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제 고달픔이 있지요, 다들 그걸 안고 살아갑니다.

잠시 모인 우리들도 저마다 형편이 있지요.

건호 형님은 발뒤꿈치가 건조해져서 갈라지고,

해찬샘은 비염으로 하도 코를 풀어 헐었고,

희중샘은 생업을 잠시 맡겨두고 온 처지라

교무실로 와서 전화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하다샘은 다른 대안학교에서 하는 캠프에 참석하고 온 터라 체력이 달렸고,

휘령샘은 갑자기 살고 있는 집에 문제가 생겨 친구네 더부살이를 하다 온 고단이 있었고, ...

샘들의 면면이 그러합니다.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 모자라는 잠에

졸음이 쏟아지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모둠방에 가서 자면 따순 구들에 그만 너무 깊이 잠이 들어버릴까 봐

역시 여느 계자처럼 교무실 연탄난로 곁 침낭에서 깼지요.

샘들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주며 걷고 있습니다.

그 놀라운 연대가 찡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그래서 각자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될 수밖에 없는.

 

불 위에 아침거리를 올려놓는데

아침부터 낯선 음성이 현관으로 쑤욱 들어와 가마솥방으로 흘러왔습니다.

6학년 소현이가 배정고사를 보러 나갔다 오기로 했고,

데리러 온 아버님이 예정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들어서셨던.

소현네를 보내고 샘들 아침수행을 고래방에서 합니다.

아이들을 건사하자면 몸과 마음을 이 정도는 다듬고 해야지,

그렇게 하는 수행이지요,

여름에는 요가나 팔단금 같은 남방 쪽 수련으로,

겨울에는 국선도 같은 북방 쪽 수련으로,

그리고 티베트 대배를 백배 하고 명상을 하고 하루흐름을 미리 그려보는 시간.

오랜만에 100배 하니까

오늘 하루 잘 보낼 수 있게 마음을 다잡기보다 마음을 비우는데 집중을 했다.

이끌어가야 할 활동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을 버리기 위해’(수연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내가 행복하려면 남도 행복해야 함을 깨달은 아침!’(휘령샘)

고래방으로 가 아침요가, 대배, 명상을 했다.

새끼일꾼이 되어 모든 게 체험하는 학생이 아닌 입장이여서 어색하다.

남들 따라 하느라 바빴다.

일어나자마자 절을 하니 잠이 확 깼었다. 집에서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다.’(현진 형님)

‘1. 빠른 절 속도 따라가기 힘들었다.(* “건호야, 겨울이니까. 또 아마도 밥 하러 가야해서~”)’

 2. 오랜만에 해건지기라 매우 즐거운 해건지기

 3.명상으로 정신이 일어났다.’(건호 형님)

대배로 추운 아침 몸을 달구고 활기차게 해를 건졌다’(태희샘)

밤새 너무 따뜻해서 깰 정도로 잘 자고 언제나 그렇듯 대배로 해건지기를 했다.

몸에 열이 오르면서 오늘도 아이들과 잘 지내야겠다고 기도했다’(휘향샘)

대배의 힘이 어마어마하더라는 한미샘의 샘들 하루재기에서의 발언도 있었군요.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 해건지기를 준비하는 동안 밥상을 차리러 부엌으로 좇아갔더니

가마솥방에 이번엔 낯선 처자가 둘 나란히 앉아있었습니다.

봉사활동 신청을 했는데 전화통화가 안 돼 새벽버스를 타고 일단 온 거라고.

충분히 올 만한 자격이 된 이들이었군요.

고교 2년생 수빈 형님과 민채 형님, 반나절을 함께했습니다.

설거지를 한 끼 맡아주어서 샘들이고 모둠 아이들이고 그만큼 한 번 쉬어준.

우렁각시 다녀간.

그렇게 또 계자에 힘이 되었네요.

내일도 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과 어른들의 구성이 다 조직되어 있어서...”

계자를 꾸리는 어른(새끼일꾼 포함) 구성원이 되려면 미리모임이 절대적입니다.

그건 단순히 아이들맞이 청소를 한다는 의미 너머

같이 계자를 꾸릴 어른들이 공간을 익히고 같이 호흡을 미리 맞춰보는 훈련의 시간이니까.

좋은 기회에 다시 만나기로 했지요.

아이들을 깨우고 아이들 명상할 때 씻었다. 여기와서도 샤워를 매일 할 수 있어 기뻤다.

화장실도 매일 시원하게 해결했다.(...)

아침에 자원봉사자 2명이 오셔서 가마솥방의 일들을 도와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정말 정말 고마웠다.’(현진 형님)

 

해건지기’.

고래방은 넓긴 하나 춥고 또 이른 아침의 한기를 가르고 가야 하는 곳,

그래서 좁은 대로 아이들 아침수행은 황토방(여자방/수행방)에서.

대각선으로 자리를 까니 생각보다 그리 좁지 않게 수행 자리가 나오는.

해건지기 첫째마당 하는 법 안내하겠습니다.

말없이 합니다, 몸에 집중합니다, 한 곳을 보고 합니다.”

첫째마당 몸 다루기; 여름에 주로 남방 쪽 수련을 하지만

따뜻한 구들에서 하는 거라 요가동작 몇.

진지하기도 하지, 그걸 찬찬히 따라합니다.

해건지기 둘째마당 하는 법 안내하겠습니다.

눈을 감고 합니다, 숨 쉬는 것에 집중합니다.”

아이들이 해건지기를 할 때 아침에 일어나서 쌤들과 했던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 다른 진지함이 있었다)’ (새끼일꾼 도은 형님)

셋째마당은 찬바람을 뚫고 마당 걷기.

하다샘이 아이들을 데리고 물꼬 남새밭이며 목공실이며도 소개하고

교문 앞에서 달골이며 마을도 안내했군요.

그 사이 밥상을 차려냈습니다.

 

눈발 날린 아침이었습니다.

이번 계자엔 눈 못 볼 거라고 일기예보를 보고 장담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흐흐흐, 물꼬의 하늘이 그렇습니다요.

잠시 오만해지기로.

산골살림에 그런 거라도 허세를 부린들 뭐 그리 흉일까요, 하하.

싸락눈이라도 얼마쯤 마당에 내린 걸 아이들이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하던지요.

아니면 밤새 샘들이 얼음을 갈아서라도 눈을 뿌렸어야 했을지도 모를.

 

아침 밥상을 내기 전 민혁이가 배고프다 먼저 가마솥방에 나타났습니다.

가마솥방에서 몰래 일이 있었다는 후문이...’(휘령샘)

, 물꼬의 일정은 소문의 일정입니다요.

태희샘과 와서 밥종이 치기를 기다리던 민혁,

저 입에 지금 들어가는 게 무엇일까요?

오늘 아침 국이 어묵국임을 알겠는걸요, 하하

 

손풀기’.

아이들이 작은 수근거림 속에서 집중력이 빛나는 순간들이었다.’(휘령샘)

낮은 음악이 흐르고,

아이들은 앞에 놓인 사물을 스케치북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별 건 아닙니다. 그저 명상의 하나라고 할까요.

손풀기 하는 법 안내하겠습니다.

크게 그립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말없이 그립니다.”

그러니 못 그릴 게 없지요.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릴 거니까.

먼저 끝내는 일도 없습니다. 계속 눈에 보이니까.

어느 지점에서 연필과 지우개를 놓고 자신이 벽이 되어 그린 그림을 전시하지요.

잘했다 못했다도 없습니다. 저마다의 눈이니까요.

겨우 사흘 아침이지만 그것도 우리에게 쌓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열린교실이 이어집니다.

단추랑’: 휘령샘 건호샘 하은 수범 작은도윤 원율

이건 순전히 물꼬에 단추가 많은 까닭에 열리는 교실입니다.

우리나라 단추업계를 석권하고 있는 한 기업에서 보내주었던.

하은이는 흰색단추와 흰색 테이프로 금고를 조용하고 차분하게 만들고 있었지요.

건호샘이 단추로 간단하게 돌리고 노는 장난감을 만들자

수범 원율 작은 도윤이도 하나씩.

나아가 던지는 놀잇감까지도 만들어낸 아이들.

다좋다를 신청했지만 정원초과로 밀려난 도윤이,

여기서 더 재밌을 수 있는 걸요.

단추실 놀잇감에 팽이도 만들었다지요,

한없이 맑은 도윤이라고들 하는 그 해맑은 웃음을 머금고.

전학생 원율이도 있었네요.

휘령샘과 무드등을 만들었는데,

글루건을 아주 잘 쓰던 걸요.

 

모나리자 물들이자’: 수연샘 현진샘 승연 채성 서윤 인서 하음

이런! 양파껍질로 염색을 하려 했는데, 매염제로 쓸 명반이 없단 걸 15분 전에야 알아차린.

비상이 걸렸습니다.

하다샘이 대안을 마련해주고, 하다샘이 못다 해결한 건 또 교장샘을 찾고.

알루미늄 호일과 소금을 끓여 매염제로 씁니다.

열심히 양파를 까고, 감을 수세하고 물들이고.

반쪽은 옥샘 드릴 거예요.”

채성이는 작은 손수건을 다시 반 잘랐더라지요.

아이들은 양파껍질 끓인 물을 샘들한테 먹여보겠다고 장난도 치고,

현진샘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 뿌까머리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동네 아낙들이 마을 공터에 나와 함께 염색하는 것 같았던 마당이라.

 

'뚝딱뚝딱': 해찬샘 하다샘 세준 현종 하준 현준

만들기 대신 도끼질에 도전키로 했다나요.

처음엔 들떠 했지만 아무래도 어린 탓에 장작을 패기는커녕 도끼들도 버거웠던.

흥미가 떨어지는 찰나 우리의 현종 선수 몇 번 해보고 감을 잡더니...

아이들이 흩어지려다 장작 쪼개지는 소리에 달려오고 저들도 해보기를 반복.

심드렁해지면 떠나려다 또 짝 장작 갈라지는 소리에 또 달려와서 도끼를 잡고.

톱으로 작은 나무들을 자를 수도 있겠기에 가져다주려니

벌써 시간이 다 찬 교실이었네요.

 

얼음땡 연극놀이’: 한미샘 도은샘 지율 수현 정인 민준 우석

이번 계자에선 모두가 하는 연극놀이가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열린교실 한켠에서 마련된 연극놀이.

고래적 사람이 동굴에 살던 시대를 몸으로 그렸습니다.

수현이는 남다른 표현력과 신체를 잘 활용하는 대단한 능력을 가졌지요.

동생들과 놀다 깔렸다고 다리가 아프다는 우석이도

동굴에 누워서 생활하는 모습으로 한 몫하고

동물 잡아오면 먹는 연기도 하고.

하지만 펼쳐보이기 시간에는 쑥쓰러워 다들 소감 한 마디로 연기를 대신한.

 

'종이랑': 휘향샘 서영샘 큰도윤 민혁 종호 석현

굳이 새 종이 말고 물꼬에는 광고지며 쌓아놓은 종이가 또 많습니다.

유도윤은 색종이로 미니카를 접더니 여러 개를 만들어

종이에 레이싱 경기장을 그린 후 미니카를 붙여 카레이싱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모습에 뽐내기 시간에 모인 청중들 칭찬이 자자했던.

민혁이는 배를 만들기 시작하다가 휘향샘이 눈송이 모빌을 만드는 걸보며

저도 여러 모양을 만들어 끝에 붙여 엄마한테 준다 좋아라 했습니다.

거기다 옆교실 단추랑에 기웃거리며 목걸이도 하나 만들어 이 역시 엄마 줄 거라고.

종호는 달력종이로 여러 방법으로 개를 만들었지요.

용이 되다 만 개라고 했지만 청중들은 용이라 불렀습니다.

석현이는 달력종이로 칼을 만들었군요.

여러 번 말아 단단하게 고정해서 완성.

석현이도 복수전공을 했네요.

옆에 단추랑에 가서 목걸이를 하나 뚝딱.

 

다 좋다’: 태희샘 형원 세영 승원 하영

물꼬의 밥을 위해 호두를 깠습니다.

형원이, 호두 까는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거라고 툴툴거리다가

점점 신명이 나서는 남은 호두 자기가 다 까겠다고 열정을 쏟았지요.

세영이는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다독여주고 같이 하려고 이끌어주고.

호두까서 기쁘다고 자주 말해주며 분위기를 살려주고.

승원이와 하영이는 호두까는 차례를 잘 지켜가며 호두를 까고 있었지요.

까기 어려운 건 서로 도와주면서 말입니다.

마무리까지 잘 정리한 모두였습니다.

펼쳐보이기에서 자신들의 깐 호두로 밥에 쓰일 걸 생각하니 뿌듯하다고들 했지요.

이 호두는 때건지기에서 사과샐러드에 섞였더랍니다.

 

보글보글’: 김치를 주제로 열린 방에 아이들이 수강신청을 했지요.

잔치이고, 그리고 저녁 때건지기 준비입니다.

김치볶음밥: 하다샘 도은샘 하준 수범 형원 수현 민혁

역시 김치볶음밥이 최고지!”

그렇게 떠드는 사내애들, 그들이 거기 다 들어갔을 줄 알았습니다.

하준이가 일을 제법 잘합니다.

형원이는 샘들이 뭐 하라고 알려주면 차례와 시간을 정해주는 중간 관리자가 되었는가 하면

바로 그 위치로 형아들이 수범이 어리다고 못한다 지레 선을 그을 때

수범이도 시켜 달라 발언도 하고.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는, 사람이 또한 자리를 만들기도 하는 걸 테지만.

말끝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을 들먹이며

정리까지 깔끔하게 마쳤다는 방이었습니다.

하다샘은 이 결로 부엌으로 가 커다란 솥단지에 김치볶음밥을 다시 볶아냈습니다.

식구들 다 먹으라구요.

희중샘이 도왔지요.

보글보글만으로 끼니가 되기 어려울 것이니.

오며가며 아이들이 한 그릇씩 펐습니다.

 

김치수제비: 수연샘 현진샘,종호 세준 하음 민준 정인

샘들도 물꼬 와서 처음 요리란 걸 주도적으로 해본다던가요.

요새 세상이 특히 그렇습니다.

스무 살이 넘어도 집에서 밥해먹는 이가 흔하지 않은.

그래서도 물꼬가 중요한 활동을 한다 싶은.

샘들도 실험에 온통 긴장인데 정작 종호가 차분하게 샘들을 도왔지요.

꼭 그런 애들이 또 하나씩 있잖아요.

세준이와 민준이는 종호가, 정인이는 하음이가 챙기면서 요리를 했습니다.

반죽도 차례로 다 같이.

낯을 가리는 듯하던 민준이, 반죽으로 장난도 치고 잘 먹어서 샘들을 다 뿌듯하게 했습니다.

다른 모둠에서 맛뵈기로 오는 음식이란 게 양이 많지 않은데

(집집이 다 양껏 하면 그 양을 감당치 못하는 보글보글이라)

잘 나눠먹기로 소문난 수제비방이었네요.

샘들도 아이들로 즐거웠던 방.

 

김치부침개: 해찬샘 건호샘 세영 하은 하영 승연 큰도윤

이틀 내내 남자애들 틈바구니에 있던 해찬샘, 아주 힐링의 시간이었다는.

말이 필요 없는 아이들 구성이었군요.

모두 다 보기도 좋게 하고 싶은 일 나누어서 하고 먹을 것도 잘 나누어 먹고

샘들도 챙겨주고.

승연이는 칼질 욕심을 좀 냈습니다. 이것만 하구요, 그러면서 또 하고 또 하기도.

얼마나 잘하던지요.

우리의 도윤 선수는 또 얼마나 잘 기다리고 도와주던지.

뒤집으며 그만 깨진 모양 탓에 스크램블처럼 된 부침개였는데

그게 또 더 맛있다는 아이들.

김치스크램블로 정체성이 바뀐 부침개로도

뭐나 다 놀이가 되고 즐거움이 되는 아이들입니다.

 

김치떡볶이: 태희샘 서영샘 현종 채성 인서 소현 작은도윤

같이들 김치를 자르고 어묵과 파까지 돌아가면서 칼질했습니다.

모두가 서로서로 심부름을 가겠다고 나서고.

아이들이 마음대로 마구 재료에 손을 대면 채성 형이 형답게 상황을 정리해주고.

새끼일꾼처럼, 오래온 아이답게 말이지요.

도윤이는 떡 넣을 사람, 어묵 자를 사람, 무엇에나 손을 듭니다.

현종은 계속 간을 봐주고 전체적인 칼질을 주도해주고.

말을 쑥 하고 툭 뱉을 때가 있었는데, 아마도 경상도권이어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워낙 순순한 아이여서 살짝 언짢았지 싶은 곁에서들 금세 마음이 풀린.

 

김치핏자: 휘향샘 한미샘 원율 서윤 현준 승원 지율 석현

원율이와 석현이와 지율은

큰 볼에 밀가루와 물을 넣으면서 손으로 조물조물 치대며

반죽이 되어가는 것을 신기해라 하고,

현준 승원 서윤이는 감자와 당근 양파 김치를 썰어 볶으며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반죽과 소스로 역할을 나누어 하다가 번갈아 가며 요리.

재료를 손질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과정을 무척들 즐거워했지요.

도우 위에 토핑을 올리고 익히는 시간이 한참이었는데

기다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귀여웠던.

다른 모둠에 먼저 나눠주고 자신들이 만든 것을 먹는 긴 시간에도 아주 흡족해라 했습니다.

석현이는 의욕이 높아 행동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잦지만

엄청난 실력의 칼질을 보여주었습니다. 고르게 잘린 양파!

현준이는 재료 볶을 때 냄새 좋다며 맡고 또 맡고,

지율이는 옥샘께 핏자 꼭 직접 전달하겠다더니 정말 교무실 문을 두드린 그였습니다.

원율 역시 적극적이었군요. 하고 싶은 것 이야기 잘하고 잘 참여한.

~할 사람 혹은 해줄래 부탁하면 어느새 일어서서 가고 있는 승원이었지요.

 

한데모임’.

아이들과 신아외기소리를 부른 그 시간이 정말 많이 행복했다.

내일 더 아이들이 잘 불렀으면 좋겠다.

옥샘 노래하시는데

소현이가 신기하고 대단한 걸 보듯이 눈빛을 보내는 게 예뻤다.(첫번째 경험)’(휘령샘)

속틀에 있는 일정에만 아이들이 산 것이 아닙니다.

마당에서 공도 차고 책방에서 책도 읽고 체스도 하고 오목도 하고 알까기도 하고

나가서 제습이와 가습이와 만화랑도 놀고

방에서도 뒹굴고 가마솥방에서 피아노도 치고.

그런 이야기들 또한 쏟아내는 한데모임.

뒷간 이야기도 빠지지 않군요.

엉덩이가 찰까 극세사 변기커버를 덮었지만

에고, 결국 떼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벌써 오줌이 묻어버린 거지요.

어제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을 배려하여 남자도 앉아 오줌을 누기로 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또 들어가는 급한 마음을 배려해서

신발은 들어가는 자에 맞춰 정리해두기로 다시 안내도 있었습니다.

 

대동놀이’.

고래방으로 우르르 달려갑니다.

어제 못했으니 반갑기 더하지요.

한데모임에서부터 벌써 엉덩이가 들썩였던 아이들이었습니다.

크게 하나가 되어 노는, 장난감 없이도 얼마든지 즐거운.

오늘은 나이 어린 아이들과 새로 온 아이들을 위해 먼저 왔던 이들이

이곳에서 어찌 노는지 보여주었다고나 할까요.

전래놀이들을 합니다.

무궁화꽃 살구꽃도 피우고, 여우고개도 넘고.

, 세상 끝날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어달리기로 몸부터 풀었더랍니다.

밤마다 우리는 밖에서 뛰어노는 것과는 또다른

겨울밤을 채운 놀이들을 모두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놀이를 통해 배려를 배우고 놀이를 통해 마음을 어루만지고

놀이를 통해 연대도 배울!

오랜만에 대동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면서 활발히 잘하는 걸 보며 힘들었지만 웃음이 계속 났었다.’(현진 형님)

 

모둠하루재기를 끝내고 씻기. 씻기기라고 말해야 할.

춥고 불편하니 귀찮을 법도 해서 안 씻으려는 아이들을 위해,

또 물을 잘 쓰기 위해서도 샘들이 같이 들어가서 돕습니다.

몸 전체를 씻지 못하더라도 아래쪽이라도 좀 닦을 수 있게.

씻고 구들에 누워 도란거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샘들이 베개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을 재울 적

그 틈에 교무실에 가 계자 기록을 하고 있자면

꼭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민혁이군요.

민혁이는 툭하면 집에 간다 합니다. 떠보는 거지요.

(자신)도 압니다, 버스는 쇠날에 온다는 걸.

그냥 그러는 거예요. 슬쩍 샘들한테 말 붙이는 방식이랄까요?

귀여운 엄포입니다.

얼마나 재미나게 뛰어노는지.

그러다 잘 무렵엔 잊고 있었던 엄마가 정말 생각나는 거지요.

그러면 교무실로 옵니다. 안아줍니다. 그럼 돌아갑니다.

아이들도 압니다, 이곳에서 자신들이 어떻게 대해지는지를.

자신들을 턱 믿고 맡긴달까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지만 부모님이 어디 사라지지 않는 줄도 아다마다요.

민혁이가 안 씻겠다고 해서 걱정이라는 해찬샘.

과연 민혁이는 씻게 될까요?

 

모둠하루재기를 끝낸 아이들이 씻으러 오가며 몰려서는 한 목소리를 냅니다.

배고파요! 배고파요!”

이게 무슨 일이라니?”

아무래도 보글보글 때 여러 가지로 배는 불렀는데

밥을 덜 챙겨먹은 겝니다.

거기에 밥과 국 김치를 더해 끼니로 먹는 걸 미처 생각 못했거나,

따로 밥상이 나오겠거니 기다렸거나.

안내를 제대로 안 들었을 수도 있겠군요.

하다샘이 부엌에서 한 '모두밥 김치볶음밥'에

미처 숟가락을 걸치지 못했던 이도 혹 있었겠습니다.

그나저나 밤 10시가 넘어가는데...

먹자! 한밤에 밥 한 끼 먹는다고 뭔 일이 생길라구요.

냉동실에 든 곶감을 잘라서 내놓으며 그걸 먹는 사이

누룽지탕을 끓여냈지요.

찡하게 좋았습니다. 궁궁한 겨울밤에 따순 김나는 냄비 앞이라.

그렇게 먹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물꼬라서 이럴 수 있다 싶어 더 좋았습니다.

따뜻한 밤이었습니다.

잘려는 와중에 민혁이가 그랬다지요.

"옥샘보다 나은 사람이 없어요!“

밥하는 사람이 최고인 거지요, 하하.

 

김치 맛있어요!”

점심 밥상이었던가요, 수범이도 그랬는데, 저 뒤에서 석현이도 그랬습니다.

옥샘, 김치가 왜 이리 맛있어요!”

웬 아저씨 같은 표정으로 말이지요.

계자를 오면 아이들이 잘 먹습니다.

그럴 밖에요. 뒷간도 멀지, 가마솥방도 저기, 마당에서 뛰놀지, 움직임이 많으니까요.

게다 수시로 냉장고를 여닫지 않고 끼니에 집중하니 더욱.

이 못 먹고 산 놈들아, 내가 부모님께 전화해주마, 애새끼들 좀 멕이시라고.”

욕쟁이 할미마냥 그런 흰소리를 하기도 하지요.

이건 소스를 어떻게 하신 거예요?”

석현이는 정말 때때마다 먹는 걸 너무 행복해합니다.

덩달아 행복해지는.

그 석현이 오늘 오후 큰일 날 뻔했습니다.

마침 잠시 짬을 내 제습이 가습이 만화 산책을 시켜주러 나간 참인데

석현이가 소나무옆 돌탑에 기어올라 맨 꼭대기 돌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둥글둥글한 강 돌을 가지고 쌓은 탑인데,

그 돌 크기가 여간 크지가 않단 말이지요.

아이들이 굳이 그 가까이 갈 일이 잘 없는데

우리의 석현 선수 거길 올랐던.

좇아가 안아내려 놓고 거긴 보는 거라고 일렀지요.

또 고마운 하늘이었습니다. 그때 봤으니 망정이지...

채성이와 현종이는 드디어 짝궁이 되었고,

소현이는 시험을 끝내고 무사히 잘 돌아와 동생들을 챙기고.

선하게 품는 누이는 우리 모두를 또 얼마나 순순하게 하는지요.

하은이와 하영이도 점점 물꼬가 편해진 듯합니다.

샘들과 친구들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도 편안해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밤새 불을 때고 아침 6시에 들어간 희중샘은

낮밥을 준비할 때 나와 밥바라지 2호기로 부엌을 돕고.

부엌일이야 손에 익지 않더라도 물꼬 공간에서 보낸 세월이 벌써 십 수년.

애들 사이에 묻혀있는 시간들이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

(...) 오늘 처음으로 현진샘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없던 힘도 솟구쳐올랐고

막 뭘 도와줄까라는 말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었다.’(현진 형님)

아이들과 함께여서 즐거웠던 하루’(건호 형님)

전체적으로 아이들이고 샘들이고 이제 안정권입니다.

웬만한 어른들 흉내도 내기 어려울 만치 새끼일꾼들이 움직이고 있고 그 위에 품앗이샘들이,

그리고 그 전체를 교감 역으로 휘령샘이 아주 살림을 잘 살고 있는 165 계자랍니다.

늘 손이 늦다 자책할 때가 있는 그이지만

그는 그의 몫이 있지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니입니다.

든든한 그니 덕에 전체 진행자이기도 하지만 밥바라지로 저를 쓰는 것도 편안하고 순조로운 계자.

 

정인이 일곱 살 ()세영이 닮았죠?”

맞아, 맞아!”

세영이는 지인이 닮았어!”

정말, 나도 그 생각했는데...”

희중샘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일곱 살 오세영은 대학생이 되었고, 일곱 살 지인이 역시 대학 졸업 무렵이지요.

이런 기억을 우리가 공유하고 있음에 진한 떨림이 일었지요.

그들을 아는 세월만도 그야말로 십 수 년입니다.

한 사람이 성장하는 긴 세월에 동행하는 일, 실로 어마어마하고 복된 일이다마다요.

 

아침밥: 백미밥과 어묵국, 연근조림, 멸치조림, 김치, , 그리고 귤

낮밥: 현미밥과 콩나물김치국, 파래무침, 오징어채볶음, 김치, 호두가 들어간 사과샐러드.

저녁밥: 보글보글방에서 아이들이 해먹고, 부엌에서는 밥과 김치만 내고(앗, 하다샘의 '모두밥 볶음밥'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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