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4.물날. 볕

조회 수 400 추천 수 0 2020.01.13 03:16:54


 

간밤 눈발 날렸고, 새벽엔 비가 되었다.

땅겉을 적시는 정도.

 

쉬어가는 날처럼 볕이 든.

여러 날 흐렸고, 또 여러 날 흐리다는.

기온은 영상.

 

학교에서는 교무실 난로를 설치했고,

달골에서는 아침뜨락 걷는 길에 벽돌을 놓던 자리에서 나온 돌들을 치웠다.

벽돌 길을 따라 널부러져 있던.

담을 쌓거나 탑을 쌓을 다른 쓰임을 위해 한곳에 모으기도.

그리고, 창고동 새는 지붕을 보수하리라 날 받은 날.

2시면 이미 해가 떠나는 겨울의 창고동 지붕,

하지만 짬이 그때야 나는 걸.

학교에서 큰 사다리가 올라오고

일자로 늘이면 고정하는 양편 가운데 하나가 삐그덕

그걸 또 고치려 들다가

시간만 흘러 보낸. 오늘은 일단 일에 집중하기로.

생각보다 틈은 넓었다.

실리콘에 한계가 있는.

다할 수 없을 땐 가장 유력해 보이는 곳을 집중적으로.

해가 없는 달골에서의 지붕은 춥기 더했고,

신발이 미끌거려 비탈진 지붕에서 잔뜩 다리에 힘을 주어야 했다,

콧물 훌쩍이며.

때로는 일이 안 돼도 심리적인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일이 된 것도 아닌데 안도라는 게 무슨 소용인가.

그런데도 사람이란 그 안도가 또 필요한.

틈을 제대로 메워주지 못했지만,

지붕을 아주 갈아야 할 수준이라 할 만하니,

급한 대로 막은 어떤 일들처럼 일단은 그것으로 땅으로 내려가기로.

올해는 끝.

 

지붕 올라간 길에 낙엽도 긁었다.

늦봄에 하는 일인데 거기 있었으니까.

올해는 지난 6월에야 올랐다, 창고동 페인트 칠하던 때,

마침 고소차가 와서 그거 타고 올라갔던.

시간이 또 흘렀고, 낙엽이 있었다.

시간을 기억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다.

우리는 사라져도 시간이 그렇게 담기는 거다, 이 세상에.

굳이 흔적이라 말하지 않아도.

 

어떤 게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6월 낸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한 포털에서 베스트셀러 딱지가 다시 붙었다는.

요새도 사람들은 책을 산다...

내 책이고 보니 더 고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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