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5.나무날. 맑음

조회 수 408 추천 수 0 2020.01.13 03:17:31


 

와아아아아아, 볕이다!

그래, 새로 또 살 수 있겠다.

처음부터 다시가 가능한 아침이라.

수행으로 몸에 열을 낸다.

제습이와 가습이 밥을 챙겨주고

줄을 풀어 산책을 하고

치워둔 대나무들을 태운다.

바람이 조금 불긴 하였으나

딱 지키고 섰으니

내 봄이, 내 애씀이, 내 시간이 탄다, 날아간다.

산 아래서 대나무를 잘라오고

학교로 실어내린 걸 달골로 올리고

일일이 세우고 엮고

그렇게 만들어졌던 사이집 북쪽 울타리를 걷어낸 것.

뻥뻥 터질 것이라 차로 미리 밟아둔.

그래도 가끔 따악 터지는 소리에 놀래기도.

애를 썼던 시간이 버려지지만 괜찮다.

누가 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 좋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그 사실이 좋더라.

내일 죽어도 지금처럼 살아도 되겠다는!

 

학교에서는 본관 창문에 뽁뽁이를 붙여나가기 시작하다.

사이집에서도 한밤에 뽁뽁이를 붙였네.

남쪽 베란다 창만 하려다 서쪽 창도, 그렇다면 부엌 창도,

다락방은? 거기도 해야지.

, 욕실 창도 있네.

, 누마루 창도 있잖아!

그렇게 다 붙였네.

 

내일 식구 하나 생일이라고

여러 곳에서 선물이 닿기도.

그렇게 또 연락들이 오가네.

사람살이가 별 거 없다.

좋은 관계들이 있고, 힘을 쏟을 좋은 일이 있고, ...

그럼 되었다, 그 문장처럼 그야말로 그러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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