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8.물날. 맑음

조회 수 427 추천 수 0 2020.06.15 22:33:57


 

바람이 많이 불고. 저녁까지 그 바람 계속 된.

물꼬에서는 보일러실 지붕의 낙엽을 긁어내렸다지.


이른 아침 사택의 책상 앞에서 하루를 열었다.

아침밥을 챙기고, 도시락을 싸다.

이 하루는, 이 달은, 이 학기는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 걸까?

0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직 아이들이 등장하지 않는 분교 첫 출근.

지난 이틀은 본교에서 보냈더랬다.

분교의 우리 학급을 쓸 긴급돌봄 아이들이 올 때까지 책상에 앉다.

09:00 긴급돌봄을 신청한 두 아이가 오고,

나는 교실을 비워주고 원래의 돌봄교실로 이동해서 전을 펴다.

제도학교 인터넷 시스템 안에서 필요한 일들이 아직 원활하게 접근케 되진 않으나

회의했던 것들이며 학급의 누적 기록물들을 들춰보다.

특수학급은 원적학급이 있다.

특정 과목만 우리 학급에서 공부한다.

한 원적학급 샘이 아이들 집을 확인해두라며 동행하자셨는데,

본교 행정실 구성원들 올 거라 다른 날에.

사택 사용하는 문제도 정리를 해야 하고.

교장선생님이 본교에 붙은 사택을 내주신다하여 이번 먼 걸음을 받아들였던.

분교는 이번 학기에 할 석면제거공사 건으로 부산한 움직임들이다.

 

교사 책상의 컴퓨터 스피커가 망가졌네,

TV는 학생 컴퓨터와 연결돼 있네,

기본교육과정 교과서가 다 없네,

교실 공간에 있는 것들에 익숙해지기.

1학년 교실에 있는 피아노 세 대가 사용 가능한지,

아니면 이참에 버릴지 결정하다.

내가 잘 모르거나 더딘 일들은 또 다른 샘들이 곁에서 챙겨주고.

달마다 해오던 교실 안전점검 같은 거는 다른 샘이 확인해 주고.

2020 특수교육지원센터 계획, IEP 운영 가이드북, 충청북도교육과정 총론들을 점검하다.

부지런히 이 제도 익히기.

그래서 내가 몰라서, 놓쳐서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을 놓치지 않도록!

내가 움직이는 만큼 아이들에게 가는 혜택이 확보되겠다 싶은

가슴 묵직하게 올라오는 감정이라!

 

414일 총선에 이 지역에선 우리 학급이 투표소로 쓰이는데,

긴급돌봄 식구들이 이번 참에 원래의 돌봄교실로 돌아가 옆의 방송실을 더해 같이 쓰기로.

2m 간격을 유지하기에 원 돌봄교실이 좁아서 우리 학급을 쓰고 있었던.

16:00 드디어 돌봄교실에 임시로 쓰던 책상을 정리하고 우리 교실인 특수학급으로 입주!

 

학교(제도학교)는 물자가 넘친다. 때로 지나치게.

물꼬랑은 다른 다 있음.

물꼬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여기는 정말 다 있는.

그 풍요가 장점이기만 할까?

때로 모자란 어떤 것들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도 하던데.

물꼬는 좀 많이 없기는 하지만.

제도학교에는 교구들도 많다.

그런데 그것이 공부를 더 풍성하게 돕는 게 맞을까?

때로 교구들이 닫힌 질문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그래서 숲이, 모래가, 자연이 교구로서 더 좋은.

물꼬의 지향점이기도 한.

무얼 할까 생각하고 여러 실험을 하는,

정해진 경로가 아니라 갖가지 가능성을 여는 교구 말이다.


8월 말까지의 제도학교 지원수업은

제도학교와 비제도학교의 좋은 접점을 새삼 찾아보는 귀한 시간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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