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달날 맑음

조회 수 1068 추천 수 0 2005.09.12 21:49:00

8월 29일 달날 맑음

새벽 다섯 시 날도 밝기 전에 달골에 오릅니다.
흙더미에 묻혀버린 넘의 조상묘를 어찌한답니까.
아래쪽에선 뵈지도 않고 워낙에 손길이 닿지 않은 오래전의 묘라지만
후손들 편에선 결코 가만 있지 못할 일일테니...
최대한 긁어내야 한다고 죙일 붙들고 있었답니다.
굴삭기로 위를 덜어내고 삽을 들고들 긁어내고 있습니다.
거의 맨땅이 드러났다고는 하는데,
낼 인부 셋을 사서 그 자리를 더 명확하게 복원한다 하니 있어봐야지요.
일단 후손에게도 연락을 취했고
일의 전말을 편지로도 보냈는데
며칠 내로 올 테니 그 때 얘기 하자 합디다.

달골 공사 현장 바로 앞길 한쪽이 조금 내려앉았는데
이장(거의 유일하게 이 산골에서 깐깐한 어른이지요)이 당장 공사 못한다 막고 섰고
(현장소장이며는 집 다 지은 뒤 길을 다시 깐다 했지만),
내리막길에 서 있던 덤프트럭 두 대가 그만 부딪혔습니다.
앞 차가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았던 게지요.
하루 일을 그르치면 몇 백만원이 손해라는데...

그 소란 가운데 달골 오름길 들머리에서 또 한바탕 난리랍니다.
이미 유실수 주인들이랑 얘기 다 끝냈는데,
호두 다 떨어졌다고 할아버지 한 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계신다지요.
그 집 아들네랑 어제 한 얘기가 있는데,
호두 아예 다 내려 달랍디다.
우리 같으면 못 그러지요,
한 가지가 뻗어있어 닿는 그것만이 아니라
(그것도 최소화한다고 줄로 매 안으로 당겨놓았는데)
그 나무 호두를 죄 따달라는 겁니다.
차라리 부탁하면 기꺼이 할 수도 있으련만
누구 표현대로, 작은 손해(딸 때도 된 것을)를 빌미로 호구 잡았다는 듯 하는 겝니다.
그래도 열택샘과 삼촌, 반나절을 그 댁 일을 해드렸지요.
우리 포도는 자꾸 물러터지고 있는데...

하늘이네와 정근이네가 이번 가을 학기부터 같이 하지 않습니다.
공동체에 맞지 않았던 게지요.
어느 쪽이 안 맞은 건지, 원...
결국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거지요,
버젓한 부모에, 다른 곳이라고 물꼬보다 좋았으면 좋았지 못할 것도 없고,
어데서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다만 깊이 안타까웠던 건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하고 보냈다는 겁니다.
'무식한' 울 어머니,
제가 마악 파닥거리고 있으면, 학교 일로 바쁘다고 종종거리면 말입니다,
"자고로 애 본 공은 없다더라.", 한 마디 던지시지요.
그런가 봅니다.
이러니 전학 잦은 학교 샘들은 마음 어떨지요,
더구나 저희같이 아예 같이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어머니 말씀 다시 한 번 더 곱씹어보면
아, 그건 어른들끼리의 관계를 이르는 말이겠구나 싶습디다,
샘과 아이의 관계가 아니라.
그래요, 교사란 게 그렇지요, 애들이랑 만나는 일이지요.
그리울 겝니다...

임시모임이 있었습니다.
대해리 문화관 행사 준비와 포도 수확과 판매 때문이지요.
밭에선 돈부도 따고 호박도 따고
참깨도 베고 오이와 가지도 따냈습니다.
엊그제 심은 무 싹이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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