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나무날 한 쪽 하늘 먹구름 잠깐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5.09.19 23:48:00

9월 8일 나무날 한 쪽 하늘 먹구름 잠깐

지난 학기 읽어주던 책을 마저 읽고, 공연연습 짧게 한 차례,
이번 학기 '불이랑' 공부를 어찌 해나갈까 의논도 한 뒤
여름방학숙제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다음에 방학숙제를 낼 때에는 꼭 해야 할 것, 할 만하면 할 것, 하면 좋을 것,
뭐 이런 식으로 갈래를 지어놓아야겠습니다.
숙제를 내는 쪽에서 젤 무게를 실었던 건 '7번 안무'였는데
(귀로 듣고 몸을 음악에 실어보는 거)
정작 그 숙제를 한 녀석은 하나 밖에 없습디다.
혹 어디 현장학습을 다녀오고
구구단을 외고 피아노를 치고 셈놀이 분수를 다루고 하는
보다 학습적인 걸 어른들이 더 잘 챙긴 건 아니었을까요?
어른과 아이가 같이 챙기는 숙제였는데,
춤이란 걸 정작 어른 편에서 더 어려워하고 있지는 않았나 살펴볼 일이겠습니다,
어른의 한계가 아이의 한계가 되는 거요,
먼저 어려워하면 아이도 그만 어려워져버리는 거 말입니다.
같은 주제로 책을 하나 사서 읽고 오는 게 있었는데,
그간 또 빠진 애가 없습니다.
사는 거는 쉽다?

수영을 갔습니다, 첫 수업이지요.
봉고차 대신 트럭을 들이고나니 아이들이 밖으로 움직이는 일이 오래 고민이더니
한동희 아빠가 포도 일을 도와주러 오신 길에 차를 한 대 움직여줘서
두 대로 모두 갈 수 있었습니다.
(혜연이가 못갔지요, '도움꾼'으로의 책임을 저버렸다고.
늘 기다리게 하는 혜연이에게
두고 간다고 차를 서서히 움직이며까지 협박도 한다는 소리를 귀에 못박히도록 들으면서
한번쯤 정말 모질게 그러잔 게 오늘입니다.
더구나 이미 수영도 배운 그인지라 하루 안가는 일이 그리 큰 타격일 것도 없겠다 싶었고.
그런데 정말 최선이었을 지...)
아이들은 참말 행복해라 했습니다.
방학 전엔 하루 얻은 시간이라고 지치도록 물에 있었는데,
주마다 한 차례 오기로 하였으니 적당히 접게도 되어 몸이 좋을 만치 논 게지요.
그런데 어느새 아이들은 저쪽 반대편 끝까지 나아갑디다,
아이들의 배움 속도라니...

가마솥방에선 손님맞이 채비 김치를 담고
밭에선 쪽파를 심고 액비를 물이랑 섞어 뿌리고,
닭장 옆 두둑의 옥수수가 빠져나온 자리엔 시금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이곳에서 상설학교 아이들이 두 번째로 맞는 가을,
식구모두한데모임이 있었습니다.
학기를 시작하며 나누고픈 이야기들,
일상적으로 챙길 것들에 대한 안내와 확인
(사무실에서 아이들이 곳간 쓰는 것에 대해, 가마솥방에서 빨래 정리방식에 대해,
배움방에서 정돈을 유지하기 위해, 농사에서 연장 챙기기...),
지난 학기에 이어 계속 집중하고픈 일에 대해서도 되확인했습니다,
자기 움직임을 깨달으며(의식) 움직이는 거요.
오는 10일에 있을 잔치도 짚고,
급한 농사일들로는,
어른들은 계속 포도일에 집중하고
당장 따내려야할 열매들은 아이들 일 시간에 챙기자 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주마다 연극을 하는 건 어떨까요?",
그럼 쇠날 일 시간 정도를 쓸 수 있을 듯한데 그렇게 되면 일은 어쩌나 하니
그럼 흙날과 해날의 한껏맘껏을 빼는 것도 방법이겠다 합니다.
넘들은 아직 무슨 말인가 헤아리거나 계산하고 있는데,
노는 시간에 예민한, 절대로 그걸 포기할 리 없는 류옥하다 선수 얼른
"안돼요, 안돼, 절대 안돼!"
고개 저으며 소리칩디다.
연극을 하는데 모두 동의하고 나니
흙날과 해날 한껏맘껏 시간에 공동체 일을 더 챙기겠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집니다.
자전거 얘기도 나왔네요.
지금 성한 게 거의 없답니다.
어른들이 포도일에 다 매달려 아무도 손을 못 봐 주고 있고,
관리체계도 신통찮은 게지요.
물꼬장터를 통해 받아보거나 자전거를 세울 대를 만들겠다,
어른들이 지금 너무 짬이 없으니 되는 것만 일단 타고
9월을 견뎌 달라 부탁합니다.
저들은 저들대로 방법을 찾아본다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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