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비상!

학교아저씨가 나와 보란다.

가마솥 아래 타는 장작 위로 물방울이 한둘 떨어지고 있었는데...

 

서리가 많은 날은 날이 좋다.

맑았고 바람도 없었다.

05:30 아침을 열다.

아침 7시 가마솥에 불을 지피다.

콩을 씻어 앉히고.

불리면 수월할 것이나 그러면 맛이 떨어진다고 아이 외할머니는 꼭 말리셨다.

안식년으로 또 바르셀로나행으로 두 해를 쉬었던 일정은

메주 역시 그러했다.

김장이야 2018년 한 해만 건너뛰었지만.

그러는 사이 사물들이 시간을 담고 있었다.

가마솥이 샜다.

 

무어나 다 갖추고 살 수야 없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어찌 처리하느냐가 문제.

경상도 되로 콩 한 말, 서울 되로 두 말.

되가 좋으니 한 된박쯤 더 되어 보이는.

셋으로 나누어 부엌 가스렌지에서 콩을 삶기로.

그나마 커다란 쇠 들통들이 있어서 다행했다.

해마다 쓰는 비닐포대에 콩을 넣어 밟고

열두 덩어리를 만들었다.

된장집으로 옮겨 짚을 깔고 놓았다,

벼농사 놓은 지 오래, 이웃 댁에서 얻어와.

하루 이틀 겉이 조금 마르면 매달 걸이다.

시렁이 있는 고추장집이 좋으련만 불을 지펴야 하니

학교아저씨 쓰는 된장집 옆방으로.

두 방이 같은 연탄아궁이를 쓴다.

대신 급하게 눈에 묶인 손님을 재우기는 또 쉽지가 않을.

그땐 또 그때대로 수를 내기로.

 

아래 학교에서는 배추를 절이고,

한편 달골 사이집 앞에서는 북쪽으로 긴 돌담 하나가 쌓여가고 있었다.

이웃 덕조샘이 절집에 돌담을 쌓은 뒤 물꼬에도 품을 나눠주기로 했던 바.

지난 번 하루 기초를 놓았고, 오늘이 이틀째.

돌 일은 이께는 할 일이 아니겠으나(돌들도 잠이 드는 멧골 긴 겨울)

아직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기로.

어제 만든, 아침뜨락 밥못에서 내려오는 계단과

여러 날 걸려 마무리해놓은 벽돌 길을

준한샘이 들린 김에 손보아주었다.

계단자리에서 나온 잔디도 계단 양 벽 쪽으로 붙여주었다.

오전 오후 참을 올렸네.

 

인터파크 강연 여파인가, 오마이뉴스 서평여파인가,

인터넷서점 판매가 열 배 늘었다는.

지난 6월 말 출간한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이야기다.

반갑고 고맙다.

아무래도 물꼬 살림에 보탬이지 않겠는지.

 

공부한 사람은 누구인가? ’

오늘 무슨 생각 끝에 스스로에게 그리 물었던 거라.

편안한 사람? ...

너그러운 사람, 열린 사람, 듣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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