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4.쇠날. 잠깐 볕

조회 수 393 추천 수 0 2020.03.03 00:00:03


 

아침 수행, 설 쇠러 들어온 식구도 따라서 몸을 푼다.

하면 좋으니까.

같이 하려해서기보다 하는 사람이 있으니 따라 한다.

이왕이면 내가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인 게 좋지 않은가.

그래서도 나를 잘 닦을 일이겠다.

 

오후에는 켠 은행나무 판재가 몇 들어왔다.

사이집 다락은 다락이니 천장이 낮다.

침대를 하나 만들었더랬는데 벽으로 붙이니

잘 때만 눕는다 해도 와락 얼굴 위로 쏟아지는 듯한 낮은 천장은 다소 부담이다.

자주 쓰는 이는 몰랐는데,

지난해 6월 시인 이생진 선생님 머무실 땐

벽 쪽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베개를 두셨더라.

머리맡으로 탁자가 있는 것도 쓸모가 있고,

그게 벽으로부터의 띄우기가 된다면 좋을 테지.

판재의 껍질을 떼어내고 사포질을 해서 그 용도로 쓰면 될 테다.

 

일찍부터 졸음이 어둠처럼 쉬 오는 섣달 그믐밤,

한 선배에게 글월을 띄웠다.

1월 말 서울에서 이어질 만남들의 시간흐름을 짜는 중.

 

푹한 날들이어요.

한편 추워야 되는 일들도 있을 터인데,

제게는 복인 이 겨울이군요.

사람이 참 이리 이기적입니다...

 

그야말로 섣달 그믐밤이군요.

내일이 설인데, 이제 시댁에는 가지 않으실 터이니

여행이라도 계획하고 계실까요...

 

여기는 165 계자(계절자유학교)를 끝내고 한숨 돌리는 중.

그렇지만 주로 계자 후속작업이지요.

겨우 기록을 정리하는 정도이지만.

제자리로 보내야 하는 물건들도 아직 그대로 두고,

이불은 봄이 와야 빨 게고...

 

계자는 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라고 농을 할 만치

여전히 감동이었군요.

아이들이 그래요, 우리가 생명이 가진 기쁨을 지닌 존재임을 가르쳐주지요.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그렇게 일깨워주는.

이번에는 밥바라지도 제 몫이었어요.

도토리가루를 빻아두었던 걸로 묵도 만들어 멕였지요.

뜨겁게 온 몸으로 산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시간이었더랍니다.

노동이 나를 사람이게 하는!

 

130일 나무날 영동역발 10:48 기차에 올라 13:18 서울역에 닿을 거여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74
6573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66
6572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62
6571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49
6570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47
6569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46
6568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46
6567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46
656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29
6565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221
6564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20
6563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216
6562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214
6561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213
6560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210
6559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208
6558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08
6557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205
6556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203
6555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