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4월 빈들모임에 함께했던 이들 가운데

대표로(?) 두 사람이 남긴 갈무리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은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띄워주거나 컴퓨터가 저 알아 잡아준 맞춤법이거나.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를 단 것.

 

           --------------------------------------------------- 

 

11조민교:

12일 빈들모임을 마치며...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요즘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내 상황과 타인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바꿀 수 없는 것과 잘 지내기 위해 나를 바꿔야 한다. 모든 건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그래서 물꼬를 방문하기로 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으로. 오랜만에 열차 타고 창밖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걷는 것도 즐거웠다. 그렇게 물꼬에 왔다. 물꼬는 

변한 게 없었다. 내가 커가면서 많은 것이 변했는데 물꼬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았다. 뭔가 든든한 

기분이었다옥샘이 차려준 밥을 먹고, 도라지 밭을 매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에만 

있어서 진지한 대화상대가 엄마 밖에 없었는데 새로운 인연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좋았다

내 또래도 아니고 딱히 공통점도 없는데 단지 물꼬가 그리워서(?) 찾아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정이 가고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선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선한 자리. 마음이

평화로웠다. 잘 왔다.

이틀 동안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았다. 좋은 기운을 받고 간다.

 

윤희중: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쾌감.

하지만 과정이 힘들고 지치는 걸 알기에 선뜻 산행을 강행하진 않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씩 일을 하면서 같은 생활을 반복하며

무료하게 2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결심을 했습니다.

무료한 삶을 이젠 그만살고, 흥미 있는 삶을 살아가 보겠다고!

터무니없이 이 산, 저 산 다니는 것보다 투어 하듯

국내 100대 명산부터 찾아 모험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꼬 인근에 있는 민주지산도 포함 되어있어서

빈들 일정에 맞추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여름계자에 함께 하다보면 늘 다니던 산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녀 올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너무 힘겨운 산행이었습니다.

여름계자에서는 여럿이 함께 하는 산행이기에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며 재미있게 즐기며,

때로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도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힘듦보다는 서로 도와가며, 격려하면서 여럿이 함께 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산행은 혼자여서 외로웠고, 더군다나 길이 변형되어

더 힘든 등산길이었습니다. 무얼 먹어도 맛있는 물꼬에서 옥샘께서 해주신 국수를

한 그릇 하고, 달골에서 씻고, 내 집 같은 편안함으로 완전 꿀 잠 잤습니다.

물꼬는 사실 제가 싫어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밑이 훤히 보이는 화장실부터,

여름만 되면 벌이며 벌레들이 많고, 겨울에는 춥다고 한들 산골 추위는 무시무시한.

이외에도 어둠이 싫어서 산골처럼 암흑세계? 에서는 밖에 돌아다니는 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이 싫어했지만, 오랜 세월 물꼬를 다녀가며 제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벌레들은 싫지만..ㅎㅎ 이제는 내 집 같은 편안함으로 물꼬를 드나들게 되었지요.

그리고 (옥샘이)농담 삼아 자주 하시던 말씀 중에 사업이 망해서 갈 곳이 없으면 물꼬에 머물렀다 가도 좋다

이 세상이 무너져도 물꼬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방황하다, 삶에 지치고, 삶에 좌절해도 물꼬를 가면 회복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나에게 누가 뭐라 한들 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까요?

21살에 물꼬를 만난 건 행운이고. 물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저 또한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잘 살겠습니다.

(*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 없이는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아도 우리는 내일을 산다는 걸,

우리 모두 다만 지금 온 마음으로 만나고 있음을.”-옥영경)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260 2020. 5. 6.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268
5259 2020. 5. 5.불날. 비 옥영경 2020-08-07 261
5258 2020. 5. 4.달날. 아침, 느리게 걷히는 안개 옥영경 2020-08-06 265
5257 2020. 5. 3.해날. 주춤주춤 비 옥영경 2020-08-06 299
5256 2020. 5. 2.흙날. 흐리다 빗방울 셋 떨어지는 저녁답 옥영경 2020-08-06 310
5255 2020. 5. 1.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307
5254 2020. 4.3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280
5253 2020. 4.29.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312
5252 2020. 4.28.불날. 맑음 옥영경 2020-08-06 269
5251 2020. 4.27.달날. 잠깐 빗방울 몇 옥영경 2020-08-06 279
» 4월 빈들모임(2020. 4.25~26) 갈무리글 옥영경 2020-08-04 293
5249 빈들 닫는 날, 2020. 4.26.해날. 맑음 옥영경 2020-08-04 290
5248 빈들 여는 날, 2020. 4.25.흙날. 맑음 옥영경 2020-08-04 293
5247 2020. 4.24.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04 298
5246 2020. 4.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04 287
5245 2020. 4.22.물날. 가끔 해를 덮는 구름 옥영경 2020-08-04 295
5244 2020. 4.21.불날. 화창하지는 않은 옥영경 2020-07-07 565
5243 2020. 4.20.달날. 맑음 옥영경 2020-07-07 389
5242 2020. 4.19.해날. 비, 비, 비, 가끔 바람도 옥영경 2020-07-07 389
5241 2020. 4.18.흙날. 갬 옥영경 2020-07-07 43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