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해날 맑음
간밤에 개관잔치를 끝내고
그렇게 곤죽이 되어서도 밥알들은 아침부터 포도를 땄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정말!
물꼬가 상설학교로 출발하고 네 학기째를 맞습니다.
이젠 그냥 좋기만 한, 혹은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혹은 학교를 들어올 때 마음 같은 것들이 엷어질 법도 한 시기지요.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 사람의 성향을 결국 드러나게 합니다,
계급의 문제이든, 가치관의 문제이든.
지난 두 달 보름여동안 물꼬에서는
밥알들과 공동체 식구들이 그런 걸 보는 시간이었더랍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아서
밥알들도 공동체식구들도 뭔가 좀 서먹해하고 있던 참이지요.
애들요?
그들은 우리랑 다른 세상(?)을 사는 존재들이지요,
너무나 담백하고 경이로운.
문제야 어디 아이들과 일어나나요, 어른들이지.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가,
연대나 지지가 어떤 바탕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더 정확하게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 밥알과 물꼬가 처음처럼 그것을 묻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지난하고 지독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