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묻어 있었다.

아주 가끔 비인가 고개 들게 하지만 똑 떨어지지는 않는.

 

나는 게으른 사람.

그런데 작은 정원(감당할 수 있는 만큼)을 가꾸니

그곳이 궁금해서 일어나고,

그곳을 걷게 되고,

그러다 앉아 풀을 뽑고 또 뽑고.

부지런해지는, 들어만 가면 몸이 절로 움직여지는.

정말 아침에 즐거움을 뜨는 곳(아침뜨)이라, 절로 명상정원이라.

어변성룡(魚變成龍), 물고기 변하여 용이 되는 것까지 아니어도 다른 존재가 되는 곳이라.

이른 아침부터 들어가 어제 심은 자작나무를 살피고,

새로 만든 뜰채로 연못의 부유물을 손이 닿는 만큼 또 쳐내고.

 

오전에는 사이집 욕실 세면대 위 꼬마 선반에 바니쉬를 세 차례 칠하고,

햇발동과 창고동에 바람을 들이다.

오후에는 학교 둘러보기.

물꼬 누리집에 이번에 내는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출간 일정도 알리고.

물꼬에 들어오는 주말마다 사람을 맞았는데,

여기저기 손을 좀 보라고 비는 주말이 되었네.

 

기락샘이 제습이와 가습이를 돌보다.

산책도 시키고 둘레도 청소하고 똥도 치우고.

대처 식구들을 위한 반찬을 챙겨 쌀 무렵

하얀샘이 철축 10그루와 치자나무 셋을 들고 오다.

철쭉은 사이집 돌담 앞 패인 곳을 메우고 거기 자리 잡아주고.

치자나무 둘은 분교 주무관님과 나누어야지 하며 차에 실어두다.

우리는 꽃나무를 돌보는 동료이기도. 사실 내가 뭘 그리 한다는 말은 아니고.

당신이 기르는 것들에 관심 기울이는.

치자 한 그루는 사이집 남쪽 마당 둥근 자리 가운데 심다.

 

저녁에는 내일 제도학교 분교에서의 밥상 공동체를 준비하다.

물꼬에서 출발하는 날은 준비가 수월하니

달날에 낮밥을 같이 먹자고들 했다.

지난 달날도 그 전 달날도.

물꼬에서 나누는 그 많은 밥, 거기까진들 나누지 못할 게 무엇이겠는지.

칼국수를 밀려고 하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5276 2020. 5.22.쇠날. 맑다가 빗방울 / 30여년 건너온 편지 옥영경 2020-08-12 280
5275 2020. 5.21.나무날. 맑음 / 자폐 스펙트럼 장애 옥영경 2020-08-10 315
5274 2020. 5.20.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10 282
5273 2020. 5.19.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0-08-10 281
5272 2020. 5.18.달날. 맑다가 비 옥영경 2020-08-10 277
5271 2020. 5.17.해날. 안개비 그치며 나온 해 옥영경 2020-08-10 322
5270 2020. 5.16.흙날. 갬 옥영경 2020-08-10 270
5269 2020. 5.15.쇠날. 흐리다 비 / 깜짝 출판기념 옥영경 2020-08-10 309
5268 2020. 5.14.나무날. 엷은 먹구름 너머 해 옥영경 2020-08-09 295
5267 2020. 5.13.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8 272
5266 2020. 5.12.불날. 바람 많고 맑은 옥영경 2020-08-08 271
5265 2020. 5.11.달날. 맑음 옥영경 2020-08-08 278
» 2020. 5.10.해날. 비가 묻어 있는 흐린 날 옥영경 2020-08-08 342
5263 2020. 5. 9.흙날. 종일 오락가락하며 추적이는 비 옥영경 2020-08-07 422
5262 2020. 5. 8.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324
5261 2020. 5.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270
5260 2020. 5. 6.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276
5259 2020. 5. 5.불날. 비 옥영경 2020-08-07 266
5258 2020. 5. 4.달날. 아침, 느리게 걷히는 안개 옥영경 2020-08-06 270
5257 2020. 5. 3.해날. 주춤주춤 비 옥영경 2020-08-06 30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