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4.쇠날. 잠깐 볕

조회 수 389 추천 수 0 2020.03.03 00:00:03


 

아침 수행, 설 쇠러 들어온 식구도 따라서 몸을 푼다.

하면 좋으니까.

같이 하려해서기보다 하는 사람이 있으니 따라 한다.

이왕이면 내가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인 게 좋지 않은가.

그래서도 나를 잘 닦을 일이겠다.

 

오후에는 켠 은행나무 판재가 몇 들어왔다.

사이집 다락은 다락이니 천장이 낮다.

침대를 하나 만들었더랬는데 벽으로 붙이니

잘 때만 눕는다 해도 와락 얼굴 위로 쏟아지는 듯한 낮은 천장은 다소 부담이다.

자주 쓰는 이는 몰랐는데,

지난해 6월 시인 이생진 선생님 머무실 땐

벽 쪽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베개를 두셨더라.

머리맡으로 탁자가 있는 것도 쓸모가 있고,

그게 벽으로부터의 띄우기가 된다면 좋을 테지.

판재의 껍질을 떼어내고 사포질을 해서 그 용도로 쓰면 될 테다.

 

일찍부터 졸음이 어둠처럼 쉬 오는 섣달 그믐밤,

한 선배에게 글월을 띄웠다.

1월 말 서울에서 이어질 만남들의 시간흐름을 짜는 중.

 

푹한 날들이어요.

한편 추워야 되는 일들도 있을 터인데,

제게는 복인 이 겨울이군요.

사람이 참 이리 이기적입니다...

 

그야말로 섣달 그믐밤이군요.

내일이 설인데, 이제 시댁에는 가지 않으실 터이니

여행이라도 계획하고 계실까요...

 

여기는 165 계자(계절자유학교)를 끝내고 한숨 돌리는 중.

그렇지만 주로 계자 후속작업이지요.

겨우 기록을 정리하는 정도이지만.

제자리로 보내야 하는 물건들도 아직 그대로 두고,

이불은 봄이 와야 빨 게고...

 

계자는 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라고 농을 할 만치

여전히 감동이었군요.

아이들이 그래요, 우리가 생명이 가진 기쁨을 지닌 존재임을 가르쳐주지요.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그렇게 일깨워주는.

이번에는 밥바라지도 제 몫이었어요.

도토리가루를 빻아두었던 걸로 묵도 만들어 멕였지요.

뜨겁게 온 몸으로 산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시간이었더랍니다.

노동이 나를 사람이게 하는!

 

130일 나무날 영동역발 10:48 기차에 올라 13:18 서울역에 닿을 거여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514 2020. 1.11.흙날. 맑음 / 165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20-01-22 535
1513 165 계자 여는 날, 2020.1.12.해날. 맑음 옥영경 2020-01-23 694
1512 165 계자 이튿날, 2020. 1.13.달날. 눈발 날리다 해난 옥영경 2020-01-24 713
1511 165 계자 사흗날, 2020. 1.14.불날. 맑음 옥영경 2020-01-26 643
1510 165 계자 나흗날, 2020. 1.15.물날. 맑음 옥영경 2020-01-27 929
1509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76
1508 165 계자 닫는 날, 2020. 1. 17.쇠날. 맑음 옥영경 2020-01-28 658
1507 2019학년도 겨울, 165 계자(2020. 1.12~17) 갈무리글 옥영경 2020-01-28 826
1506 2020. 1.18.흙날. 맑음 옥영경 2020-02-20 525
1505 2020. 1.19.해날. 아침 이슬비 옥영경 2020-02-20 491
1504 2020. 1.20.달날. 아침에도 밤에도 눈발 옥영경 2020-02-20 567
1503 2020. 1.21.불날. 맑음 옥영경 2020-02-20 720
1502 2020. 1.22.물날. 오후 짤끔거리다 저녁비 옥영경 2020-02-21 500
1501 2020. 1.23.나무날. 비, 축축하게 옥영경 2020-03-02 429
» 2020. 1.24.쇠날. 잠깐 볕 옥영경 2020-03-03 389
1499 2020. 1.25.흙날. 잠깐 볕 옥영경 2020-03-03 458
1498 2020. 1.26.해날. 저녁부터 비 옥영경 2020-03-03 431
1497 2020. 1.27.달날. 비, 질기게 옥영경 2020-03-03 417
1496 2020. 1.28.불날. 흐림 옥영경 2020-03-03 458
1495 2020. 1.29.물날. 흐린 사이 간간이 흩뿌리는 비 옥영경 2020-03-04 5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