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달날 맑음, 마을아 잘 있었느냐

조회 수 1307 추천 수 0 2005.09.14 11:38:00

9월 5일 달날 맑음, 마을아 잘 있었느냐

가을학기 가마솥방 시작은 김현덕 엄마가 맡으셨습니다.
아이들은 8시에 겨우 일어나 명상만 하고 아침 때를 건지고
9시 5분에 감나무 아래 모였습니다.
어른들은 달골 포도밭에 오르고(밥알 한동희 아버지도 오셨지요),
아이들은 학교 뒤 댓마부터 마을을 샅샅이 더듬고
조릿대집 뒤의 조릿대 숲길을 지나 큰아버지나무 아래서 밤도 까먹고(으윽, 모기!)
짙은 풀섶을 가르고 대나무 숲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갑니다.
아, 햇살, 바람...
가을입니다.
가을은 늘 '덮쳐'오지요.
하늘이 어찌나 청아하던지요.
그 아래 아이들이 고스란히 가을이더이다.

학교를 돌아 앞마을 큰마로 들어갑니다.
그 끝, 마을을 내려다보는 지킴이 나무 아래 평상에서
우리는 눕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하고 앉았기도 합니다.
건너다 보이는 멀리 달골에선 오늘
덤프트럭들이 흙을 한창 실어내리고 있습니다.
원래는 달골까지 가자던 걸음인데
공사현장 곁 묘에서(문제의 그 묘 말입니다)
지관 불러 무덤 방향도 잡고 봉분도 올리고 제사도 지내고 있어
그 넓지 않은 골짝이 어찌나 번잡하던지 우리까지 들어설 게 아니데요.

공동체 일도 같이 하고 학교 일도 맡을 패를 나누자는 과제가 떨어졌습니다.
가마솥방에서도 당장 오늘 점심부터 설거지 해내라 아이들에게 요구해왔지요.
어찌나들 시끄러운지, 다음 작업은 할 수 있으려나
아니, 점심은 먹으러 갈 수 있으려나...
아이구, 듣다듣다 그만 가을 햇살 아래 졸음이 스며
살포시 잠이 들었나 싶은데, 다행히 시계는 5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 끝났다는 거예요,
전격적으로 한 순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그것도 열이 다 원하는 대로.
아니 세상에 어떤 일이 열이 지 마음 좋은 대로 다 되는 방식이 있답디까?
그런데, 다 좋다는 겁니다.
처음 한 사람을 시작으로 그랑 하고픈 이들이 모이며 패를 나누기 시작했다는데...

산(굳이 지리산으로 불러달랍니다): 류옥하다 령 지용 혜연/ 빨래정리와 모둠방
들: 나현, 채규, 예린/ 개 거둬 먹이기와 복도
하늘: 채은 도형 혜린/ 가마솥방과 운동장
* 책방은 모두가 챙기기로 합니다. 청소를 먼저 끝낸 패에서 하는 거지요.

가을학기 중심생각공부는 '불'입니다.
일찍이 거론해오던 대로.
신이 났습니다, 할 말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다네요.

그리고 아이들은
가을학기 속틀(시간표)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참고 하라고 준 종이에 있지도 않은 대동놀이를 기억해내고
어디에다 넣으면 되냐 물어오는데,
으악, 정말 징헌 놈들입니다요.
세 장이 필요하겠다 던져주었을 뿐인데,
모둠을 따로 나눌 것 없이
뭐 패끼리 하겠다더니 점심을 먹고도 하더니 2시 직전에 마무리를 짓고
보라고 불러댑디다.

오후엔 두 패로 나눠 일을 했습니다.
은순샘은 채은 예린 지용 나현이랑 액비를 배추와 알타리무에 뿌렸지요,
냄새 지독해서 고래방으로 가는 이는 뭔가 하고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던 그 액비.
열무 밭에 가 북을 돋우는 일도 하였지요.
혜린 령 채규 도형 하다 혜연은 열택샘이랑 포도를 땄습니다.
"덜 익은 것 따면 뽀뽀한다, 그리고 다 먹어야 돼."
아이들이 얼마나 꼼꼼이 따냈을 지요.
어른들은 일 속도에 묻혀 상품에 소홀하기 쉬운 걸...
혜린이는 또 그걸 콘티에 어찌나 가지런히 야물게 담던지요.
아이들은 그런 중에도 포도알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입으로 물총쏘기 놀이도 하고
발로는 포도달리기 놀이란 걸 하기도 했답디다.
놀이의 시작들이지요.
저녁 답엔 류옥하다가 령이 어른 공부방 검은 의자를 끌고 와
밀고 다니며 또 신이 났더랍니다.
얼마나 많은 놀이들이 이 학기에도 쏟아질 지요.
아이들을 보며 좋아서, 좋아서,
올라간 입 꼬리가 내려올 줄 몰랐더이다.

남자방이 넓어졌으니 곶감집에 올라가 잔다던 류옥하다는
도저히 불편해서 안되겠다고 되내려왔는데,
형님 도형이와 령이 데려다 주었지요,
아이들이 그렇게 훌쩍 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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