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29.해날. 맑음

조회 수 634 추천 수 0 2020.05.06 08:17:36


 

새벽에는 영하로 떨어진 기온이었지만 해가 나자 겨울외투를 벗을 수 있었다.

늦은 오후 구름이 해를 가렸고 바람도 일었으나 잠깐이었다.

 

생일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튀김요리가 하나 있었는데, 두 차례 튀겨도 눅진했다.

야채튀김 같은 경우 다시 튀기면 바싹해지는데,

이건 그렇게 되지 않기에 발연점이 낮은 온도인가 했다.

그런데 재료를 제대로 싸지 않은 문제였던.

오랫동안 콩기름을 부엌에서 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십년 전까지 샐러드를 제외한 식용유로 현미유(미강유)를 쓰고 있었다.

콩기름이 좋지 않다는 통념이 있었고,

임락경 선생 강의를 들으면서 강화된 측면이 있었다,

만병의 근원 하나로 콩기름을 내세웠던.

한 식용유 업체가 광고하던,

콩기름 한 병 900ml를 추출하기 위해서 4.64kg의 콩이 필요하다던

카피의 허위를 알았기 때문이기도.

그 만큼의 콩을 압착추출하니 기름이 25ml 나오더라는 기사를 보았지.

그것은 두부 48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의 콩이었다.

그러니까 '지용성 용매제' 헥산을 이용해 녹이는 방식으로 콩기름을 얻어왔던 것.

헥산은 석유의 추출물로 잉크, 탈취제, 강력접착제 등의 원료로 쓰인다고.

시중에 판매되는 식용유 헥산 잔류량은

최고 1.2ppm으로 안전(기준치 5ppm이하)치라 하긴 하는데.

참깨나 올리브들은 압착 방식만으로 충분한 기름추출이 가능하다고.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만이 내는 특유의 튀김요리 맛이 있다지만

사실 그것이 값쌌기 때문에 애용하기도 했을 테다.

물꼬에서는 마법의 흰색가루라고 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서부터

음식재료들에 대해 더 민감해졌다.

어떻게 고춧가루가 5% 밖에 들어가지 않은 고추장이

시뻘건 맛난 고추장이 되는가,

그 놀라운 비밀을 알았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 바 있어 헥산이용 방식의 콩기름을 더 멀리 했을 것.

이후 다양해진 식용유들이 나오기도 했고.

그런데 현미유 국내생산기반이라고는 유일하게 한 곳,

거의 없는 속에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말.

결국 사용량이 절대적으로 많을 때 그것을 부엌에 쉽게 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무너지면 두 번은 쉬운 게 밥상이라고 다르지 않다.

선물로 들어오는 식용유들이 쌓이면서

좋지 않아 나 안 먹는 것을 남 주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렇게 먹기 시작하면서 느슨해진 바 있었다.

그래도 가끔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기름을 끓일 일을 적게, 가능하면 물에 튀겨내는 방식을 쓰기도 하고,

그러다 또 느슨해져서 아무렴 어떠냐 하며 튀김요리를 하고.

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엄격한 요리과정이 습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오후, 기락샘 준한샘과 아침뜨락에 같이 들었다.

대나무 명상처에 대나무 세우기.

쇠파이프로 뼈대는 해두었고,

오늘은 대나무 톱질해서 바짝바짝 세워나가고,

그것들을 플라스틱타이로 묶고.

어려운 일은 아니고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되는.

해가 금세 졌다. 아직 일은 남았고.

 

제습이 목이 부었다, 턱 아래.

지켜보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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