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 9.달날. 맑음

조회 수 490 추천 수 0 2020.01.13 03:20:47


 

서리가 눈처럼 내린 이른 아침,

사이집 현관문은 열리지 않고 있었다.

꽝꽝 언 문.

!

열리면서 얼음들이 투두두두두 떨어졌다.

오늘은 수행 차례를 바꾸어보다.

습이들 밥을 주고 같이 아침뜨락을 걷고

그리고 안에서 수행을 이어간다.

나는 그저 기복신앙처럼 기도한다.

다가오는 계자를 위해, 떠오른 이들의 안녕을 위해, 낸 책을 위해, 낼 책을 위해, 그쯤.

 

해가 나자 봄날 같은.

날이 푹하다는 의미에서,

마음도 봄이라는 뜻에서,

좋은 시절이라는 까닭에서(뭘 더 바랄 게 있다고!)!

 

타일절단기를 아직 돌려주지 않길 잘했네.

사이집에 만든 싱크대와 조리대 위에 타일을 깔려,

그래서 타일을 깔아보고 자를 부분들을 그었는데,

아차, 아직 남았던 상판이 있는 걸 보았던 거라.

놓쳤던 부분까지 다시 챙겨 이제 타일은 다 준비되었다.

 

오늘은 멸치젓을 달이자고 한 날이기도.

물 한 바가지 부어서 푹푹 끓였다,

말갛게 내리는 중.

바구니에 천을 깔고 받치는. 거름망인.

하룻밤은 꼬박 내려야 할 것이다.

가마솥방 가득 채운 멸장 달이는 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314 2019.11.20.물날. 맑음 / 서울 북토크: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옥영경 2020-01-09 511
5313 2020. 4.15.물날. 맑음 / 총선 옥영경 2020-06-15 511
5312 2023.11.15.물날. 맑음 옥영경 2023-11-25 511
5311 2023.12. 4.달날. 옅은 해 / ‘삼거리집’ 옥영경 2023-12-13 511
5310 2024. 1.20.흙날. 비 / 발해1300호 26주기 추모제 옥영경 2024-01-30 511
5309 2020. 1.22.물날. 오후 짤끔거리다 저녁비 옥영경 2020-02-21 512
5308 2023. 8.1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08-19 512
5307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512
5306 2020. 3.11.물날. 갬 옥영경 2020-04-12 513
5305 2020. 4.18.흙날. 갬 옥영경 2020-07-07 513
5304 2022. 6.20. 달날. 먹구름 한 덩이 옥영경 2022-07-09 513
5303 2023. 9.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09-28 513
5302 2019. 9.30.달날. 맑음 / 어머니는 남는다 옥영경 2019-11-22 514
5301 2019.11.12.불날. 맑음 옥영경 2019-12-31 514
5300 2020. 2.10.달날. 대체로 맑음 옥영경 2020-03-06 514
5299 2023. 8.3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3-09-06 514
5298 2023. 8.28.달날. 흐림 옥영경 2023-09-05 514
5297 2024. 4.11.나무날. 맑음 / 화전놀이 옥영경 2024-04-23 514
5296 2020. 1. 6.달날. 비 옥영경 2020-01-20 515
5295 ‘2023 연어의 날’ 닫는 날, 2023. 6.25.해날. 밤 비 옥영경 2023-07-26 51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