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했다.

코로나 19 사태에 우리는 모임을 하는 게 맞는가.

긴밀하게들 연락했고, 공식적으로 취소했다.

하지만 개별로 다녀갈 수는 있다고 했다.

헌데, 신청자들이 다 와버렸다!

 

학교아저씨는 가마솥방과 운동장을 둘러보고,

달골에서는 햇발동과 창고동을 청소했다.

먼저 닿은 희중샘과 세인샘과 세빈샘이 와서 달골로 이불을 날랐다.

손님이 아닌 그들이라.

희중샘은 사흘 전 미리 바삐 연락을 해왔다.

자신이 준비해가는 것이 어떤 건지 알려왔고,

혹 또 따로 준비해얄 게 있으면 알려달라고까지 한.

고맙기도 하지, 라는 말 말고 다른 어떤 말을 할 거나.

물꼬가 그런 손들로 산다.

새벽에 일어나 자정에서야 문을 닫는 가게를 운영하는 그를 생각하면

내 게으름의 등이 허리를 바짝 펴는!

 

이제야 부랴부랴 장을 보러 나가려는데,

저기서 사람들 무더기로 온다.

버스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었거늘.

세상에, 늘 하는 일인데, 늘 있는 일인데,

어쩌자고 그런 착각을 다 했을까.

5시께 들어오는 버스를 6시로 생각한.

먼저 들어온 샘들에게 부엌 선반 닦는 일을 맡기고 나서던 걸음이었다.

이럴 때 무슨 귀신에 홀렸다 하나.

거의 다 아주 익은, 그야말로 물꼬 내부 식구라 할 이들이라 느슨했던 듯도.

일단 좀들 쉬어요.”

새로운 얼굴도 더해졌다.

하다샘이랑 치앙마이에서 연이 닿은 소현샘이 사람들 속에 있었다.

 

굳이 안 나가도 모두가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세인샘이 물꼬 월남쌈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했다.

여름에 집중적으로 먹는 것이나 뭐 어떠랴.

멤버가 구성돼야 더 맛난 음식이라, 이리들 모였을 때 먹으면 좋으리.

전 구성원 열여섯, 내일 올 둘을 빼더라도 열넷.

풍성한 저녁 밥상이었다.

마치 그게 하나의 일정인 것처럼.

그렇다. 잘 쉬고 잘 먹고만 가도 좋으리.

정환샘과 화목샘도 이 밥상에 앉으면 좋으련만

그곳 학교 일정 때문에 낼 낮버스로 들어오기로.

 

위가 무거워 걸음이 더뎠다 할까.

늦은 밤 달골에 걸어 올랐다.

단법석은 달골 햇발동 더그메에서 하기로.

이곳에서 이런 시간은 또 언제였나.

20122월 빈들의 밤이 여기서였지, 아마.

그때의 이름자들을 되짚어본다;

기륭 훈정 효정 가온 가람 기림 세훈 하다 인건 영서 인영 태우 기찬샘 규옥샘 희자샘 정휴샘.

물꼬 노래집 메아리를 들고 갔다.

앉은뱅이 상을 이어 펴고, 요를 접어 방석처럼 빙 둘러 깔았다.

밤새 노래들을 불렀지. 무려 새벽 2시까지.

아이들처럼 물꼬에서 배우는 노래를 새로 익히기도 하고,

곳간에서 꺼내오는 양식처럼 불려나온 노래들이 창을 너머 퍼졌다.

계자의 한데모임에서마다

사람들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고 새삼 놀랐더랬다.

노래는, 특히 같이 부르는 노래는

어떤 금기를 깨는 후련함이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고 연대일.

멧골 밤을 아침이 오도록 밝힐래도 어렵지 않을 만치 흥겨운 밤이었나니.

 

그래서, 내일 산을 오를 거나?”

지난 겨울계자에 아이들과 산오름을 못하고 학교에 남았던 태희샘이

2월에 오를 민주지산을 기대했더랬다.

가기로 했다!

아마도 태희샘 마음을 다들 헤아렸으리라.

인근 면소재지 사는 도영이만 해도 얼마나 많이 올랐을 산일 것인가.

새벽에 김밥을 쌀 밥쌀을 앉히러 내려가야지 한다.

공식적인 일정이 아니므로 속틀도 없이 흘러가고 있는 이번 모임이라.

 

, 네팔에 계신 다정 김규현샘의 추천사도 들어오다.

이번에 내려는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에 들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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