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에 들어가요?”

제습이와 가습이가 아직 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비도 이리 내리는데 젖고 있단 말인가.

가마솥방 창 너머로 목을 길게 빼고 내다본다.

“(쟤네들) 들어가요!”
습이들이, 달골 사이집 앞 노란 연립주택에 살았던 그들이

이제 아래 학교의 호텔 캘리포니아여염집이 제 집인 줄 알게 되었나보다.

 

리드줄 하나를 챙긴다.

습이들이 크고 산책에서 쓰던 줄이 가늘었는데,

습이들 데려왔던 댁에서 더 굵은 걸로 장만해주었더랬다.

그 가운데 하나를 분교 특수학급 한 아이를 위해 챙긴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쭈꾸라는 그의 강아지를 마을 산책 때 데려다녀도 좋으리.

내일 그 댁에 앉은뱅이 상을 가져다 줄 생각에 설렌다.

달랑 하나 있던 상을 온라인고등학생 형이 쓰니

아이와 나는 맨바닥에 앉아야 했던.

마침 분교 석면제거 공사로 묵혔던 짐들이 나오면서 멀쩡한 물건들이 있었던.

상 하나를 챙겨 잘 닦아 뒤란 처마에 내다두었더랬다.

 

2시 초벌, 9시 재벌,

두 시간 동안 바니쉬를 칠했다.

사이집 안 싱크대와 식탁과 세면대 상판 타일.

줄눈이에 갈라진 틈 있어 어제 보수 작업을 했고,

오늘 닦아내고, 줄눈 부분을 사포로 정리도 좀.

그리고 칠.

 

4월 빈들을 기다렸던 이들이 어제 올린 공지에 바로 신청.

코로나19는 우리 모임의 규모를 줄일 것이다.

신청자가 많다 하여도 몇으로 선을 그어야 할.

코로나는 당분간 우리 삶의 형태를 그리 만들 것.

언제까지? 어쩌면 아주 길지도.

하지만 일류는 거기 맞는 삶을 만들어낼 테고.

우리가 살아왔던 대로.

그런 의미에서(언제나 당면했고 나아왔던) 이 사태도 그저 우리에게 닥친 어떤 한 일에 불과할.

 

신청자 하나가... 세상에, 오래 전 물꼬 계자의 아이다.

초등학생으로 보았던 그 아이도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갔다.

똘망똘망했던, 말이 되던 어린 여자 아이를 뚜렷이 기억한다.

이름자가 같은 이들이 더러 있으니 다른 아이일지도...

반갑고,

 잊히지 않아 고맙고,

 온다니 퍽 기쁨.

 

 영동역에서 길을 건너 편의점을 찾을 것. 그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음.

 다른 때라면 버스 정류장에서 물꼬로 오는 여럿을 만날 수 있겠지만,

 역시 때가 때라서 그대 혼자만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음.

 걱정 말고!

 

 당일 집에서 출발하면서 문자 한 통,

 영동역에서 11:10 버스 타고서 문자 한 통.

 그밖에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문자 남길 것.

 답문자 바로 안 갈 수 있음(전화를 거의 쓰지 않는 관계로다가).

 하지만 자정 전에는 문자가 닿을 것임.’

 

, 그이가 맞단다.

언니는 이제 대학교 1학년, 이이는 12학년.

여러 고충이 있었고

‘...행복했던 시절들을 생각하면 우울한 향수에 가끔 젖곤 해요.

그런데 요즘은 물꼬가 그렇게 생각나더라구요...

겨울에 포대로 썰매 타던 일, 김치로 요리하던 일,

마지막 날에 고구마 감자 쪄 먹고 얼굴에 숯 뭍히면서 깔깔거린 일,

첫 날 저녁에 하던 연극, 등등... 정말 재밌었어요.

황토방에서 제가 영어로 애들한테 해리포터도 읽어줬었는데 ㅎㅎ 너무 그립네요.’ 했다.

연극은 아마도 계자 마지막 전날에 했을 게다.

물꼬에서 쉬다 가고 싶다고,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아무 고민도 안 하고 푹 쉬다 가고 싶다고,

물꼬가 보고 싶다고 했다.

여기 있으니, 오래 있으니, 그렇게 문득 생각난 이들이 물꼬를 찾아들고는 한다.

여기 있겠다. 아직은. 어쩌면 아주 오래 오래.

오시라!

 

내일 관내 농협에 서류를 넣을 일이 있네.

직접 가서 개인정보이용 동의서에 사인도 해야 해서

이른 아침 들리기로.

그래도 분교 출근시간에 맞추기는 어려운.

연가에 지각이란 항목이 있는 것도 재밌었네.

아니, 지각이란 게 예정에 없이 늦게 되는 게 지각이지

무슨 예정된 지각?

그래서 항목이 있는 줄을 몰랐던.

학급 책상을 벗어나 원격으로 일이 되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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