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를 쑤고 김장을 담던 이틀을 빼고 앞뒤로 계속 흐린 날들.

 

집안 어르신이 선물을 하나 보내왔다.

사이집에도 뭔가 하려면 냉장고와 세탁기가 있어야지 않겠냐고.

오전에 들어올 가전제품이 하나 있어 올라가 기다렸는데,

살고 있는 이도 몰랐네.

그런데 수도가 준비가 안 된.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지.

설치기사들이 되돌아간.

공간이 넓으니 눈이 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

되는 대로, 할 만큼 하는 거지, .

 

메주를 쑤고 고추장을 담고 김장을 한 뒤끝

나와 있던 큰 대야들이며 들통들이며 그릇이 많았다.

다 씻겨져 평상에 엎어둔 그릇들,

다시 자리로 들였다.

김장 같은 일을 할 땐 냉장고도 청소하게 되지.

반찬들을 정리하니 통들이 또 나오고

그것 역시도 씻어 말렸더랬다.

다시 새 살림을 차렸다.

 

도대체 명상이 뭐예요, 또 물어왔다.

그냥 마음이 평화로우면 되는 거 아니예요, 그러면서.

그렇기도 할 테지.

그런데 명상도 그 목적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을 것.

절실한 목적에 다르다면 명상도 색깔이 다르지 않을지.

당장 이 어쩔 줄 모르는 분노를 삭여야 한다면 역시 당장 가라앉히는 게 필요.

그럴 땐 고요하기에 집중하기.

그런데 대증요법처럼 일어나는 현재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도 필요하지 않겠는지.

원인을 파내지 않는다면 다시 아플 테니까.

그렇다고 당장의 치료요법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그것도 쌓이면 더 깊은 명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그런데 지겹지 않은가, 반복되는 통증은.

우리가 이루었다고 하는 평화, 그거 살얼음이더라.

날이 푹해서, 무거워서, 이래서 저래서 깨지는 살얼음.

우리는 평화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또 무너진다.

다시 반복된다.

그래서 더 깊은 명상으로 가는 게 필요한 거다.

하여 좀 더 견고한 명상으로 가보자.

굳이 이름을 붙여보면, 흔히 몇 단계로 나누는 것처럼,

1. 고요하기; 평화만들기 명상

2. 그저 보기; 마음챙김 명상

3. 오직 바라보기; 집중명상

4. 깊이보기; 관조 혹은 깨달음 명상

 

그럼 그 단계마다 어떻게 해요, 다시 물어왔다.

하는 방법?

고요명상이야 대부분의 명상공간에서 하는 법.

평화로운 음악이 흐르는 속에 눈을 감고, 호흡을 하고,

따뜻한 빛이 내리는 걸 느끼거나 하는 그런.

거의 대부분 명상한다는 곳에서 하는 것이기에 다들 모르지 않을 것.

나머지?

그건 물꼬 스테이에서 혹은 물꼬의 다른 일정에서 하는 걸로.

아는 건 아는 게 아니다. 해야 아는 것이다.

명상이 특히 그렇다. 내 몸으로 해야 안다.

물꼬 스테이에 한 번 와 보시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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