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25.불날. 비

조회 수 421 추천 수 0 2020.03.31 23:53:10


 

웅장하다 할 만한 소리였다.

, 멧골 개구리들이 일제히 울었다.

평소라면 자기 영역을 지키려고 할 때나 짝짓기를 위해 저리들 울어대겠지만

습이 많은 이런 날(비 오기 전이나 비올 때)이면 피부 호흡으로 상쾌해져서

맘껏 울어대는 거라던가.(폐로 60%, 피부로 나머지 호흡을)

우수가 지났고, 낼 모레가 경칩.

고맙다, 돌아온 이들이여!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내일이다.

 

총 맞았다. 눈총, 뿐만 아니라 몰매 맞을 뻔했다.

늦은 아침 인근 도시로 넘어갔더랬다.

한 분교의 특수학급을 한 학기 맡기로 어제 최종 결정했고,

공무원채용 신체검사서도 내야 했다.

병원의 많은 인파 속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가 나밖에 없었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구를 포함한 경북권인 이곳은 며칠 전 코로나19 첫 확증자가 생겼다 했다.

얼른 차에 있던 마스크를 챙겨와 썼다.

정말! 거리에 사람이 없고, 있는 사람도 마스크를 다 쓴.

멧골에 사느라 통 모르고 지냈던 거다.

 

마을을 빠져나가면 나간 걸음에 하는 일들이 여럿.

대형마트에도 갔다. 세상에! 한 층에 손님이 다섯이 안 되다니,

평일 낮, 그것도 비가 오는 날임을 감안해도, 그 정도라니.

마스크도 그랬지만 텅 빈 객장이 현재의 상황을 실감케 했다.

혼자 걱정이 많았다, 저 커다란 건물 유지비는 어쩌나, 저 사람들 임금은 어쩌나.

재래시장 이불가게도 들릴 일이 있었다.

3시였다.

오늘 첫 손님입니다.”

그랬다. 상황이 이만큼 와 있었던 거다.

옆의 신발가게도 들렀다.

겨울 들머리에 사갔던 장화였긴 하나 안감이 너무 오래돼 삭아 축축 찢었진.

다행히 제조업자한테 보내 바꿔주겠다고 했다.

내 가게니 열고는 있지만 사람씨가 말랐단다.

공무원 같은 직업이 아니라면 생계에 당장 위협을 받고 있었다.

언론의 호들갑에 사람들이 너무 수선스런 거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캄캄하고 깊은 수렁에 빠진 느낌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나서기 전에는 엊그제 주말 어른의 학교에서 산에 갔던 가방을 훌렁훌렁 빨았다.

비가 오긴 하나 그렇다고 물에 계속 담가둘 일도 아니어.

책상 앞에서는 165계자 샘들 갈무리글도 이제야 정리하여

누리집 계절자유학교꼭지에 올렸다.

샘들 평가글들은 계자가 끝난 뒤 2주 이내 메일 혹은 물꼬 누리집에 비밀글로 보내는데,

그러니까 비공개글이고 물꼬 내부 피드백인 셈.

맨 먼저 도착했던 희중샘의 글을 읽으며 두루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공개해도 좋은가 동의를 구했다.

좋은 글이었기 때문이다.

감동이 있었고, 잘 읽혔다.

솔직했고, 쉬웠고,

그러나 꼭꼭 연필로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쓴 듯한 가볍지 않은 글이었다.

마음을 잘 따라가며 살피고 있었다.

글 한 줄을 어려워하던 그가 물꼬에서 보내는 세월만큼 글이 익어갔다고나 할까.

이어 닿은 해찬샘 글도 감응이 일었고, 한미샘 글도,

현진 형님 글도 그러하였다.

이어진 샘들 글 역시 165 계자를 함께 뜨겁게 보낸 사람들의 글이 맞았다.

하여 샘들 모두에게 공개에 대한 동의를 구했던.

새끼일꾼들 글은 현진 형님의 글을 대표로 실었다.

우리 생에 사랑하는 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기쁨을 그 무엇에 비길까.

고마운 동지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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