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8.물날. 비, 밤엔 긋고

조회 수 164 추천 수 0 2020.01.20 14:50:31


 

간밤 거친 비바람에 된장집 지붕이 덜러덩 통째 날아가다.

지붕 새는 옥상 위로 덧댄 지붕.

그것조차 새는 곳이 있어 3년 전엔 민수샘이 다시 손본.

학교 운동장에서 보자면 남쪽 언덕을 덮치다.

흉물이라. 계자 전 우선 치우는 게 먼저이겠다, 수리야 이 겨울은 그냥 지난다 하여도.

낼 모레 샘들 손 여럿일 때 끌어올려 해체키로.

 

준한샘이 이제 일곱 살이 되는 막내 딸아이랑 들리다.

아직 책상에서 덜 끝낸 일이 있어 집으로 들어오라 하였고,

마침 계자 식단을 짜서 붙이기 위한 종이며 색연필이며가 있어

딸아이 그림을 그리며 놀다.

같이 내려가 국수를 삶아주었다.

준한샘도 온 걸음에 복도 난로에 이어지는 선이 너덜거리는 걸

벽 쪽으로 바짝 조여 주었네.

 

읍내에서 시작하는 시민연극교실 있어 잠시 들리다.

조연출 제의가 있었는데, 계속 같이 작업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내가 배운 것이 아이들에게 갈 수 있었으면 해서

그래서 좀 더 연극을 익혔으면 싶은데

내가 뭘 해야 하는 거라면 부담이어서.

물꼬 일도 내 키를 넘는 지라.

 

나간 걸음에 물꼬의 오랜 논두령 격인,

과수철이면 때때마다 꼭 과일을 들여 주는 이 만나 밥도 먹고,

읍내 서점 하나가 문을 닫으면서

나가면 쉴 곳이 되었던 곳이 사라진 대신

두엇 선배랑 통화해 차도 마시다.

세상에! 그 편에 김석환 교수님 별세 소식을 이제야 듣다.

물꼬의 행사에 동료 교수님들 모시고 와서 공연도 해주셨던.

정확하게는 재작년 3월에 돌아가셨는데, 이제야 들은.

그 해 한국에 없었으니까. 사실 지척인 관계도 아니었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하기야 옥선생이 페이스북 안 하니까... 요새는 다 sns로 소식 보내니까.”

그렇다, 내 삶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것도

타인의 삶을 실시간을 아는 것도 불편한.

아직은 이 멧골에서 실체로 사는 일만 할 것이다.

꼭 알아야 할 소식이면 내게 닿겠지.

안 닿는다면 또 그만일.(무슨 수로 안단 말인가)

노래를 하나 부르는 걸로 그 분을 보내드렸네.

한 선배는 대학 동기를 오늘 잃으셨다지.

우리가 그럴 나이야.”

그렇구나...

그래서 또 열심히 살 세상이겠다.

 

지역 사람들과 여럿 인연이 있다.

그런데, 사실 서로 잘 모른다.

서로 얼굴을 알 뿐 이해한 적 없는, 별 알려고 한 적도

말을 제대로 주고받은 적 없는.

하여 네가 날 알아?”, 그리 말할 것만도 아닌,

내가 아는 건 혹은 그가 아는 나는 각자가 생각하는 타인이지 그가 아니다.

그래서 함부로 말할 일 아니겠다, 그도 나도, 누구든.

하기야 누가 누구를 말한단 말인가.

나이 들수록 사람 모르겠고, 그러나 별 거 없는 사람일 지라.

그저 성실하게 살고 진실하게 대할지라.

 

청소년 계자 못 했으니(청계가 새끼일꾼 훈련의 시간이기도 함)

하루 일찍 들어와 분위기를 익혀도 되겠냐는

새끼일꾼 건호 형님의 문자 닿다.

고맙고 기특한.

계자의 선생들이 그런 마음들이라.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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