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7.쇠날. 맑음

조회 수 397 추천 수 0 2020.01.17 10:33:04


 

날이 쨍!

눈이 녹는다. 쌓여도 고맙지만 녹아서 고맙다.

고립되어도 좋지만 열려도 좋다.

 

학교에서는 간장집 뒤란 잡초들을 정리하고,

달골에서는... 아침뜨락의 올해 마지막일이겠다.(정말?)

옴자를 제대로 긁어놓지 않으면

다시 글자모양을 만드는 일부터 또 시작해야 할 것.

이 겨울에 정비를 잘해두어야

풀이 무섭게 오르는 계절에도 모양새를 잘 갖출 수 있으리.

긁고 패고

잡초뿌리를 털고

수레로 옮기고.

 

사과를 보냈다.

2015816일이었고, 4년하고 4개월 열하루 만에.

사람의 나이로 서른여섯 다섯 달이 넘어 되는.

아이의 외가에서 새 식구로 왔던 날

사과나무아래서 그의 똥을 치웠으므로 사과로 불렀다.

집으로 호텔 캘리포니아와 사랑방으로 황토집을 거느렸던 사과였다.

털이 하얀 개로 학교를 오래 지켰던 그 사과 말이다.

 

그대를 응원함.

1%의 힘이 부족해 보이는 품앗이 하나가

낼모레 시험 결과를 앞두고 있다.

겨우 사나흘이라도 그에게 힘 보태기.

마라톤에서 뭔가 막판 스퍼트(spurt; 전속력)를 위한 그 힘.

(하하, 학창시절 한 때 마라톤 선수였던 때가 있었다.)

그동안이라고 수행 때 떠오르지 않았던 것도 아니나

오직 그의 이름으로만 하는 대배 백배.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별 없다, 밥이나 해줄까...

 

늦은 오후에 인근 도시를 다녀오다.

아이들 뒷간을 조금 화사하게 바꾸기 위한.

몇 가지 소품을 사와서 조합하다.

책방의 운동장 쪽 현관에 있던 유리 테이블도 뒷간 빈자리로 들이고,

칸칸이 작은 화분도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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