우리 또래, 우리 동생 또래들이 왜 가망이 없는 싸움임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서고 캠퍼스에서 농성하는지를.

 

그렇다면, 홍콩의 시위는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일까? ‘고결한 희생일 뿐일까? 결국 홍콩의 민주주의는 인민해방군의 군화발에 무너질까?

 

(...)

 

광주 민주화 운동은 학살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1980년을 잊지 않았다. 그 후 7년 동안, 수많은 대학생들은 독재정권과 지속적으로 가망 없어 보이는 싸움을 했다. 대공분실에서 코로 설렁탕을 마셔야 했고, 최루탄 연기를 마셔야 했으며, 고문으로 장애를 얻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960
665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380
6652 2019. 3. 3.해날. 흐림 옥영경 2019-04-04 5477
6651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159
6650 2019. 2.28.나무날. 흐림 / 홈그라운드! 옥영경 2019-04-04 4954
6649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814
6648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680
6647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639
6646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625
6645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4615
6644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589
6643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560
6642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538
6641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523
6640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388
6639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268
6638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843
6637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806
6636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739
6635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7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