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쇠날. 흐림

조회 수 402 추천 수 0 2020.01.14 11:46:51


 

염치와 경우에 대해 생각하지만

꼭 그게 정돈된 행위로 잘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삶의 자리에서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꽤 염치는 아는 인간이

서울 걸음할 일이 생겼는데,

알게 된 지야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올해야 여러 차례 연락이 오간 이가 있었더라.

물꼬의 학부모였고, 어느새 벗이 된.

서로 잘 몰라서 염치 모르는 일이 생길 수도.

한편, 세상 사람들이 다 알도록 헤어지는 그의 부부 사이가 화제가 되기도.

나라고 염치와 경우를 논할 일인가 자문하면서

헤어질 때도, 그런 때일수록 염치와 경우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네.

 

복도에 석유난로를 들였다.

대단한 건 아니고 해마다 두는.

분리해서 먼지를 다 털어내고.

몹시 추운 날이면 바깥보다 더 차게 느껴지는 복도,

특히 계자의 밤들에 벌겋게 눈으로도 따듯함을 줄 물건.

잠이 들 때까지 아이들을 그렇게 지켰더랬다.

결국 계자 준비일.

 

여름에도 풀섶을 주로 다니느라 늘 장화지만

겨울도 장화. 눈밭을 다니느라, 추위 때문에도. 물론 털이 있는.

여러 해 닳고 닳았는데 그거 한 번 사는 일이 쉽잖았다.

장터를 가야지.

번듯한 신발가게에는 없을 것 같은.

마침 이웃마을 갈 길에 막 문을 닫으려는 장터 가게를 갔네.

늦게 돌아오는 길 아는 이와 저녁을 밖에서 먹는데,

언제부터 가리라던, 오래 전 물꼬 식구들이 나들이 때마다 밥을 먹던 그곳을

또 기웃거렸네.

이름은 그대로인데 불이 꺼져 있더라.

벌써 세 번째.

결국 지나쳐 다른 제목인 다른 가게를 갔는데,

어머! 거기서 이사해 새로 가게를 연 주인장을 만나다.

서로 손을 꼭 붙잡고 한참을 소식 나누었네.

머리 기르고 다니던 열 살 사내아이를 기억하는 그,

그 아이 자라 스물둘 대학생이 된 세월이네.

그리운 이는 그리운 대로 만나고,

끝끝내 못 보기도 하며 또 한 생이 가고.

어디로든 흘러가는 사람살이라.

 

나무 사다.

사이집에 식탁을 만들기야 재작년 바르세셀나 가기 직전이지.

여태 사포질도 하지 않은 채 쓰고 있었다.

타일을 깔아도 좋겠지.

마침 요 얼마쯤 싱크대며들(그것도 거칠게 손수 만든)에 타일 깔기 연습을 한 셈.

식탁 둘레 상판 틀은 어떻게 할까?

물꼬에 있는 나무는 적당한 게 없네.

아는 공방에 전화했더니 달날에나 가능하다는.

빨리 하고 싶잖어.

나가는 길에 나무를 좀 사오자, 쫄대보다는 넓은 걸로.

하여 구해온.

넓이를 줄여 켜는 거야 여기서 가능하니.

새삼 나무를 다루는 일을 익힌 시간이 고마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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