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3.불날. 맑음

조회 수 513 추천 수 0 2020.04.07 07:49:20


 

보육원에 있었던 친구가 안부를 물어왔다.

물꼬는 서울과 광주, 서산의 보육원 셋과 인연이 오래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었고, 혼인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

그는 때때마다도 인사를 넣고, 세상이 시끄러워도 넣고,

자신에게 생긴 변화에도 전화를 넣는다.

그가 사는 세상 안에 내가 있구나 싶으며 찡했다.

고맙다. 잘 살아야겠다.

 

햇발동 부엌 창 앞의 개나리 가지를 잘랐다.

새로 난 가지가 늘어져 정리를 하고픈 걸 내내 참았다,

봄이 시작되면 그 가지 잘라 꺾꽂이를 하리라 하고.

삽주할 땐 생기왕성한 새로 난 가지가 아무렴 낫다 하니까.

달골 햇발동 옆 언덕배기 무덤가 앞 밭을 쪼았다.

돌 참 많기도 하지. 돌에 흙이 묻혀있는 꼴새다.

거기 묘목 밭이 될 것이다.

달골 햇발동의 주목 세 그루, 삐져나온 가지들을 잘랐다.

이것도 꺾꽂이를 해보련다.

6월에 가능하다지만 삽주는 가문 때가 아니면 대개 가능하다는 경험으로.

아침뜨락 옴자의 회양목에서 따두었던 씨앗도 여기 심어 키워보려 한다.

 

아침뜨락 지느러미 곁 언덕에 소나무며 자두며 배며 몇 그루의 나무가 있다.

소나무 두 그루 전정을 했다.

잘라 놓으니, 우와, 우연히 날아와 엉거주춤 자란 자세이던 나무가

마치 일부러 심고 가꾸고 팔린, 웬 잘 생긴 정원의 소나무 같았더라니.

조경 일을 하시는 준한샘이 가르쳐주었던 대로.

전정을 해본 적 없던 소나무였다.

밑으로 처진 가지가 없게, 위로 솟은 가지, 교차된 가지가 없게!

겨드랑이 가지도 잘라내고, 많은 곳은 솎아내고,

그렇게 필요 없는 걸 자르고 난 뒤

줄기도 하나의 나무로 보고 자르라 했더랬다.

똑 같은 모양으로 축소할 수 있으면 좋다고.

반대로 더 자람을 원할 땐 원래 모양을 유지하는.

더 이상 키우지 않고 싶은 지점에는 생장점 가운데 순을 제거한다.

솔방울 떼는 법도 배웠더랬네. 돌려서 따더라고.

솔방울을 뗀다. 지저분하게 보여서, 예쁘기도 하지만 전정 때는 깔꿈하게.

그런데, 나무도 얼굴이 있다.

이네는 아래가 아니라 저 산 쪽으로 얼굴을 들고 있네...

 

햇발동 앞 마른 백일홍 줄기들도 걷다.

겨울 들머리 자르자싶었지만 혹 씨앗이 떨어져 새로 날 수도 있겠거니 하고

이적지 두었더랬다.

뽑아내고 씨앗을 뭉개 뿌려보았다.

나머지 씨앗은 도라지밭의 절반 땅인 들꽃 밭에 뿌렸다.

햇발동 남쪽, 그러니까 측면 언덕 마른풀들도 걷어내다.

가끔 습이네들을 데리고 아침 산책에서 아침뜨락 지느러미 끝 바위 축대 사이를

바위 하나씩 끼고 빙 돌아가며 마른풀들 걷어내왔는데,

오늘은 일삼고 하다.

 

오랜만에 어둡도록 일했다.

식구들이 다들 좋아하는, 밀가루 반죽하여 수제비를 끓여내다.

마침 지난 흙날 대게를 먹고 남긴 게 다리들 있어 국물로 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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