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 여는 날, 2020. 4.25.흙날. 맑음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0.08.04 11:31:46


 

이른 아침 메일 하나부터 챙기다.

이번에 내는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의 표지 마감고를 넘긴.

책 날개에 글이 너무 많다는 생각.

특히 옥영경 소개, 너무 장황한.

아마도 세 개의 버전을 보냈는데,

출판사에서 그걸 다 놓치고 싶지 않아 하나로 합쳐 그리 된 모양.

줄여 보내고.

사진도 안 쓰는 쪽으로 가자고 했다.

헤헤, 왠지 늘 날개에 저자 사진 있는 책은 촌스럽다는 느낌요...”

그리고 주말을 보내고 한 이틀 본문 마감고를 확인하고 보내겠다는 계획을 전하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진 주말,

곳곳에 차량이 늘었다고들 했다.

이 멧골은 코로나19가 먼 세상의 이야기이지만

아주 작은 규모로 빈들모임을 하기로,

어제부터 할 일정이었으나 이틀만 하기로.

 

오전 햇발동 창고동 청소.

들어와 있던 기락샘이 돕다.

창고동의 벌레들...

사람이 들지 않는 동안 그들의 세상.

우리가 이곳에 들 때 그들은 어디에서 거하는지.

, 욕실을 놓치기 쉽지.

햇발동 2층 화장실,

지난번에 일정을 끝내고 청소를 해두었는데

누군가 쓰고 제대로 수습을 하지 않았던가 보다.

전체 청소를 끝냈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꼭 둘러보기!

 

민교가 왔다.

중학생이 되는 것도 고등학생이 되는 것도 못 보았다.

메일이 왔을 때, 보빈이 동생 민교냐 물었다. 그랬다.

반가웠다. 작은, 똘망똥망하고 착한 아이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때 계자를 세 차례 왔고,

4학년 때이던가 뉴질랜드로 1년 유학을 가면서 끊어진 연락이었다.

어릴 때도 그렇더니 말이 되는 아이라 즐거웠다.

긴 시간 지나서도 만나 더욱 기뻤다.

물꼬는 아직 여기 있고, 아마도 더 오래 여기 있을 듯하다.

 

하다샘이 열이 나서 빠졌고,

희중샘은 민주지산을 올랐다 내려오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민교랑 마당에서 습이들과 노닐다 낮밥을 먹고

밥상을 물리고 두멧길을 걸었다.

봄꽃들이 반겼다.

계자에서 아이들과 밤마실 가는 지점 소나무 아래서 철퍼덕 앉아 수다를 떨다

대해골짝 끝 마을 돌고개 느티나무까지 찍고 돌아왔다.

오랜만의 맨발이었다. 봄이 왔다. 긴 겨울엔 양말에 들어가 있던 발이다.

 

늦은 오후 모두 달골 올랐다.

아침뜨락의 대나무기도처를 만드는 일에 손을 보태리라 했지만

도라지밭 풀이 더 급했다.

올라오는 도라지는 작고 여렸다.

그것을 겨우겨우 피하며 뿌리 깊은 쑥을 뽑고 또 뽑고.

학교아저씨와 희중샘과 민교와 나는 도라지 밭으로.

마침 들어온 준한샘은 기락샘과 대나무기도처에서 일하다.

 

“12첩 반상이야!”

모두 달골에서 부산한 동안 조금 서둘러 내려와 밥상을 차리다.

어린 아이들이 없으니 곡주도 곁들이다.

 

가마솥방에 이어 햇발동 거실.

가져 온 이야기를 푸는 실타래가 끝나고

사람이 적어도 ()단법석이라.

 

EBS 한국기행의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거기 나왔던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가,

그리고 물꼬는 어떠한가 물었다.

전국노래자랑이 2년 만에 다시 그 지역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한국기행 역시 그런 주기인 모양.

코로나19, 그리고 주중에는 제도학교에서 보내고 있어

주말학교로만 물꼬를 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야깃거리가 그리 있지는 않을세.

다음에, 그럴 날 있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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