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8.물날. 비, 밤엔 긋고

조회 수 679 추천 수 0 2020.01.20 14:50:31


 

간밤 거친 비바람에 된장집 지붕이 덜러덩 통째 날아가다.

지붕 새는 옥상 위로 덧댄 지붕.

그것조차 새는 곳이 있어 3년 전엔 민수샘이 다시 손본.

학교 운동장에서 보자면 남쪽 언덕을 덮치다.

흉물이라. 계자 전 우선 치우는 게 먼저이겠다, 수리야 이 겨울은 그냥 지난다 하여도.

낼 모레 샘들 손 여럿일 때 끌어올려 해체키로.

 

준한샘이 이제 일곱 살이 되는 막내 딸아이랑 들리다.

아직 책상에서 덜 끝낸 일이 있어 집으로 들어오라 하였고,

마침 계자 식단을 짜서 붙이기 위한 종이며 색연필이며가 있어

딸아이 그림을 그리며 놀다.

같이 내려가 국수를 삶아주었다.

준한샘도 온 걸음에 복도 난로에 이어지는 선이 너덜거리는 걸

벽 쪽으로 바짝 조여 주었네.

 

읍내에서 시작하는 시민연극교실 있어 잠시 들리다.

조연출 제의가 있었는데, 계속 같이 작업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내가 배운 것이 아이들에게 갈 수 있었으면 해서

그래서 좀 더 연극을 익혔으면 싶은데

내가 뭘 해야 하는 거라면 부담이어서.

물꼬 일도 내 키를 넘는 지라.

 

나간 걸음에 물꼬의 오랜 논두령 격인,

과수철이면 때때마다 꼭 과일을 들여 주는 이 만나 밥도 먹고,

읍내 서점 하나가 문을 닫으면서

나가면 쉴 곳이 되었던 곳이 사라진 대신

두엇 선배랑 통화해 차도 마시다.

세상에! 그 편에 김석환 교수님 별세 소식을 이제야 듣다.

물꼬의 행사에 동료 교수님들 모시고 와서 공연도 해주셨던.

정확하게는 재작년 3월에 돌아가셨는데, 이제야 들은.

그 해 한국에 없었으니까. 사실 지척인 관계도 아니었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하기야 옥선생이 페이스북 안 하니까... 요새는 다 sns로 소식 보내니까.”

그렇다, 내 삶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것도

타인의 삶을 실시간을 아는 것도 불편한.

아직은 이 멧골에서 실체로 사는 일만 할 것이다.

꼭 알아야 할 소식이면 내게 닿겠지.

안 닿는다면 또 그만일.(무슨 수로 안단 말인가)

노래를 하나 부르는 걸로 그 분을 보내드렸네.

한 선배는 대학 동기를 오늘 잃으셨다지.

우리가 그럴 나이야.”

그렇구나...

그래서 또 열심히 살 세상이겠다.

 

지역 사람들과 여럿 인연이 있다.

그런데, 사실 서로 잘 모른다.

서로 얼굴을 알 뿐 이해한 적 없는, 별 알려고 한 적도

말을 제대로 주고받은 적 없는.

하여 네가 날 알아?”, 그리 말할 것만도 아닌,

내가 아는 건 혹은 그가 아는 나는 각자가 생각하는 타인이지 그가 아니다.

그래서 함부로 말할 일 아니겠다, 그도 나도, 누구든.

하기야 누가 누구를 말한단 말인가.

나이 들수록 사람 모르겠고, 그러나 별 거 없는 사람일 지라.

그저 성실하게 살고 진실하게 대할지라.

 

청소년 계자 못 했으니(청계가 새끼일꾼 훈련의 시간이기도 함)

하루 일찍 들어와 분위기를 익혀도 되겠냐는

새끼일꾼 건호 형님의 문자 닿다.

고맙고 기특한.

계자의 선생들이 그런 마음들이라.

오시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14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43
6613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41
6612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39
6611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24
6610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521
6609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10
6608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80
6607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470
6606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449
6605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48
6604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48
6603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427
6602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420
6601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419
6600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59
6599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338
6598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35
6597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314
6596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289
6595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8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