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땅이 축축했다.

가랑비 내렸는가 싶더니 말짱해져서 들일을 시작하다.

어느새 마른 눈발도 날리다.

기온은 낮고 몹시 추웠다.

바람은 거칠어 몸이 다 휘청거렸다.

사이집 돌담 앞 박아놓은 말뚝에

오늘은 안내판을 걸 생각이었는데 접다.

 

달골은 너르고, 겨울이 다녀간 마른풀도 그만큼 많다.

아침뜨락 지느러미 들머리의 바위 축대 사이 마른풀 걷는 일도 계속된다.

지느러미를 따라 언덕 쪽으로 배수로도 더 파다.

어제 패 놓은 묘목밭에는 검은 비닐을 깔고

개나리와 배롱나무와 주목 가지들을 심었다.

회양목 씨앗도 넣었다.

어제 소나무 전지를 하고 가지를 옮기며 바지에 송진이 잔뜩 묻었다.

일복이라지만 찐득거리니 불편한.

묵은 물파스를 가지고 점점이 묻히고 마른 천으로 닦아냈다.

얼추 수습이 되었더라.

 

지역의 한 도서관과 협의하던 강의를 오늘 조율.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번 학기는 어려울 일이었다.

가을학기에 글쓰기와 책읽기, 그리고 시읽기를 8회 혹은 12회로,

자녀교육특강은 1회나 2회로 잡아보기로.

아, 유치원아들의 감각교육도.

관내 국군행정학교로 들어오고 수년,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영유아 프로그램에 대한 바람이 는 모양.

계획서를 정리해서 천천히 메일 넣기로.

, 이번 학기 지원수업하는 초등 행정실에

임금 수령할 물꼬 운영비 통장사본을 보내느라 통화중이었는데,

9일에 출근하십사 하는.

교사들은 먼저 출근이 되려는가.

언제 상황이 또 바뀔지 몰라 그야말로 대기상태다.

우리 아이들은 어쩌고 있으려나...

 

오늘 칼럼 하나를 읽으며 무려 열 차례는 멈춰서 다른 일을 했나 보다.

그게 나로군...

생각을 많이 일으키는 좋은 글이어서도 그랬겠지만

성질 급한 거다. 성말랐다 해야 하나.

이 멧골의 삶이 생각났을 때 지금 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는 말과 똑같다고 할 만치

닥치는 일이 많고 사람 손이 많이 모자라

넘치고 짐을 안고 비틀거리는 것 같아서도 더딘 읽기였겠지만

역시 집중력도 모자라고 산만하고 끈기 없고 뭐 그런.

요새 내 책읽기의 한 장면이기도 한.

어느새 나 역시 손전화를 자주 들여다보고 있는.

그러고는 다른 화면을 넘기고 읽고, 거기서 또 다른 화면으로 가고.

요새 젊은 것들, 혹은 어린 것들이 도대체 가만 앉았는 줄을 모른다는 그 말이

나를 지칭하는 말이 되어버린.

코로나19 상황 아래서 실시간 들어오는 소식에 귀 기울이게 되는 문제도 없지 않겠고.

그런데 잠깐! 사실 이 멧골은 그 상황으로부터 아주 먼,

실감이 어려운 지역인 걸.

삶에 끊임없이 끼어드는 바깥에 따라 마음이 들썩이지 않겠다고 SNS도 않는 삶이었거늘.

아차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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