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27.달날. 잠깐 빗방울 몇

조회 수 279 추천 수 0 2020.08.06 04:44:50


 

분교로 출근하는 아침.

주중에는 본교 교장 사택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물꼬에서 물꼬 일정들을 돌리고 있는 1학기.

오늘은 한 주를 살 살림을 챙기느라, 거개 그렇기도 하지만, 짐이 많다.

물꼬 밥을 분교에서 나누기로 했다; 시래기국밥

시래기국과 망초나물과 머위나물과 무짠지와 부추김치,

감자샐러드와 삶은 달걀도 담겼다.

국자와 수저와 쟁반과 국그릇까지 10인분 챙겨.

가습아, 제습아, 네 밤 자고 보자~”

습이들 밥 주고 세차하고 대해리를 나서다.

이것들을 두고 가는 걸음이 참...

학교아저씨는 오늘 해우소 뒤란 연탄창고를 정리할 거라지.

 

낮밥, 물꼬 가마솥방에서처럼 분교 복도 창틀 아래 난간받침을 배식대 삼아

주욱 음식을 늘여놓았다.

밥은 병설유치원 교사가 해놓은.

분교는 돌봄교실 공간이 좋아, 바닥 난방이 되어 방 같은,

(주로 학교마다 특수학급이 그러한데 이곳 분교는 특수학급이 그렇지 못하지만)

거기 모여 분교 어른들이 밥 먹다.

이렇게 밥을 내자 너도 나도 뭔가를 한 번씩 차려보겠단다.

어디서나 이렇게 시작을 해놓으면 그런 기적이 일어나더라.

한 젊은 교사는 식사의 정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지.

밥은 중하지. 그것 먹고 우리가 생명을 이어가지 않는가.

밥 대접은 중하지. 정성스런 밥을 먹고 누가 삶을 아끼지 않겠는지.

그래서 물꼬 가마솥방엔 이렇게 써 있다; ‘밥은 하늘입니다!’

 

오후에는 우리 학급 한동이 방문수업.

2층 도서실에서 동화책을 고르고, 체온계를 챙기고, 마스크를 쓰고 나선다.

1교시, 마을 돌며 걷고 들꽃 보고.

그 마을은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데,

이제 호수도 진출한 우리.

2교시, 들고 온 들꽃으로 손풀기도 하고

온라인학습창에 들어가 무엇이 들어있나 들여다보고(나중에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3교시 국어와 4교시 수학.

두 시간이 어찌나 금세 흐르는지.

아주 오래 이렇게 지내도 좋을 것 같은.

물론 특수학급이라 아동이 몇 안 되니 가능할.

큰 학교 아이들은 어쩌고 있으려나...

 

오늘은 물날. 물꼬 인연들에게 열어놓은 저녁 시간.

한 샘이 제도학교가 있는 곳으로 건너왔다.

같이 강에 병풍처럼 바위 둘러친 부소담악에 들고

거기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정원에서 1시간 걷다가

저녁이 내리는 호수를 보고 앉았다 돌아오다.

소읍에 나가 밥을 먹고.

그도 다른 샘들처럼 사택에 필요한 물건 두어 개 챙겨서 들여 주고 갔네.

 

주중 제도학교 일은 제도학교에서, 물꼬 일은 주말 물꼬에서!

그러나 자주 서로에게 끼어들고 만다.

이번에 출간하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의 마감고를

주말에 다 보지 못하고 결국 들고 왔다.

밤 다시 들여다보고, 새벽 4시 깨서 다시 이어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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