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해날. 맑음

조회 수 375 추천 수 0 2020.03.05 23:40:23


 

내 고통을 이해하고 싶었다,

왜 나한테 힘든 일이 일어나고 심지어 안 끝나는지 알고 싶었다,

내 일에 몰두할수록 애들은 방치되는 것 같고,

몸이 힘들고 생활이 빠듯하니까 한숨만 늘고 예민해지고.

이 내면의 괴물을 어떻게 다스리나, 사람이 미운데 어떻게 사랑하고 같이 사나,

그런 문제를 풀고 싶었다고 했다.

한 작가를 인터뷰한 글을 읽고 있었다.

그도 그랬구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구나...

그는 그럴 때 글을 썼고,

나는 그럴 때 물꼬에서 청소를 하고 풀을 맸다.

남한테 매달리거나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하자.

구원은 역시 자신의 손에 달렸다고 말하기로 한다.

 

물꼬에서는 청소의 핵심은 후미진 곳이라고 늘 말한다.

보이는 곳, 넓은 곳만 하기 쉽다.

모든 것은 이면을 가지고 있다.

설거지만 해도 그렇다. 그릇은 뒷면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 온 사람들은 교문을 들어서고 운동장을 지나고 본관을 들어섰다가

뒤란으로 갈 일 없이 다시 왔던 길로 대문을 나선다.

대개 집에 오는 손님들도 집 뒤로 돌아갈 일이 없다.

옛집처럼 뒷간이 그야말로 뒤에 있는 시절도 아니니.

그러다보니 교사 뒤란은 눈이 가지 않기 쉽고,

눈이 안 가니 청소도 잘 안하기 또한 쉽다.

청소를 하는 건 고사하고 어느새 쓰레기더미가 되기도 쉽다.

물꼬 역시 짬짬이 뒤란을 살피지만 어느새 또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쌓여있다.

오늘부터 화목보일러 앞을 정리 중이다.

주로 아궁이를 지키는 이들이 치운다지만

계자 때는 불만 때고 떠나면 또 그만이고

역시 이곳에 상주하는 이의 몫이라. 그래야 하고.

나뭇가지들이 흙에 엉켜있고, 비닐들이 말려있고, 거기 낙엽이 쌓이고...

여러 날 일이 될 것이다.

 

엊그제 무슨 말 끝에 나왔던 어째도 물꼬, 어차피 물꼬라는 말을 또 곱씹었더랬다.

우리 어째도 어떻게든 하고야 만다,

어째도 물꼬는 그런 의미였던가,

우리는 부자이지도 않고 어차피 물꼬이니 있는 것으로 충분히 산다,

어차피 물꼬는 그런 뜻이었나 하고.

그 말이 계속 고였네.

어째도 물꼬는 어떻게도 살아나갈 물꼬라는 말이었나,

어차피 물꼬는 어차피 벗어나지 못할 물꼬이니

그렇다면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증명하자는 뜻이었나...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특강요청이 있었고, 325일 낮 1시에 하기로.

안내가 떠서 신청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아들의 문자가 닿았다, 이러다 엄마 강연까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세진다는 말이다.

이미 한 달 여정의 라오스행도 못 가고 발목이 잡혔더랬는 걸.

뭐 그리 심각할까, 감기랑 무엇이 다를까,

면역이 떨어지면 걸리는 것에 불과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면 그리 두려워할 것 없다는 생각인데...

지레 너무 겁들을 먹는 건 아닌가.

sns며로 실시간 삶이 서로 전달되니 공포도 배가 되는 측면이 있잖은가 싶기도 하고.

 

이혼을 하기 위해 법정에 선 한 부부를 안다.

한 쪽은 가까운 벗이라.

젊은 날 사주카페에서 알바도 했던 걸 아는 벗이 농으로 물어왔더랬다.

내 사주가 올 해 좀 어때? 이길 수 있겠어?”

어려운 시간을 건너가는 그에게 작은 위로라도 될까 오늘은 글월 한 줄 넣었네.

아무리 뜯어봐도(사주며 기운이며) 그대가 밀려요.

 힘을 기르셔야겠습니다.

 그렇게 마른 옥수수 속처럼 메말라 계셔서야 어디... (단순히 몸이 가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와 하는 싸움이 가망이 없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하는,

 어려운 시대의 사명 같은 게 아니잖아요.

 이기자면 힘이 있어야지요!

 그러자면 내 몸부터, 내 영혼부터 실해야 합니다.

 갈 때마다 몸을 좀 살펴드리고,

 아침이면 수행(수련과 명상)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소에도 꾸준히 몸을 단련해주셨으면. 부디!’

이 멧골에서 물꼬가 하는 순기능 첫째는 밥을 내는 일과 기도하는 일이지 싶은.

그리고 먼저 건강하게 사는 일.

 

또 일어나 또 새 생을 살며 또 수행하고,

그리고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한 벗을 위한 기도가 계속된다.

대개 그때그때 떠오르는 얼굴들에게 보내는 기운일진대

이 얼마동안은 오직 그를 위해서 하는 절이라.

그런데, 어제는 그만 못하였던 절이었네.

하지 않은 절을 오늘 이백 배를 했다 해도 그냥 넘긴 하루는 그냥 넘어간 하루.

내가 하는 기도가 당락의 결정은 아니겠으나

마치 그 하루가 모자라 그의 어깨가 조금이라도 처진다면!

더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이백배 엎드리고 가는 오늘이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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