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계자는 방학 일정들에 맞춰 한 주 밀었으나

청계는 그대로 진행했는데,

발표회며 연말 일정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곳의 일정들이 늘 그렇듯,

모이면 모이는 대로 떠들썩한 즐거움이 있지만,

적으면 적은대로 고요하게 오는 시간들이 주는 감동이 컸던 계자였다.

언제 또 이런 규모로 청계를 하는 때가 있겠는지요...

 

다음은 겨울 청소년 계자를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갈무리 글.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고치고,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를 단 것.

글 차례는 대체로 나이순, 그리고 글이 쌓여있는 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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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11학년):

어릴 적부터 태희누나, 해찬이형 등의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에도 꼭 빠지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입시에 마주치니, 안 빠질 수 없었다. 원래는 청계도 안 갈 생각이였지만 입시공부를 스타트하기 전에 물꼬에서 기운을 얻고 싶다고 느껴져서 신청하게 되었다.

이번 청계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게자였다. 입시 전이기도 하지만 최성준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원래 물꼬를 잘 추천하지 않는 나였지만 성준이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가 물꼬라는 새롭고 특별한 공동체를 만나 좋은 마음의 고향으로 쓰였으면 한다. 처음에는 불평하는 성준이를 보고 조금 걱정했지만 이내 물꼬를 오게 된 것이 행운이다라는 말을 듣고 내심 뿌듯하고 대견했다. 학원 선생님과 성준이 부모님이 성준이 걱정을 많이 해서 나 또한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마을사업(봉사활동)과 물꼬를 통해서 성준이가 크게 성장하고 치유된 모습을 보여 기분이 묘했다.

청소년계자의 꽃인 실타래시간 또한 어김없이 마음에 쏙 들었다. 각자의 생각, 경험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은 실로 큰일인 것 같다.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말로는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순하다.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기다려주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그들의 고민이 덜어내고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 나의 진학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옥샘을 포함한 서영이, 성준이, 도은이는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와 계획에 맞장구쳐주며 천천히 듣는 것만으로도 내가 학업에 집중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고민의 심각성을 비교하며 위로를 하려는 것보다 그냥 그 사람의 눈을 주시하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 뒤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주는 방법이다.

 

10학년 최성준:

처음에 이곳에 오라는 것을 권유받았을 때에는 너무 통보같이 날아 들어와서 오기가 싫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까 중학교 스카우트 야영 때와 별 다를것이 없었던 것이다. 와서 정신수양하고 돌치우기나 산책 같은 것을 하면서 이곳에 다시 와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고, 불빛도 없이 산길을 올라가는 것과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것, 그리고 절을 하면서 정신수양을 한다는 것 때문에 다시 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 어쨌든 어떤 면에서는 나에게 도움이 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온 것 같다. 그냥 다른 이의 갑작스러운 권유 때문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곳에서 했던 활동들은 즐거웠다.

 

8학년 김도은:

아파트로 꽉 차있고 사람들, 자동차가 많이 있는 그런 도심에서부터 잠시동안이나마 더 맑은 공기를 마시고 내 몸을 더 편안하게 만들며, 별도 보는 쉽게 말하면 힐링을 한 기분이 정말 많이 들었다. 저번에 있었던 나의 첫 번째 청계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도 너무 많이 만났어서 이번 청계에 대해서도 기대가 정말 많았는데 버스를 기다릴 때 나, 이서영, 그리고 저번 청계에서 본 윤호 오빠,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밖에 없어서 설마 사람이 이게 끝인가? 물꼬 도착하면 먼저 온 사람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도착을 했는데 정말 사람 4명이 끝이었다. 그래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적어서 잠도 편하고 따뜻한 곳에서 자고, 차도 타고 가고, 팥죽도 먹고, 쟁반에 컵이 딱 5개가 들어가는 등 여러 좋은 이득이 있었다. 물꼬에 오면 그런 것 같다. 평소에 생각하면 그저 그럴 일들이 물꼬에서는 너무 특별하다고 생각된다. 그걸로 인해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이 4명밖에 안 되면 일을 해야 할 상황일 때 개인의 할 일이 더 늘어나서 조금 걱정되기도 했는데, 모두 열심히 하고, 최대한 기분좋게 하려고 하고 그 사이사이에 있는, 사람이 적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침묵 덕분에 생각보다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첫째날에 돌을 주우러 갔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이걸 언제 다 치울까 1/4정도는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컸는데 하다보니까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고, 그래서 좀 더 돌 줍고 치우는 것에 몰두하여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자리에 있는 돌을 주울 수 있었다.

물꼬를 갔다오면 적어도 1주일 정도는 내 생활이 물꼬에 베어있다. 이제 길가에 있는 돌을 보면 물꼬에서 돌 주운 것이 생각날 것 같다 ㅎㅎ 그리고 아침뜨락 주변을 걸을 때에는 저번에 왔을 때보다 훨씬 발전했고, 그것들은 많은 사람들의 손과 노력이 걸쳐 만들어진거라는 생각을 해서 아, 이게 물꼬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밤에 요즘 스트레스성 복통이 있었어서 그거때매 아팠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야단법석도 못하고 빨리 잔거같아서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절한 것은 항상 기억에 잘 남는다. 사람이 적었는데도 짧은 시간이였지만, 그 안에 많은 일들이 있던 거 같아서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던거 같다. 옥쌤 사랑해요~

 

8학년 이서영:

처음에 4명이란 걸 알았을 때는 엄청 놀랐고 어떻게 청계를 보낼지 궁금했는데 12일동안 적은 인원으로도 많은 것을 해보고 느끼면서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몸 쓰고 일하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데 돌을 골라내는 일을 하면서 나름 즐겁게 일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저녁에 숙소에 올라갈 때 예쁜 별들을 보면서 올라가니까 오르막길도 별로 힘들지 않았고, 신나게 올라온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에도 좋은 말도 듣고, 해결방법도 얻은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백배를 하는 것이 사실 물꼬 올때부터 걱정이었다. 저번에는 엄청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하고 나니 생각보다 편안하게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 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안하고 집중할 수 있던 것 같았다.

저번 여름 청계 때는 비가 와서 일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일을 해서 뿌듯하기도 하고 꽤 일하는 것도 즐거웠던 것 같다. 옥쌤께서 물꼬 식구 되었다고 해주셔서 진짜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다. 12일이라서 아쉽고 계자 때 새끼일꾼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다!! 옥샘께서 내가 힘이 없다고 하셨는데 진짜 맞는 것 같다. 특히 요즘 몸이랑 마음이 다 힘이 없어서 뭐만하면 예민해지고 울고 화내는 것 같다. 앞으로 물꼬 열심히 와서 힘을 기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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