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달날 맑음

조회 수 1270 추천 수 0 2005.09.27 19:36:00

9월 26일 달날 맑음

우리말글시간 아이들은,
모아놓은 또래의 일기들을 읽으며 자극을 좀 받았지요.
더 깊이 생각하며 사는 다른 아이들의 글이,
오래 전 것들이긴 하지만,
자기 삶에 대해 생각케 했겠지요.

손톱이랑 귀랑 돌보는 아침입니다.
저마다 글을 쓰고 앉았고,
하나씩 다녀갑니다.
이랑 하는 싸움도 계속되지요.
춘천에서 가져온, 참빗도 아닌 것이 무슨 철로 된 빗으로 아이들을 빗기는데
머리 한 차례 빗겨내리고 박박 털고, 또 한 차례 빗겨내리고 털고,...
손가락 지문 부분에 물집이 다 잡혔답니다.
채은이와 나현이 머리가 아직 문제네요.
하지만 날마다 아침 저녁 긁어내는 데야 어디 장사 있을 라구요.

배움방에도 컴퓨터가 놓였습니다,
인터넷이야 어림없지만.
아이들이 틈틈이 돌아가며 작업을 할 테지요, 과하지 않게.
곧 논두렁 한 분이 오셔서 엑셀 돌리는 거며 특강도 해주신다셨답니다.
컴퓨터에 큰 영상 모니터도 연결해두었습니다.
당장 이번 주 나무날 손말시간부터 쓰일 량이지요.

아이들은 배추밭 풀매고 벌레 잡다가
고구마순을 따서 돌아왔고,
그러는 사이 물꼬의 '귀퉁이미용실'도 차려져
긴 나현이의 머리가 제법 짧아졌고
젊은 할아버지도 깔끔해지셨답니다.

오늘은 저녁을 밖에서 먹었습니다,
숨꼬방 앞 새벽의 동그라미에서.
상 두 개 펴놓고 모여 앉았지요.
곁에 피워놓은 장작 불 위 엎어놓은 솥뚜껑에선
고기가 잘도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김치도 구워지다마다요.
남은 불의 덕목은 된장뚝배기를 끓이거나
아님 손을 데워주는 것 아니던가요.
애들 죄다 손을 펴들고 발갛게 달아오른 불을 향해 앉았댔습니다.
무슨 생각들을 하였을라나요...

당분간 열택샘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마 합니다.
얼마 전 아이들 몇 보내놓고
공동체 식구 누구랄 것 없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동안의 우리의 부덕
혹은 무엇이든
더 많이 퍼내주지 못했음을 통탄했겠지요,
난 자리는 늘 큰 법이므로.
열택샘도 애들이랑 더 많이 놀아 줘야겠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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