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27.달날. 잠깐 빗방울 몇

조회 수 334 추천 수 0 2020.08.06 04:44:50


 

분교로 출근하는 아침.

주중에는 본교 교장 사택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물꼬에서 물꼬 일정들을 돌리고 있는 1학기.

오늘은 한 주를 살 살림을 챙기느라, 거개 그렇기도 하지만, 짐이 많다.

물꼬 밥을 분교에서 나누기로 했다; 시래기국밥

시래기국과 망초나물과 머위나물과 무짠지와 부추김치,

감자샐러드와 삶은 달걀도 담겼다.

국자와 수저와 쟁반과 국그릇까지 10인분 챙겨.

가습아, 제습아, 네 밤 자고 보자~”

습이들 밥 주고 세차하고 대해리를 나서다.

이것들을 두고 가는 걸음이 참...

학교아저씨는 오늘 해우소 뒤란 연탄창고를 정리할 거라지.

 

낮밥, 물꼬 가마솥방에서처럼 분교 복도 창틀 아래 난간받침을 배식대 삼아

주욱 음식을 늘여놓았다.

밥은 병설유치원 교사가 해놓은.

분교는 돌봄교실 공간이 좋아, 바닥 난방이 되어 방 같은,

(주로 학교마다 특수학급이 그러한데 이곳 분교는 특수학급이 그렇지 못하지만)

거기 모여 분교 어른들이 밥 먹다.

이렇게 밥을 내자 너도 나도 뭔가를 한 번씩 차려보겠단다.

어디서나 이렇게 시작을 해놓으면 그런 기적이 일어나더라.

한 젊은 교사는 식사의 정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지.

밥은 중하지. 그것 먹고 우리가 생명을 이어가지 않는가.

밥 대접은 중하지. 정성스런 밥을 먹고 누가 삶을 아끼지 않겠는지.

그래서 물꼬 가마솥방엔 이렇게 써 있다; ‘밥은 하늘입니다!’

 

오후에는 우리 학급 한동이 방문수업.

2층 도서실에서 동화책을 고르고, 체온계를 챙기고, 마스크를 쓰고 나선다.

1교시, 마을 돌며 걷고 들꽃 보고.

그 마을은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데,

이제 호수도 진출한 우리.

2교시, 들고 온 들꽃으로 손풀기도 하고

온라인학습창에 들어가 무엇이 들어있나 들여다보고(나중에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3교시 국어와 4교시 수학.

두 시간이 어찌나 금세 흐르는지.

아주 오래 이렇게 지내도 좋을 것 같은.

물론 특수학급이라 아동이 몇 안 되니 가능할.

큰 학교 아이들은 어쩌고 있으려나...

 

오늘은 물날. 물꼬 인연들에게 열어놓은 저녁 시간.

한 샘이 제도학교가 있는 곳으로 건너왔다.

같이 강에 병풍처럼 바위 둘러친 부소담악에 들고

거기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정원에서 1시간 걷다가

저녁이 내리는 호수를 보고 앉았다 돌아오다.

소읍에 나가 밥을 먹고.

그도 다른 샘들처럼 사택에 필요한 물건 두어 개 챙겨서 들여 주고 갔네.

 

주중 제도학교 일은 제도학교에서, 물꼬 일은 주말 물꼬에서!

그러나 자주 서로에게 끼어들고 만다.

이번에 출간하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의 마감고를

주말에 다 보지 못하고 결국 들고 왔다.

밤 다시 들여다보고, 새벽 4시 깨서 다시 이어가고 있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4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71
6513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069
6512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62
6511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2062
6510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62
6509 6월 7일주, 우리 아이들이 한 일 옥영경 2004-06-11 2059
6508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55
6507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54
6506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2049
6505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47
6504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2044
6503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2038
6502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2038
6501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2030
6500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2023
6499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2023
6498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2022
6497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2021
6496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2015
6495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20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