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물날. 늦은 해

조회 수 413 추천 수 0 2020.01.20 12:42:45


 

천천히 여는 아침.

새해 새아침이라고 꼭 해돋이를 보고 새벽같이 열어야 하나,

늘 그리 사니 오늘쯤은 몸의 모든 고단이 빠진 뒤 일어나도 좋으리.

정말 새로 만들어진 몸처럼 말이지.

해가 나고서야 이불을 나온다.

산들에 잠긴 이곳에서 이즈음 해를 보려면 몇 시일지는 말하지 않겠음.

말린 명태로 시원하게 국을 끓여내고 김을 구워 멸간장과 놓고,

김장김치를 꺼내와 찢어먹는 간단한 밥상에도 풍성한 멧골 밥상이었네.

 

새해지만 학교 흐름을 타고 가는 이곳이라 2월 말이 되어야 해갈이를 하는.

2019학년도 남은 일정이라면 이제 겨울 계자와 2월 어른의 학교,

작은 일정으로는 90일 수행 회향이 있네(215).

불자는 아니지만 각 종교에서 쓰는 아름다운 낱말을 가져다 쓰듯 불교에서도 가져옴.

불교용어사전에 따르면 회향(回向)이란

자기가 닦은 공덕(功德)을 남에게 돌리어 자타공히 불과(佛果)를 성취하기를 기한다는 뜻.

자신이 쌓은 공덕을 다른 이에게 돌려 이익을 주려하거나 그 공덕을 깨달음으로 향하게 함.

자신이 지은 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베풀어 그 중생과 함께 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함.

불교에서는 자기가 얻은 정당한 대가나 결실을

다른 사람이나 대상에게 돌리라고 권하고 있고,

회향도 그것.

그 돌리는 대상은 보리, 즉 깨달음과 중생.

남의 잘못한 대가를 내가 받겠다는 것이며

내가 잘한 일의 대가를 남에게 돌리겠다는 자비심의 극치.

보살의 궁극적인 태도가 회향인 것.

90일 동안 잘 닦았으면 이제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야 할 때.

겨울에 웅크리며 힘을 모으고 그 힘을 다른 계절에 나눠 쓰는.

 

학교아저씨를 비롯 온 식구들이 읍내 작은영화관에 가다.

11일이니까.

허진호 감독의 <천문-하늘에 묻는다>.

감독 이름을 다시 봤다.

그는 여전히 다사로운 어법을 가지고 있었다,

<봄날은 간다><8월의 크리스마스>가 그랬듯.

주연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 역시 그랬다.

김원해 윤제문 같은 조연도 따뜻했다.

그런데 딱 그만큼.

영실 역을 말로 너무 풀어버려서 아쉬웠고,

신파조에 국뽕에 뭐 그렇게 버무려진 듯한 느낌도 얹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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