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11.불날. 맑음

조회 수 1668 추천 수 0 2020.03.12 23:07:58


 

영상 15도까지 올라간 기온.

봄이 무색할 만.

 

아침 9시 출근하듯 손님 하나 학교로 찾아들었다고.

사람들이 물꼬로 올 때 흔히 지나는 길이라 들렀다지만,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황간나들목으로부터도 차로 30,

빠져나오기도 쉽잖고, 여기까지 오고가기도 쉽잖은 거리,

여간한 마음이 아니고는 어려운 걸음.

휑한 마음이 있었을 거라, 무슨 일인가 있었을 거라,

대해리에 들어오기 전 면소재지 마지막 가게에서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물꼬에 부려줄 뭔가를 담으며

그는 이른 아침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출장길이거나, 일을 그만두고 있거나, 휴가이거나 할.

물꼬에는 그렇게 마음을 부리러 사람들이 다녀가곤 한다.

밤에야 물꼬 들어가겠는데...”

아침뜨락에도 기웃거렸다 하니 좋은 기운이 그에게 닿았기를.

 

어제 먼 남도에 볼일을 보러 간 걸음으로

한 찻집에 자리 틀고 종일 곧 낼 트레킹기 교정지와 씨름하다.

교정에 열흘 정도 말미를 얻었지만

정작 집중적으로 본 건 간밤 자정이 다 되어서부터 밤새,

그리고 새벽녘 한 시간 눈 붙이고 다시 온종일.

18시를 20분 남겨두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정리해서 우체국까지 달리고,

도착하니 5분 전,

나이 많은 직원 셋이 말과 손을 보태가며 교정지를 쌌고,

6시 우편료를 냈다.

내 손에 따로 원본이 있지 않으니 중하게 배달되어야 한다며 꽁꽁 여며 보냈다.

PDF 파일에서도 메모 기능은 있었으나 교정지에 덧붙이는 게 더 편하기도 했고,

사실 옮기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도 있었다.

출판사에서 그래도 된다 하기도 했고.

그렇게 교정을 털었네.

교정지가 그야말로 헤집어놓은 땅 같은.

 

한밤, 문자가 들어왔다.

어제 책을 산 사람이 책을 다 읽고 간단한 후기까지 써서 보내오다.

깜짝 놀랐다.

후딱 읽은 것만도 그럴진대, 그러고 나서 느낌글까지 썼다니.

엊그제 한 사무실에 들러 사람을 기다리며 교정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걸 그가 눈여겨보고

그 표지를 찍더니 곧 나올 책이라는 홍보까지 더한 글이었다.

책이 발간되면

자유학교 물꼬의 운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꼭 구입하겠다는 의지까지.

아내 분도 산티아고를 몇 해 전 걸었고, 올해 또 그곳을 간다지.

그래서도 걷기 책에 관심이 더 갔더라나.

 

이제 25일까지 보내야 하는 새 원고 초안에 매달려야 하는.

너무 고단해서 잠이 늦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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