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문자가 들어옵니다.

완쾌된 듯하니 내일 오전 버스로 들어와도 되겠냐 묻는.

중간에 붙는다면 전체 흐름을 깰 수도 있겠기에

처음 오는 샘이나 또 다른 샘들이라면 그냥 이번 일정은 쉬십사 할 것이나

그대라면 끝에만 붙어도 힘이 되겠다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연락을 주십사 했던.

심한 감기로 시작을 같이 하지 못했던 현택샘 소식입니다.

계자 일정이 바뀌기 전에 해외 나가는 일정을 잡았던 하다샘이

결국 비행기와 숙소 예약을 미루지 못해 계자 도중 먼저 나간 형편에

또 일이 되라고 현택샘이 들어와 손발을 보태게 되었습니다.

 

샘들 해건지기도 전 휘령샘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아이 하나가 오줌을 쌌는데요,

곁에 있는 휘령샘을 깨웠지요.

어른이라도 먼 길 떠나 거친 곳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아이들에게도 두어 차례 그리 일렀고,

같이 치우고 씻으면 된다고, 이불도 빨면 그만이라고 크게 소문냈더랬지요.

허니 자연스레 치우고 말짱하게 다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간 아이.

속틀에서 보이는 일정 말고도 많은 역사가 쌓이는 계자라지요.

 

샘들 미리 해건지기’.

말해 무엇하려나요, 아이들을 건사하는 일은 어마어마한 일!

긴장을 놓칠 수 없지요. 마음도 정갈하게, 몸도 깨워서 아이들을 맞을 일입니다.

티베트 대배 백배도 합니다. 종교와 무관한 일이지요.

또한 어른들의 수행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그 분위기로도 전달이 될 것입니다.

곳곳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아니 제 돈을 쓰면서까지, 기꺼이 모인 어른들이

이렇게 정성스럽게 마음을 모아 아이들을 만납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아니 좋을 수가 있겠는지요.

아이들이 좋아서도 오지만 이곳에 모이는 어른들을 만나러도 온다는 샘들이랍니다.

물꼬에서는 언제나, 잠을 못자도 눈이 번쩍 떠진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대한 부담감인지, 다가올 하루에 대한 기대감인지 모르겠지만!’

(수연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백배를 하면서 힘을 얻고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내야겠다고 다짐했다.’(휘향샘)

오늘의 마음가짐을 달리 해보기 위해서

항상 잡생각만 했다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해보았다.

아침부터 뭔가 색다르다는 생각을 했다.’(도은 형님)

두 번째 해건지기는 많이 힘들었다. 잠도 많이 왔꼬 몸이 조금씩 아주 조금 아팠다.

대배할 때 무릎과 아랫배가 아팠다.’(현진샘)

아무렴요. 안하던 근육을 어제 썼을 테니까요. 내일은 이제 풀리는 날이 될 겝니다.

 

해건지기’.

내복바람으로 아이들이 황토방에 앉았습니다.

미리 해건지기를 끝낸 샘들이 깔개이불을 매트처럼 준비해주었지요.

오늘 첫째마당은 국선도 기본 동작으로,

둘째마당은 명상,

셋째마당은 역시 운동장 한 바퀴.

옷들을 챙겨 입고 나가지만, 꼭 한사코 괜찮다고 나선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 보셔요, 수현이, 수면옷 한 벌 그대로 마당을 뛰고 있습니다.

형원이도 그렇군요.

저러다 그예 아프고 말지...

 

설거지는 계속 아이들 손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아침은 3모둠.

설거지 차례와 역할을 나누어 그릇을 닦고 마룻바닥을 쓸고 식탁을 닦고.

설거지를 맡은 세영이와 현종이,

하고 싶은 혹은 할 수 있는 양만큼만 하고 샘들한테 넘기라 하지만 계속하고 있네요.

현종이는 심지어 이게 쉬는 거라며 꽤 오랫동안 개수대 앞에 있었더랍니다.

 

손풀기’.

음악이 흐르는 모둠방.

어제 해봤으니 그런 줄 압니다.

자연스레 오래 해온 것처럼 제 스케치북을 챙겨들 앉습니다.

오늘은 더 복잡한 선을 가진 사물이 등장하지요.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다르다라는 것을 또 느꼈다.’(새끼일꾼 건호 형님의 날적이 가운데서)

미술시간이고 명상이고 전시회이고 손운동 시간이고.

 

전화기 지지거린다고 kt에서 다녀가고,

네 살 여섯 살 아이들을 둔 담당자가 책 <내 삶은 내가 살게...>를 잘 읽었다며

경기도의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책 관련 강의가 들어옵니다.

계자를 하며 모든 연락을 120일 이후로 보자 해도

일상이 또 함께 가는 이곳이라.

계자가 단순히 어디 캠프장 가서 하는 일이 아니라 물꼬의 삶 터 위에서 해서

어쩌면 더 단단하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물꼬 누리집으로 인사들도 들어옵니다.

누나 미리를 따라 왔던 일곱 살 태우는 지금 몇 살인가요?

스물 중반에 이른 청년이겠습니다.

언니 해인을 따라 왔던 정인이는 대학생.

잊히지 않아 고맙습니다.

언제든 반가이 맞아주실 것을 안다’,

언제나 거기 계실 줄 안다는 그 말들이 더 고마웠습니다.

오래 여기 있어야겠다 다짐케 하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들불’.

방에서 손풀기를 하는 동안 부엌에서는 휘령샘을 중심으로 들불 준비가 한창.

태희샘은 떡꼬치 소스를 만들고.

다른 해라면 빈 논에 들어가 불을 피웠겠지요,

들을 내달리다 불가로 와서 도란거릴.

눈이나 얼음을 지치다 오기도 할.

이번에는 너른 들 같은 학교 마당에 불을 피웠습니다.

밤에 하는 장작놀이도 멋지지만 겨울 한낮 이래 보는 것도 또 재미가 있지요.

아이들이 요리하는 보글보글방과는 달리

학교 앞 뽑기 가게 주인장처럼 샘들이 마당 곳곳에서 장을 벌이면

아이들이 마실을 다닙니다.

밤새 아궁이에 불을 때던 희중샘이 어느새 나와 모닥불을 피워주고 있었지요.

수연샘도 도와 잔가지들을 꺾고 장작을 옮기고.

아이들도 하고 싶다고 맨손으로 나무를 잡고 톱과 도끼를 들기도 하고.

도끼까지 손을 대서 수연샘한테 안전감독을 좀 받기도 하였지요.

마당 한쪽 끝에는 고구마와 감자가 익어갔습니다.

희중샘이 뜨거운 고구마도 꺼내줘서 너무 감사했다는 한미샘,

희중샘 덕에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는 건호 형님.

 

평상 이편에서는 달고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아이들이 몰려들었겠지요.

아이로 샘들이 해주던 달고나를 먹고 다녔던 해찬샘이

이제 휘향샘 도은 형님과 함께 국자를 들고 달고나를 만듭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국자를 태워먹어서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쌤들을 좀 귀찮게 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해찬샘)

우리 모두 처음인 순간이 있지요. 그것을 시작으로 다음으로 가는.

샘들도 익숙치 않은 일, 태우기도 하고. 하지만 잘 기다려주는 아이들이었지요.

불 둘레에 있던 아이들이 종이상자로 바람도 가려주고,

설이 얼마나 녹았는지, 소다는 언제 넣어야 하는지 계속 알려주고.

도은샘 꺼 먹으면 안 되겠다 바람 빼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게 되더라나요)

불이 약해서 그래요 괜찮아요 위로해주는 아이들이 있고.

 

떡꼬치는 익히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는데도

오래 잘 기다려준 아이들이 고마웠다는 수연샘과 태희샘.

파는 것보다 맛있어요!”

아무렴요. 그럴 밖에요. 떡두요, 100% 쌀로 만든 거라해도

이렇게 방앗간에서 뽑아오는 게 더 맛나다마다요.

평상 저 편에서는 쫀디기와 가래떡을 굽습니다.

‘(* 검댕이) 얼굴 묻히며 먹는 아이들 보고

난 언제 마지막으로 그렇게 순수하게 머가 묻든 신경 안 쓰고 먹었었나 생각해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 듯했다. 조금 슬프기도 했다.’(새끼일꾼 현진 형님)

 

은행은 반전 매력이지요.

분위기로도 그렇지만 맛으로도 그렇습니다.

처음에 인기 많은 떡꼬치나 달고나에 같이 몰려있다

평화를 찾아 은행 앞으로 오는 아이들이 있지요.

채성 우석 인서가 휘령샘의 말벗도 되어주고,

휘령샘이 어금니로 깨 먹는다는 걸 시범 보였더니

가끔 오는 다른 아이들에게 은행 까는 법도 일러주었지요.

여기 와서 은행 처음 구워먹었다는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우석이는 큰 형아답게 버너며 그릇이며 치우는 것도 도왔군요.

 

가마솥방에서 낮밥을 준비하고 있으니

지율이며 아이들이 달고나며 고구마며 가래떡이며 잊지 않고 날랐습니다.

뒤란 젊은 할아버지도 챙기고,

굽고 익히느라 여념 없는 샘들 입도 챙겨주는 아이들.

그들이 그런 존재들이라니까요.

 

멀리서 샘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며 겹쳐지는 지난 세월에 잠시 마음 뻐근했습니다.

샘들이 물꼬 오면 옷방에서 저마다 여기서 지낼 동안 입을 옷을 찾아 입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20여 년의 세월동안 보였던 옷들도 있단 말이지요.

얼마나 좋은 옷이 흔한 시대인지.

여기서는 저렇게 후줄그레한 옷들을 입고 입고 또 입습니다.

재봉질 해가며 고쳐 또 입지요.

이곳에서 자란 아이는 그 옷방에서 옷을 찾아 입으며 스무 살이 넘어 되었습니다.

대개의 우리들 너무 지나치게 잘 입고 삽니다요...

 

유기농 물만두가 들어왔습니다. 핫도그도 들어있네요.

모든 식구들이 넉넉히 다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큰도윤네에서 왔군요.

지난여름에도 쌀을 보내주셨더랬습니다.

때로는 돈이 제일 쉽지요.

필요한 걸 살피고 딱 그걸 보내는 그런 거 쉽지 않은 일이다마다요.

안에서만 아니라 그렇게 밖에서도 이 날들의 살림을 살펴주고들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정오가 다 되도록 그리들 넉넉하게 먹고도, 그래도 낮밥을 먹습니다.

이게 배가 불러도 밥 때 밥이 아니면 뭔가 섭섭한.

분명 배고프다 할 거거든요.

정말 많이, 잘 먹는 아이들.

그게 또 차츰 늘어납니다.

하루씩 한 바가지씩 쌀을 더해 밥을 한다지요.

낮 설거지는 4모둠이었는데 잊어먹고 느긋하게 밥 먹던 수연샘한테 모둠 아이들이 가서

샘 뭐할까요, 청소할까요, 묻고 있었네요.

 

아침만 해도 공을 차고 있었는데요.

형원이가 배가 아프다고 종일 처져 있었습니다.

속을 비우고 따뜻하게 쉬게 합니다. 샘들이 돌아가며 옆을 지켰지요.

꿀을 좀 타주지요.

그런데 옆에서 궁시렁대는 걸 보니 아직 살만해 보인.

할머니집에서 먹은 꿀이 진짠데...”

꿀이 굳어 있으니 뭔가 덜 꿀일 것 같았나 봅니다.

이거 이 마을 할아버지가 하신 거야.”

꿀에 생긴 결정은 과당보다 포도당이 많을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변질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가 아니라고 하는데 몇 번이나 하는 말,

할머니집 가서 진짜꿀 달라고 해야지...”

잡화 유채 싸리 같은 일년생풀에서 얻어지는 경우 그렇다니까요.

날씨가 차서도 굳었겠구요.

형원이는 조금 더 지켜보고 차도가 없으면 약을 먹이거나 다른 방법을 찾으려지요.

그런데 수현이까지 누웠습니다.

저 팔팔한 녀석이 누울 만치 아프다니.

아침에 잠옷차림으로 나와 공을 차길래 옷은 입고 나오랬더니 괜찮다 큰 소리치고는.

배를 눌러보니 얹힌 듯.

아직 해우소도 한 번도 안 갔단 말이지요.

유일하게 아직 퇴비용 똥을 보태지 않은 인물.

많이 멕여 보지만, 물도 먹이지만, 채우기만 하고 아직 내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에 가서 한 번에 쌀 거예요.”

아프다면서도 반팔에 맨발, 옷부터 챙겨 입으라 하고.

손가락을 따주고 매실과 꿀을 타서 따숩게 멕이고 따뜻한 물주머니를 안겨주고.

역시 속을 비우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둘은 여기 오기 이전 아는 사이이지요.

따순 구들방에 나란히 눕혀놓으니 그게 또 심심찮게 위로도 되고 연대도 되고.

엄마 보고 싶다 같이 울기도 하다 금세 또 해말개져서 장난도 치고.

 

샘들의 반짝모임이 있었지요. 임시교사모임요.

다음으로 이어진 덤으로 열린교실을 위한.

어제 열린교실에서 아쉬웠던 걸 채우는 시간이려고 마련했는데,

그 방식에 대해서 좀 더 세심한 논의가 필요했지요.

그런데 배식대가 정리 되지 않은 채,

마찬가지로 아직 설거지거리를 쌓아둔 채 그만 시간이 길어진.

아쿠, 교장샘한테 한 소리 듣고야 맙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이들이 본단 말이지요. 보면 본 대로 그리 합니다.

밥 먹은 자리가 그리 한참을 널려 있어서야... 먼지도 앉구요.

얼른 흩어져서 정리들을 하고 다시 모였더랬답니다.

 

우리가락’.

시간이 밀리고 있었는데, 최종, 이번에는 접기로 했습니다.

우리가락 하러 다음에 또 오라하지요, .

세영이며 아쉬워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판소리를 하거나 민요 혹은 생활민요를 얼마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우리 타악기를 다뤘겠지요.

그게 또 신명이 있거든요.

갈수록 풍물을 접하는 기회가 드문 요새인데,

여기서라도 해보면 좋을 걸, 샘들이 일일이 악기들 먼지도 다 닦아두었는데...

고백하면, 가마솥방까지 맡으니 시간에 쫓긴 진행자의 내심도 담긴 결정이었더랍니다.

힘이 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다만 시간!

밤이면 교무실에서 또 처리해야 할 일들까지 있고,

한편 샘들의 면담도 있는.

계자 하러 온 김에 나눌 이야기를 몰았다 오기도 하는 샘들이지요.

이번 계자는 실시간으로 계자 기록글을 올리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두어 시간 자는 일정이군요.

샘들의 동의를 얻어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기로 합니다.

사실 제가 진행하는 동안 샘들이 돌아가며 조금 쉬어줄 수도 있는 시간일 것을

기꺼이 다음 일정으로 옮아가 준.

우리가락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고, 옥샘의 판소리를 듣지 못해 더욱 아쉬웠다.’(태희샘)

 

덤으로 열린교실’; 장소를 중심으로 세 덩어리로 나뉜 열린교실입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축구부터 하겠다고 해서 그러자고 하고 있는데

하준이가 한 마디 했지요.

축구는 맨날 하는데 열린교실에서 굳이 왜 해요?”

애들이 좋아할 줄 알고 만든 교실인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는 해찬샘.

그래도 해도 해도 좋다는 축구라며 공을 찼지요.

그때 도은이 형님이며 젊은 할아버지 나르는 장작도 돕고

희중샘이 도끼질도 하고 있었지요.

거기 몰려들어 저들도 도끼를 잡아보기도 하고.

이곳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현종의 장작패기는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곳간에서’.

종이랑 단추랑의 통합교실이었다 할까요.

지율 하준 소현 수범 형원 서윤 석현 인서 현준 승연 정인이가

휘령샘 휘향샘 서영샘 한미샘과 함께합니다.

지율이는 밖에서 투명한 페트병을 잘라

바느질 선생님인 엄마에게 드릴 바느질통과 고양이 장난감을 만들었습니다.

글루건도 혼자 잘 쓰구요.

하준이랑 수범이는 실과 단추로 놀잇감을,

더하여 수범이는 칼도 만들었네요. 크고 정교하게, 그것도 아주 열심히!

소현이와 서윤이는 종이에 사랑 그림을 그리고 인형을 함께 만들었지요.

현준이는 학종이로 오리기, 미니카 접기들을,

형원이는 몸이 안 좋았지만 함께해서

재활용품으로 만들기를 하려다 색종이로 꽃과 줄기를 접고는 쉬었지요.

어제 만들었던 종이칼에 작은 색종이로 접은 것을 꾸민 석현이는

어제 열린교실의 심화학습이었군요.

인서는 진주구슬로 엄마 드릴 목걸이며 안경 장식품을 만들고,

정인이는 고모와 할머니 드린다고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소박한 사람살이의 충만함을 아이들에게서 보지요.

우리 생을 채우는 건 대단한(때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이 아니라

이런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

아이들과 곁에서 작업을 해보면 아무래도 그 아이를 더 세밀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사람에 대한 낙인찍기를 피하고자 합니다.

새로 보기, 더 보기, 긍정적으로 보기!

말이 거칠고 행동도 그렇다고만 오해 받는 우리 하준이만 해도

들여다보면 여리고, 다른 이들 마음을 살피고,

그래서 타인의 시선이 자꾸 걸려 더 신경을 쓰는 걸로 보이는.

자기에게 덧씌워진 것으로 타인들도 보게 되는 건 아닐까로 해석도 해보았지요.

마음을 누그러지고 따뜻한 품안에 있으면 다 아무 일도 아닐,

또 저도 자라면서 스스로 알게 되기도 할 것.

우리(어른들)는 그저 따숩게 아이를 안아내면 될 일입니다.

 

가마솥방에서’: 하은 세영 하음 하영 승원

태희샘과 수연샘이 아이들과 마늘을 깠습니다.

쉬자고 하는데도 쉬지 않고.

꼬방동네 아줌마들의 부업 장면처럼

이야기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없이 따뜻해 보이는 정경이었더랍니다.

계자 시작 하루 전 미리모임에서 아이들 상황이 샘들한테 전달 되지만

그땐 또 귀에 다 안 들어오기도 하지요.

수연샘은 이제야 종호 하영 하은이 남매란 걸, 그들이 세영 세준이랑 이종사촌이란 걸,

석현이가 또한 세영네 고종 사촌이란 걸,

또 승원이와 인서가 자매란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엮이고 엮인 물꼬의 인연이 신기했다.’(수연샘)

이번에 와 있는 샘들만 해도 휘령샘이 물꼬에 온 몇 해 뒤 동생 휘향샘이 등장했고,

수연샘에 이어 동생 태희샘이, 그리고 그들의 이종사촌 도은이 형님이 이어왔고,

(역시 이종사촌 다은이 형님이 이어서도 왔던),

새끼일꾼 현진 형님은 동생 현종과 왔고.

이번에 같이 없지만 윤호 동생이 건호 형님, 역시 이번에는 없는 해인이 오빠가 해찬샘.

물꼬에 있으면 그 아이를 둘러싼 관계들을 그리 만납니다.

언니 오고 동생 오고 부모님들이 오고,

아이였다 새끼일꾼이었다 품앗이 되고 이성친구가 오고 혼례 올리고 오고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 오고.

바로 그가 현준이입니다.

서윤이는 품앗이이자 논두렁인 소정샘의 조카로

소정샘이 품앗이가 되고 언니 혜정샘이 갓난쟁이를 데려왔더니,

그 아이 자라 일곱 살부터 계자를 와서 곧 4학년이 됩니다.

아이를 통해 어른들이 물꼬 식구가 되기도.

물꼬 30주년 기념으로 하고 있는 명상정원 측백나무 분양에

지율 모, 승연과 민준 모, 현준 모, 윤호와 건호 모, 도은 모, 우석 모,

인서와 승원모, 하준모도 함께합니다.

그렇게 관계들이 넓혀지지요.

아이를 통해 물꼬에서 만나 어른들이 오래고 진한 벗이 되기도 하였더랍니다.

 

한데모임’.

의논도 하고 알림도 있고 전체 소식이 오고 가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역시 노래가 절정이지요.

아이들만 목청껏 부르는 노래가 신나는 게 아닙니다.

한데모임 시간이 점점 더 즐거워지는 중입니다.

신명나게 노래를 다 같이 둘러앉아서 할 수 있다니...

신아외기소리가 하루 종일 들리는 듯합니다.’(한미샘)

물꼬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시간..... 힘들 때도 그 시간만큼은 재밌다.

힘을 얻고 속이 뚫리는 기분!’(수연샘)

마성의 매력을 가진 한데모임, 하루의 마지막 즈음의 시간이여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는 시간인데 또 막상 하면 정말 재밌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니 스트레스도 풀리는 기분이었다.’(태희샘)

 

수현이와 형원이는 따로 저녁을 멕입니다.

그래야 약도 멕일 수 있을 테니.

수현이는 장염 쪽, 형원이는 감기로 짐작되었습니다.

그래도 낮보다는 가벼워 보였습니다.

음식은 영혼이야. 정성스런 밥을 먹고 나면 또 좀 나이질 거야.

그 다음엔 따뜻한 구들에서 푹 자는 거지. 새 날은 새 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야채죽 먹을까, 누룽지를 끓여줄까?”

둘 다 한 입으로 누룽지를 말합니다.

아프다고 누웠던 것(ㅎㅎ)들이 말짱한 얼굴로 맛나게 먹었지요.

맛있지?”
맛있다!”

서로 쳐다보며 그래가면서 말이지요.

묵도 물꼬에서 직접 쑨 거야!”

진짜 맛있다!”

다시 나란히 누운 둘이었지요.

아파도 친구가 있으니 나름 또 즐거움이 있기도 한 듯.

근데 형원이는 게워내고 말았군요...

오히려 그게 고비겠다 보입니다.

이제 절정을 넘었으니 한 밤 잘 자면 거뜬할.

 

저녁을 못 먹고 그만 잠이 들었던 승원,

머리도 좀 아프다 그러고 배도 고프다고 대동놀이 때 부엌을 왔습니다.

역시 병명은 하나입니다.

옥샘, 승원이가 엄마 보고 싶대요?”

그러면 샘들은 교장샘을 찾아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갑니다.

뭐 먹고 싶어?”

계란말이를 좋아한다지요.

없는 거라면 집에 가서 먹으라면 될 게고.

얼른 해줍니다. 뚝딱 접시를 비운 승원,

고래방 가서 친구들과 놀아도 돼요?”

그럼요, 그럼요!

여기서 내가 보고 있을게, 그대가 고래방 문 여는 것까지.”

팔랑팔랑 들어가서 잘 놀았다는.

 

대동놀이

해도 해도 즐거운 달리기를 밤새도록 할 것 같은 이어달리기로 시작했습니다.

물꼬의 고전적인 놀이들을 이어갔습니다.

토끼몰이도 하고,

지구에 새 생명이 어떻게 인간으로 진화했던가를 알에서 찾던 놀이도 하는.

오늘 너무 정신없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 뛰어다니다가를 반복했다.

어딘가에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있던 것이 한미샘과 대동놀이 준비한 것.’(수연샘)

하지만 아이들의 환호에 모든 고단이 날아갔겠지요.

애들이 어제보다 재밌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내가 다 뿌듯했다.’(현진 형님)

 

지율이와 서윤이가 엄마 보고 싶다 잠시 울었군요.

의젓한 그네지만 생각해보면 어린.

지율이는 초등 2년 여자 아이(2019학년도 기준).

어린 나이지요.

이 먼 멧골에 와서는...

그래도 지율이의 울먹임은 지난여름에 견주면 하루 더 늘어난.

다음에 오면 나흗날 쯤, 아니면 아예 울 일이 없을 수도.

아이들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변화들도 있지요. 좋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승연이는 자기 주장이 더 강해진 듯보였구요(자신감일수도. 공간이 익숙해져서일수도),

세영이는 더 아줌마스러워졌습니다, 더 둥글둥글해졌다할까요.

, , ! 젊어 좋겠다.”

세상에, 여기서 반팔을 다 입고 다닙니다.

그가 바보 아닌 바에야 추우면 옷을 껴입을 테지요.


모둠 하루재기가 끝나고 씻고 물을 끓여 넣은 물주머니를 안고들 잠자리로 가자

머리맡에서 샘들이 책을 읽어주고, 어제처럼 그제처럼.

민혁이 말입니다, 절대 안 씻겠다던,

큭큭, 내일이면 씻어. 좀 유치하지만 먹는 것에 장사 없거든.

맛난 것 주며 씻고 와야 먹을 수 있다 해야겠넹~”

정말 오늘 씻었습니다.

어떻게요? 안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여기 있은 이들만 아는 걸로 :)

민혁이는 오늘도 잠시 틈만 나면 집에 가고 싶다고 엄포를 놓고,

그래도 버스는 쇠날에 오는 줄 저도 알고,

그러며 밥도 잘 먹고 잘 뛰고 모든 일정을 잘 좇아다녔지요.

집에 가고 싶다가 그저 후렴구였던.

그러다 찾아오면 안아주면 또 그냥 아무 일 없었던 듯 가서 또 뛰고.

해찬샘이 들쳐 메고 가서 씻겼는데, 씻기 시작하자 대성통곡을 했다지요.

막상 씻고 나오니 말짱해져서는.

해찬샘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말려주자 활짝 웃으며,

우리 아빠도 이렇게 해줘요!”

그렇게 한참을 울던 아이가 이렇게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니 참 아이들이 이리 단순하구나하고 참으로 귀여웠다.‘(해찬샘)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작고 소박하고.

그들은 작은 기쁨으로 큰 슬픔을 이겨내는 존재들,

우리에게 생이 가진 소소한 기쁨을 당신도 가졌다고 일깨워주는 존재들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의 에너지를 따를 수 없으니 서서히 샘들은 교대체제로 꾸려야 합니다.

돌아가며 쉬어도 주고.

교육과 보육이 함께 있는 데다 뒷배 노릇까지도 샘들이 다 해야 하는,

이곳의 불편함까지 메우는 게 샘들.

새끼일꾼으로 처음 붙은 서영샘, 청계를 두 차례 하긴 했으나

계자 경험은 처음입니다.

아직 어린 친구들, 그들이 교사로 함께 움직이며 어른 못잖으니

때로 그들의 나이를 잊는다지요.

세상에! 겨우 8학년. 친구 사이인 도은이야 아이로도 여기 함께했고, 지난여름 새끼일꾼도 한.

그런데 서영 형님에겐 얼마나 힘겨운 날들일까요?

아이들을 챙기느라 샘들을 못다 챙기는,

이번에는 밥바라지도 함께하다보니 샘들을 챙길 여력이 아무래도 모자란.

휘령샘이 있지만 그는 그대로 또 전체를 꾸리는 여러 일들이 있고.

아쿠, 좀 더 살펴주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을 둘러싸고 새끼일꾼이, 그들을 둘러친 샘들이 있고,

그 바깥으로 그들을 감싸 안은 교장이 있지 않겠는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샘들에게 또 강조하지요.

쓴 물건들이 다음에 바로 쓰일 수 있도록!”

아이들이 썼던 물주머니가 물을 채운 채,

그걸 말았던 수건도 밥상머리무대에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물 쓰는 법도 안내하지요.

샤워기를 들고 하기보다 물통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쓰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익숙하게 하고 사는 일들에 대해

바라보기, 생각하기, 다르게 행동하기, 여기서 우리 그런 것 해보거든요.

말로만 아는 지구 지키기가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뒷간 쓰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그저 버려지는 똥오줌이 아니라 발효시켜 퇴비로 쓰는.

1부터 100까지 다 그럴 수는 없지만

잠깐 멈춰 서서 우리 사는 현재의 삶의 방식을 짚어보는 것도

계자에서의 큰 공부입니다.

 

아침밥: 잡곡밥과 미역국, 계란말이, 멸치무침, 순무김치, , 그리고 귤

낮밥: 현미밥과 참치김치찌개, 물만두, 어묵조림, 김치, 그리고 귤

저녁밥: 백미밥, 시래국 대신 참치찌개 마저 먹기로, 떡볶이, 두부부침, 김치, 물꼬에서 쑨 도토리묵과 간장양념, 그리고 또 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161 2020. 1.3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3-04 90
5160 2020. 1.29.물날. 흐린 사이 간간이 흩뿌리는 비 옥영경 2020-03-04 84
5159 2020. 1.28.불날. 흐림 옥영경 2020-03-03 101
5158 2020. 1.27.달날. 비, 질기게 옥영경 2020-03-03 93
5157 2020. 1.26.해날. 저녁부터 비 옥영경 2020-03-03 92
5156 2020. 1.25.흙날. 잠깐 볕 옥영경 2020-03-03 91
5155 2020. 1.24.쇠날. 잠깐 볕 옥영경 2020-03-03 93
5154 2020. 1.23.나무날. 비, 축축하게 옥영경 2020-03-02 91
5153 2020. 1.22.물날. 오후 짤끔거리다 저녁비 옥영경 2020-02-21 151
5152 2020. 1.21.불날. 맑음 옥영경 2020-02-20 134
5151 2020. 1.20.달날. 아침에도 밤에도 눈발 옥영경 2020-02-20 147
5150 2020. 1.19.해날. 아침 이슬비 옥영경 2020-02-20 119
5149 2020. 1.18.흙날. 맑음 옥영경 2020-02-20 124
5148 2019학년도 겨울, 165 계자(2020. 1.12~17) 갈무리글 옥영경 2020-01-28 240
5147 165 계자 닫는 날, 2020. 1. 1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28 264
5146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160
5145 165 계자 나흗날, 2020. 1.15.물날. 맑음 옥영경 2020-01-27 145
» 165 계자 사흗날, 2020. 1.14.불날. 맑음 옥영경 2020-01-26 143
5143 165 계자 이튿날, 2020. 1.13.달날. 눈발 날리다 해난 옥영경 2020-01-24 154
5142 165 계자 여는 날, 2020.1.12.해날. 맑음 옥영경 2020-01-23 21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