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30.나무날. 맑음

조회 수 398 추천 수 0 2020.03.04 08:40:38


 

학교를 들렀다 달골로 들어올 이가 있었다.

그 편에 차를 타고 나갈 참이었는데, 계획이 바뀌었네.

이런 바쁜 아침에 학교에 걸어 내려가 차를 가지고 들어와 짐을 실어야 하는.

그래도 수행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라.

 

영동역발 10:48 기차에 올라 13:18 서울역에 닿았다.

‘2시부터 2020년 신입사원 면접인데 4시 반쯤 끝날 듯해요.

마지막 한두 명 정도를 봐 주심 어떨는지?’

사외면접관 노릇도 해보려는 일정도 있었더랬다.

그런 거 있잖나, 전문분야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또한 인간 일반이기도 하니

그런 측면에서 사람을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당락에 큰 영향은 없을지라도

혹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질,

그리고 밥벌이일 일에 내가 선 하나라도 잡는 일이 옳은가 따졌을 때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

대신 벗이 일정이 끝날 때까지

종로타워가 머잖은 곳에 건너다보이는 서린동의 한 빌딩 4층에서

출판할 원고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곳 교육팀장의 업무보고 자리에는 함께한다.

학교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학교 너머 교육에서

이쪽 끝인 물꼬가 아날로그적이고 고전적 가치를 쥐고 있다면

저쪽 끝이라 할 그곳은 기술과 미디어, 그러니까 첨단 또는 디지털이라고 대별될 것이었다.

서로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차차 의견 나누기로 한다.

벗과 미술관을 같이 걷기로 한 일정이 있었으나 해가 졌고,

예약해야만 하는 테이블이 다섯 밖에 없는 판판동의 한 프랑스 식당에서

밥을 먹고 피노누아를 마셨다.

와인은 뭘로 드릴까요?”

아름다운 맛으로 주세요.”

피노누아는 오늘 정말 그 맛이었네.

 

밤에는 상처 입은 스물여섯 청년과 만났다.

세상의 중심에 설 운명을 지녔음직한 청년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부디 아침마다 햇볕 속 열 걸음만 걸어 달라 부탁하였네.

작은 습 하나가 생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 작은 힘이 온 생의 힘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밤, 벗이랑 몸살피기.

세상 복이 다 무엇이더냐, 내 몸이 성하지 않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더냐.

힘도 그 몸에서 나올지라.

마음도 그 몸으로부터 시작할 지라.

 

학교에는 165 계자를 끝낸 샘들의 갈무리글이 하나씩 닿고 있는 시기.

오늘은 세 통의 메일이 들어왔다.

 

‘(...) 정신을 가다듬으며 하루를 알차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거지만

아직 약한 저의 정신력으로는 오랜만이기도 하고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샘들이 처지면 아이들도 처지니

샘들이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해건지기를 했네요.

이번 165번째 계자도 이렇게 정신 훈련을 하고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계자였네요. (...)’

새끼일꾼 도은이었다.

 

품앗이 수연샘의 글도 닿았고;

‘(...) 165계자의 샘들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는 법이 없었고 할 일이 있나 찾아보려하면

이미 다른 샘들이 일을 하고 있을 정도로 부지런했고 정성스러웠습니다.

혼자 일을 도맡아하는 사람 없이 다 같이 힘내면서

샘들끼리 너무나도 정다웠던 계자였던 것 같습니다.

교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저에게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고

또 이렇게 온전히 물꼬에 빠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물꼬에게 고맙습니다. (...)‘

 

태희샘의 글도 닿았다;

‘(...) 이번 165계자를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간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요.

몸은 힘들었는데 말도 안 되지만 마음은 정말 편했습니다.

, 그리고 이번 계자는 휘향샘께 정말 고마움을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묵묵히 뒤에서 열심히 해주시고

제가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아주셔서 항상 힘이 되었어요.

휘향샘의 고마움을 왜 이제야 제대로 느꼈는지 모르겠네요.

모두에게 참 고맙습니다. 부족해서 더 느끼는 바가 많았고

부족했다고 해서 많이 부족한 것도 아닌 정말 눈곱만큼 부족했던,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었던,

품앗이 김태희에겐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전체적으로 익숙했던 것에 대해

감사함과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자였습니다.

옥샘, 참 감사하고 가장 감사합니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힘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서로 어떻게 힘이 되었던가에 대한 기록들이었다.

(위 셋은 이종사촌들이다. 보냈냐 묻고, 안 보냈다 답하고, 빨리 보내자 했을, ㅎㅎ

예쁜 자매들이다, 좋은 곳을 공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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