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꼬 근황

조회 수 402 추천 수 0 2020.03.28 23:59:24


 

여여하신가 여쭙습니다.


32, 새 학년도를 시작하는 첫걸음 ()’를 특별한 일정 없이 맞았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이 멧골이라고 비켜가지 않았지요.

확진자가 없다고 군청에선 연일 알림을 보내고

이만한 피난처가 없다 싶을 만치 그야말로 청정한 구역이지만

세계적 범유행의 여파는 고즈넉한 이 멧골을 더더욱 고요케 했습니다. 

경로당 문부터 굳게 닫혀 있으니까요.

난리통에도 전쟁이 온 줄도 모르고 끝난 줄도 모르는 깊디 깊은 멧골 마냥

때로 너무 먼 곳의 이야기여 실감이 안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바깥강의는 모두 취소되었고,

내려던 책(<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은 표지 디자인까지 끝낸 상황에서

출판사와 상의하여 인쇄를 미루기로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책을 더 많이 읽을 것 같지만

외려 출판시장은 더욱 얼었다지요.

서점에 사람이 답체 없답니다.

 

그래도 봄은 왔고,

들일은 계속되었습니다.

물꼬의 학교와 달골 일들도 그렇지만

멀리 몇 곳의 품앗이 들일을 여러 날 새벽부터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사택 된장집 지붕 고치는 일이며 오래고 낡은 구석들을 살피고,

연일 운동장 구석구석 낙엽을 긁어 태우고,

개나리며 꺾꽂이 밭을 일구고 회양목 씨앗이며들을 심고,

감자를 놓고 마늘밭을 매고,

명상정원 아침뜨락의 '옴자' 수선화 자리에서부터 풀을 매 나가고,

'꽃그늘길' 뼈대 아래 줄장미 굵다란 포기들을 심고,

'미궁' 한켠에 대나무 기도처도 만들어 가고... 

아, 시커매져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던 학교 현판도 

반대편에 사다리를 놓고 거꾸로 매달려 백색 오일스텐으로 밝게 칠했더랍니다.

 

제도학교의 한 분교를 지원하며 한 학기를 보내기로 한 일정 역시

46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상으로 공문을 처리하고,

특수학급 아이들의 수업은 개별학습지를 보내는 걸로 온라인 수업을 대신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맡는 특수아동들을 위해 개론서를 다시 훑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2020학년도 봄학기는 

주중에는 분교의 특수학급에서 지낼 것이라 물꼬에서의 위탁교육 일정은 없지만,

주말학교는 변함없이 이어갑니다.

대체로 달의 셋째주말엔 물꼬 스테이(수행일정),

넷째주말에는 주말학교(빈들모임이나 어른의 학교, 8월엔 멧골 책방)가 있지요.

3월에는 없었습니다.


4월에도 셋째주말엔 물꼬스테이넷째주말엔 주말학교(빈들모임)를 예정하지만

현재로서는 예측이 어려운 일정입니다.

차차 사정을 보아 소식 올리겠습니다.

 

물리적 거리두기(사회적 거리두기라기보다)로 공식 모임일정은 없지만

꾸준히 개별로 다녀가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새끼일꾼이며 품앗이샘들이, 멀지 않은 곳의 논두렁분들이,

또 아이들이 부모님과 오기도 했습니다.

묵어도 가고 당일로도.

달골 인문학모임도 구성원이래야 몇 되지 않으니 간간이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두 감염경로에 있지 않다는 판단 아래 온 걸음들이었답니다.

 

음력 정월 그믐에 소금물 풀어 메주를 담갔습니다.

40여일 뒤인 식목일 즈음 장을 가를 테지요, 메주와 간장으로.

날마다 뚜껑을 열고 닫으며 장을 익혀갑니다.

삶은 조금씩 달여지는 장처럼 그렇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을 특별히 물어야하는 날들이지요.

어려운 시간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게 하고

사람이 사람을 생각는 뜨거운 연대가 새삼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해방된 날 거리로 쏟아지던 사람들처럼

거리에서 서로들 반가이 마주할 날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3월 28일 흙날,

자유학교 물꼬 절


덧붙임)

더디기는 하나 꾸준히 측백나무 분양(이라 쓰고 후원이라 읽는)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직 37그루가 남은.

http://www.freeschool.or.kr/?mid=notice&document_srl=8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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