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5.물날. 맑음

조회 수 660 추천 수 0 2020.03.05 23:42:31


 

이른아침 영하 10.

간밤의 기세면 온 천지가 하얗게 덮였으리니,

내다보았더니 서리 두텁게 앉은 날보다 살짝 더 진한 하얀색.

언제 눈을 뿌렸더냐, 하늘은 말짱해져서 초롱초롱 별들을 달고 있었다.

그마저도 아침 해에 녹았네.

그래도 절대 굽히지 않는 고집처럼 달골에 이르는 마지막 깔끄막은 눈을 여전히 달고.

해가 기울기 전에 쓸어야했다. 얼면 여러 날 갈 영하의 날들.

 

계획대로라면 19:10 인천발 라오스 비엔티엔행 비행기에 올랐을 오늘이다.

한 달 여정의.

며칠 전, 일정은 잠정 연기되었다.

코로나 신종바이러스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간밤에 전해진 뉴스에는

중국인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판정 직전 라오스를 6일간 관광했던 것으로 드러나

라오스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다들 안녕하신가.

 

가자미를 굽고 묵밥을 끓이고, 그리고 배추전을 부쳤다.

온 식구들이 아주 좋아하는 배추전이다.

같이 살았던 내 외할머니가 해주셨던.

일종의 영혼의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네.

그거 먹으면 엄청 기분이 나아지는.

울 어머니가 해주시는 된장해물탕도 그런 것.

내가 집에 갈라치면 어시장을 나가 해물을 사 오셨던.

그대 영혼의 음식은 무엇이신지.

 

영하 14도로 내려간다는 밤, 이곳이라면 영하 16도는 될 밤일,

학교 뒤란 보일러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달골에 올라와서는 창고동 난로에 불을 지폈다.

보일러 온도 조절기는 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영하를 보여주지 못하는 그것이니 실제 온도가 어떨지는 알 수 없는.

난로에 장작불을 피우고 바닥 보일러도 돌려놓으니

영상 12도에 이르렀다.

불튀가 나오지 않게 난로 문이며 바람구멍이며 꽁꽁 닫아놓고 나왔다.

집을 그리 돌보면 더 오래 가고말고.

그리 돌아보면 변기며 얼어터질 만한 일도 괜찮을.

 

아들, 한달살이가 끝나가네.

 세계일주가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듯이,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가 중요할 것.

 건승을 비네.’

외국의 한 도시에 머물고 있는 아들이 보내온 문자에 답 한 줄.

대통령비서실에서 아들한테 엽서가 한 장 들어오기도.

일전에 그가 작은 꾸러미 하나 보낸 일이 있었더라는데, 굳이 답신이.

얼마나 많은 서한들이 그곳에 닿을 텐데...

소소한 것에도 마음 쓰는 수장의 따스함이 느껴졌더라.

그런 수장을 가진 국민의 느꺼움이 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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