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31.불날. 맑음

조회 수 497 추천 수 0 2020.05.06 08:18:53


 

여름 같아, 라고들 한 마디씩 뱉는 한낮이었다.

제습이를 데리고 사이집 마당 풀을 매고,

아침뜨락의 옴자 눈썹 쪽의 원추리 사이 풀도 맸다.

이웃이 건너왔길래 늦은 낮밥으로 국수를 말아냈다.

 

살짝 흐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하는 오후였다.

달골이 학교보다 추워요...”

학교아저씨가 말했다.

학교 꽃밭은 수선화가 시들어 말랐다.

아침뜨락 옴자에선 한창 벙그는 중.

햇발동 구석은 겨우 촉을 내밀고 있고.

 

숨꼬방 앞에서 대나무 잘라 달골로 더 옮겨

대나무 명상처 작업 이어가기.

곧은 것만 고르다 보니 앞서 잘랐던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촘촘하게 붙였지만 대나무들 사이에 틈이 있다.

굳이 막을 쳐서 시선을 완전히 차단할 건 아닌.

안에서 답답하지 않아서도 좋고,

오히려 안에 누군가 있다는 움직임이

외려 궁금해서 안을 기웃거리는 일을 만들지 않을 수도 있을.

설핏 집안이 보일락말락하는 한옥 담장 같은 설렘이 있는.

 

아침뜨락에 꽃을 심다.

백리향 스무 포기는 옴자 위이자 오메가 아래,

옴자의 일부 회양목 안으로 있는 한가운데 바위 앞에는 세이지 열 포기.

아고라와 밥못 옆 수로도 또 다듬지.

산짐승들 다니며 어느새 어그러져놓은 작은 돌무데기들 다시 모아놓고.

 

이번에 새 책을 내는 출판사로부터 메일이 들어오다.

코로나19, 이 사태가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으니

이제는 책을 내자는.

다음 주에 마감고를 보내고,

금주에 표지 의견을 부탁하겠다 했다.

‘(...) 장기전이 될 상황이고,

따뜻한 봄이 왔고,

마음이 허허로운 이들에게 선생님의 글이 더 필요해진 요즘입니다.’

준비를 다 해놓고 출간에 때를 보자던 시간도 훌쩍 지나 오늘에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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