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제거공사를 앞두고 1차로 폐기물처리 중인 분교.
수년의 학교 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유효기간이 지난 교과서들도 이참에 꺼내고,
학생이 줄어들면서 역시 주인을 잃고 헤매이던 물건들도 나오고,
있는 줄 몰라 쓰여 지지 못했을 것들도 가끔 나오고.
혹 아이들을 풍요롭게 하자던 것이
그만 지나치게 넉넉해서 버려지는 것은 없는가?
우리는 알뜰하게 학교 살림을 살아냈는가?
더미에서 쓸 만한 물건들을 줍기도 했다.
꼭 포장지가 뜯기지 않은 채 나온 것들 아니어도
연필이며 색연필이며 크레파스며 노트며.
부려놓으면 혼자 살림도 한 살림,
한 학교가 긴 세월 쓴 살림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게다 쓸 수 있는 것과 버릴 것을 가리는 데도 적지 않은 품이 드는 일이라
폐기물을 실어내는 트럭 인부들 재촉에 우리들의 마음은 더 바빴는데...
쓰레기봉투로 직행한 것들 가운데도 쓸모가 있는 것이 없잖으나
내게 당장 쓰임이 아닌 바에야 그 모두를 움켜잡을 것도 아니라.
내 손이 닿는 것에서 온전하게 잘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아껴 쓰기.
버릴 줄도 알아야지,
하지만 무어나 귀한 물꼬 살림을 살다 나오니
혼자 애가 탔었네.
버리는 것도 일일 것을,
저것들이 환경에 또 얼마나 유해할 것인가 싶어.
언제나 다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라.
그러다가도 제 눈에 드는 것이 있지,
누구에게는 버릴 것이 자신에게는 귀한 그런 것.
아이들이 이미 그린 유화용 캔버스 1호짜리들이 보여 한쪽으로 쟁여두었다.
덧칠해서 쓸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학용품 몇 가지도 바구니에 챙기다.
땀을 빼고 먼지투성이로들 분교 식구들이 다 같이 낮밥을 먹었다.
같이 한 노동 위에 오는 연대감이라.
선관위에서 특수학급에 투표함을 설치해서 선거체제를 구성하는 것을 뒤로 하고
낮 3시엔 6학년 특수아동 집을 방문했다.
통합학급 담임과 함께 온라인 학습기기 전달.
주 3회 방문수업을 하기로 한다; 달,물,쇠날 14:00~16:00.
하루 두 시간, 내리 하는 수업이면 30분 단축으로 4차시가 가능한.
학교를 나와서 가정에서 하는 수업이라
물꼬에서 하던 방식들을 잘 옮겨올 수도 있을.
설렌다.
“학교로 오는 것도 아니고 가셔야 하는데, 하루만 가셔도 되는데...”
다른 샘의 조언도 있었지만
아직 수업이며 업무가 과다한 것도 아니니 할 만할 때 하기.
아이가 못 오면 교사가 가야지!
코로나19 상황 아래 놓인 만큼 전후 절차도 잘 챙겨야 할 테지,
가기 전 교과서 소독, 가서 발열 체크, 수업 중 마스크 착용, 돌아와 다시 교재 소독.
분교에서 폐기처분 되나 아직 사용은 가능한 두어 가지 큰 물건이 있었다.
물꼬는 제도학교의 그런 물건들 여럿을 수년 써왔더랬다.
예전에도 여러 번 몇 학교에서 학년이 바뀌면서 나온 학용품들이 물꼬로 보내지고는 했더랬다.
나온 물건 들 가운데 한때 유행처럼 쓰이다 이제는 사용법조차 잊힌 교구들도 몇 보였다.
수업 방식이 퍽 고전적이라 할 물꼬에서 잘 쓰일 수 있는 것들.
“이것도 거의 새 건데...”
곁에서 다른 샘들이 챙기십사 권하는 것들도 있었으나
아무리 말짱하다한들 내 쓸 게 아닌 건 결국 물꼬에서도 짐이라.
마침 하얀샘이 트럭을 쓸 수 있다 하여 저녁답에 물꼬로 보내었더라.
혹 나는 오늘 쓸모보다 물욕으로 챙긴 물건은 없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