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는 대동제가 있었다.

 

깊은 골이라 세상과 멀지만 저마다 지닌 마음들이 여기와 고인다.

품앗이샘 하나가 메일을 보내왔다.

광주 10대 집단폭행 사건이 여름에 잠시 뜨거웠다가

지난주에 판결이 나왔어요.

잊고 있다가 생각나면 울고 생각나면 울고 또 그러다 잊고 그래요.

그 아이는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것 같아요.

도망 갈 수도 있고 도망가고 싶었을텐데

어디로 갈지 몰랐던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니까 힘들었어요.’

엄마들은 그렇다.

내 새끼밖에 모르다가 어느 순간 넘의 새끼로 내 새끼를 엿보고

내 새끼의 안타까움을 다른 아이들을 통해 또한 본다.

그렇다, 내 새끼만 잘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내 새끼를 위해서도 동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볼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돌아갈 곳일 수 있도록 하고픈 것도

물꼬를 잘 지키고 살려는 까닭 하나이다.

 

최근 한 가슴 무너지는 경험을 햇죠.

존경하고 무척 좋아햇던 한 인간의 한심하고 비열한 속내를 보게 되엇습니다.

그런데 그를 욕하기 보단,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나 같으면 이렇게 했을까?

그냥 연약하고 불쌍한 인간이면 용서하고 보듬겠어요.

그런데 뱀과 같은 교만은 나를 찌르네요.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답메일을 쓴다.

... 나쁜 사람이군요.

그런데 사람이 그런 존재여요. 배신이 쉽고 안팎의 다르기도 하고.

그러므로 내가 그런 존재가 되지 않으려

선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할.

그리고, 사람 잘못 봤으면 내 눈을 찔러야지! 사람 잘못 본 그대 탓이어요.

한편, 당신 탓이 아니어요.

그가 나쁜 거지, 나쁜 그거 그의 것이지 그대의 것이 아님.

그냥 흘러갈 사람이었어요. 보내 버려요!

그대는 좋은 사람임으로 그런 인간이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해요.

다시 한 번 그대가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한? 뭐 그런 걸로~’

 

비나 눈 오는 아침일 거라 했는데 그냥 지났다.

모르지, 나 모르게 다녀갔을지.

날이 푹했다. 얼어있던 땅이 녹아 신발에 살짝 흙이 묻어나고 있었다.

정오에 이르자 해가 잠시 반짝 하기도.

흐리긴 하나 봄날 같은.

아마도 마음이 봄인가 보다.

며칠 전 사랑하는 벗들을 서울서 만나고 왔고,

아이들이 청계를 다녀가며 준 기운이 더해져서 더욱 그러할 게다.

제습이 가습이(진돗개 강아지 두 마리)와 아침뜨에 들었다가

꽃그늘길아래 준 선 기둥들 둘레 마른 풀을 좀 뽑다 나온 오전이었다.

 

차를 놓고 송년모임.

어린이집 원장부터 다양한 직업군락이 차를 매개로 모여

백차와 녹차와 황차와 청차와 홍차와 보이차까지 달여가며

노래를 얹고 시도 읽었다.

누구라도 애썼다, 2019 한해.

 

, 타일식탁을 만들다.

식탁이야 바르셀로나를 가기 직전 뚝딱 툭툭 박아두었고

올 한 해 잘 썼다.

그 위에 이탈리안타일 미스트랄 아주로 붙이기.

다섯 가지 색상이 있더라.

지알로(giallo;노랑) 따바코(tabacco;담배색? 오렌지) 비안꼬(bianco;)

아주로(azzuro;하늘빛) 베르데(verde;초록)

 

자정에야 일을 놓고 차를 한 잔 마시네.

어제 벗네서 가져온 티백 홍차를 마셨다.

차도 맛났지만, 차를 거르고 나온 찌꺼기가 그물망에 들어있으니

통째 기름때를 청소하는 데 아주 맞춤하였다.

기분이 다 말꿈해지는.

생을 채우는 건 정말 이런 소소한 기쁨들이란 생각을 새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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