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람 하나 보냈다.

어제 오후 한가운데 경찰차가 오고 119 구급차가 들어왔다 나갔다.

마을에서 별 소식 못 들어 궁금만 하였는데,

저녁답에 마을방송이 있었네.

가는 사람만 있고 태어나는 아이는 없는 두멧골.

아주 오래 전 마을이장을 했고,

마을에서 글을 아는 몇 안 되는 어르신 중 하나.

풍이 온 안주인의 수발을 십여 년 들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다시 수년이 흘렀더랬다.

그리고 영영 떠나신.

한 세상 애 많이 쓰셨어요!”

 

사이집 앞에 겨울 들머리 이웃 사람 하나가 쌓아주던 돌담이 있었다.

빵 한 입 베어 문 자국처럼 조금 비워진 부분이 있는 채

겨울이 깊어져버려 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굳이 또 그네를 부를 것까지 무에 있으랴 하고

오늘은 마저 쌓아올렸다.

마침 기온이 낮지 않아 얼어있던 돌들도 깨었는 바

쌓기가 좋았다.

뭐라도 하나 마무리가 되면 다음 일이 좋지.

널부러져 있던 돌들을 좀 모아도 놓고,

돌과 흙과 풀뿌리와 가끔 밭에서 쓰는 비닐들도 섞인 더미를

헤집어서 끼리끼리 모으거나 치우거나 버리거나.

일하는 사이 빗방울 잠깐 떨어져 접을까 하다

계속 내릴 비는 아니다 싶어 일을 이었더니 비도 그러다 멎은.

비 들기도 하였으나 볕은 볕대로 좋아 일하기 좋았네.

 

아침마다 습이들을 앞세우고 하는 아침뜨락 산책인데,

오후에도 들다. 마침 준한샘도 왔기 나무를 몇 들일까도 하여.

감나무 옆으로 오죽 무데기 놓을 자리, 달못 한 쪽 자작나무 열댓 그루 들어설 자리,

그리고 미궁 한쪽으로 대나무 기도처 자리를 구상한다 생각을 나누고

필요한 나무들을 어떻게 들일지 조언을 구하다.

조심조심 걸어가는 언 산길처럼 한 발 한 발 디뎌가는 아침뜨락 일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362 9학년 예술명상(9.25) 갈무리글 옥영경 2020-11-12 440
5361 167계자 사흗날, 2021. 1.19.불날. 맑음 옥영경 2021-02-07 440
5360 2022. 1.17.달날. 밤 눈발 옥영경 2022-01-27 440
5359 2021.10.30.흙날. 맑음 / 대왕참나무 한 그루 옥영경 2021-12-15 441
5358 2022학년도 겨울, 171계자(1.8~13) 갈무리글 옥영경 2023-01-17 441
5357 2019.10.17.나무날. 흐림 / 주목 세 그루 옥영경 2019-12-05 442
5356 2019.12.12.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0-01-14 442
5355 2021. 1.28.나무날. 눈 옥영경 2021-02-13 442
5354 2020.10.19.달날. 맑음 / 대안교육백서에서 옥영경 2020-11-22 443
5353 2019.11.10.해날. 흐려가는 오후, 비 떨어지는 저녁 옥영경 2019-12-30 444
5352 2019.11.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9-12-31 444
5351 2022. 3.27.해날. 맑음 옥영경 2022-04-22 444
5350 2019.11. 8.쇠날. 맑음 옥영경 2019-12-29 445
5349 2020. 2.17.달날. 눈 옥영경 2020-03-13 445
5348 2022. 8.30.불날. 비 / 170계자 샘들 계자평가글을 읽다 옥영경 2022-09-13 445
5347 2023. 8.13.해날. 맑음 /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옥영경 2023-08-15 445
5346 2020. 3. 4.물날. 해와 먹구름이 오간, 기온 낮고 바람 거친 옥영경 2020-04-08 446
5345 2021.12.22.물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446
5344 170계자 닫는 날, 2022. 8.12.쇠날. 맑음 옥영경 2022-08-24 446
5343 9월 집중수행(9.3~4) 갈무리글 옥영경 2022-09-17 44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