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17.달날. 눈

조회 수 440 추천 수 0 2020.03.13 23:35:04


 

눈 내린다.

아침나절 잠시 해를 보이긴 했으나

계속 나린다. 어제 늦은 아침부터 내렸다.

 

눈 쓸다.

달골에서 습이네들 데리고 산책을 나서는데,

! 누군가, 저네들은.

남자 장정 셋 빗자루를 들고 달골 길을 내려가고 있다.

눈이 쓸려 있다, 깔끄막 끄트머리만 살짝 빼고.

그 말은 거기까지 차가 올 거라는 얘기다. 누가? ?

짐작컨대 산판 관련이 젤 유력하다.

달골 계곡 언저리 산에 산판을 했더랬고,

지난겨울 초입 달골에 낯선 차가 왔다가 다른 구역도 산판을 하게 될 거란 말을 흘리고 갔다.

곧 일을 할 모양이다.

며칠새 그럴 게 아니라면 눈을 치울리야 없지 않을까.

, 만약 그렇다면 겨우 차 한 대 다닐 수 있는 이 길에 우리 차도 어려움이 클 테지...

 

눈을 쓸다.

햇발동에 이르는 얼마쯤, 사이집에 이르는 얼마쯤,

대문 앞 얼마쯤, 그리고 차가 뒤집어쓴 눈을 쓸어주다.

그 위로 종일 또 눈이 날리고,

얼면 큰일이라 저녁답에 깔끄막을 또 쓸다.

천천히 주말에 있을 어른의 학교를 위해 햇발동과 창고동 초벌 청소를 하다.

 

! 곧 내놓을 트레킹 책에 엄홍길 대장님이 표지에 몇 글자 추천사를 써주기로 하심.

다 저녁에 들어온 전화에 크게 소리를 질러

밖에서 습이네들이 짖었다, 큰일이 났나 하고. 어쩌면 주인을 지키겠다고.

폴짝폴짝 뛰었네. 습이들 말고 나.

201411월 네팔 카트만두 북한 식당 언저리에서 뵈었더라지.

 

추천사를 부탁한 마지막 한 사람(셋 가운데 하나)에게 다시 메일을 보내다.

이름값을 나눠줄 수 있으신가,

그 방법으로 책 표지에 실을 추천글 두어 줄 써주실 수 있는가 여쭈었더랬다.

세상 일이 돌고 돈다.

수년 전 한 어른이 책을 내면서 내게 추천사를 부탁해온 일이 있었다.

못했다.

사실 쌓인 일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글에 동의하지 못했던 부분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뭐라고, 마음을 더 냈어야 했다고 두고두고 미안해하고 있다.

무식한 울 어머니 늘 말씀하셨더랬다.

샘에 함부로 침 뱉지 마라,

그 물 먹을 일 없을 줄 알지만 세상일을 어찌 알겠느냐고.

그에게 글월을 보내고 기다리는 이 마음이

그때 그 어른의 마음이었겠구나 새삼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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