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13.나무날. 비

조회 수 500 추천 수 0 2020.03.12 23:10:09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혼자 깨달을 시간을 주어야 한다.

때로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할 테지만 혼자서도 아는 날이 온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어른들도 그렇다. 물론 나도 그렇다.

안타깝게도 너무 자주 반복하거나 너무 많이 돌아가지만, 결국 안다, 깨닫는다.

허니 나는 알겠고 그는 모르는 걸로 보이는 어리석은 길을

내가 나서서 다 말할 건 아니다.

그도 그의 길을 아는 날이 오리라, 내가 나의 길을 아는 날이 오듯.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이 가져야 할 절대적인 미덕은 역시 기다림일.

 

학교아저씨는 대문 앞 꽃밭의 쓰러진 장승을 다시 세워보고 있었다.

이참에 빼낼까 싶더니,

2004년 상설과정을 열기도 전 아이들과 계자에서 형길샘이 만든 거였다.

아직 그 역사를 기억할 수 있으니 기쁠.

다른 편의 아직 건재한 장승은 200411월 지우샘이 와서 깎아주셨던 거다.

달골에 있는 세 쌍(창고동 들머리, 사이집 들머리, 아침뜨락의 미궁 한 쪽)

모두 목연샘이.

형체를 지닌 고마움은 그것을 볼 때마다 고마움을 또 상기시키니

그래서 선물이란 쓰임이 좋은 것을 하는 게 맞겠네 싶은 오늘.

 

저녁에는 면을 밀었다.

반죽을 해서 밀고 펴서 채썰기.

물론 밀가루로.

더러들 물었지, 당면은 뭐로 만들지 하고.

당면 냉면 쫄면은 전분가루로. 그것까지 여기서 반죽하고 미는 건 아니고 사서 함 :)

헌데 나는 오랫동안 소면이란 말 가는 면인 줄 알았다. 면으로 알고 있었던.

그런데 소복(素服) 할 때의,

하얗게 차려입은 옷. 흔히 상복으로 입음. 흰옷을 말할 때의 그 소()였다.

 

흰 빛의 비단

흰 빛

꾸미지 않고 수수한 것

음식에 고기나 생선 따위를 쓰지 않고 채소류만으로 만든 음식

┈┈• ∼로 끓인 콩나물국

상중(喪中)에 고기나 생선 따위를 먹지 않음

 

그러니까 중면(中麵)이란 말은 없는 거다. 소면이 면이 아니니까.

소면(素麵)은 고기붙이를 넣지 않은 국수를 말하기도 함.

 

질리지 않는 칼국수다.

수제비도 그 반죽으로 하는 것이지만

뭔가 밀고 펴고 썰어먹으면 더 맛나게 느껴지는.

비까지 내린 뒤의 우중충한 저녁이어 맛나기 더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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