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11.달날. 맑음

조회 수 284 추천 수 0 2020.08.08 23:50:42


 

일찍 일어나 천천히 짐을 싼다.

도마까지 넣고 밀대도 챙긴.

쟁반이며 수저며는 지난주에도 잘 두고 썼고,

오늘은 커다란 국그릇도 싸 짊어지고 가지.

다시 대해리를 떠나 제도학교로 돌아가는 날.

차에 송홧가루 두텁게 앉은 것들이며

지난 쇠날 나무 실어와 내린 흔적이며들도 닦다.

 

분교.

교실부터 청소하고,

밀가루 반죽을 해두다.

교실 이사 준비도 해야 한다.

분교에 석면제거공사 일정이 잡혀있고,

작성했던 짐 목록에 따라 교실 물건들에 스티커 붙이기.

꺼냈다가 들일 때 헤매지 않도록.

온라인 연수를 마저 듣고, 시험을 치고, 연수 이수증을 제도학교에 제출하고.

아차! 이번 주 출장 기안을 다시 해야 하네.

방문수업을 가는 학급 아이네가 군과 시 경계에 있어

시로 넘어가는 그네의 집이지만 관내로 처리해야.

 

밥상을 차린다. 물꼬에서처럼 정성스럽고 곱게.

꽃을 따와서 수저집에 같이 꽂고.

해두었던 반죽을 꺼내 밀가루 펴서 칼국수를 밀지.

 

2시 방문수업.

방으로 들기 전 호숫가로 나가 물수제비를 떴는데,

, 얇은 돌을 찾다 찾다 항아리 깨진 걸 쥐었네.

오래된 것은 닳아서 괜찮았으나

날카로운 게 있었던.

그만 손가락을 벤 아이. 깜짝 놀랐다.

가까이 차가 있었고, 그 안에 밴드 있어 수습이 금세 된.

아이가 더 놀랬을까 잘 살피다.

다행히 상처는 작았다.

마지막은 동화책을 읽어주고, 오늘도 발성연습.

아이의 할머니가 나오는 나를 붙들고 청국장 두 덩이를 내미신다.

할머니, 이런 거 받으면 큰일나요!”

선생님은 빵도 사주시고 맛있는 것도 주시고...

안 받으면 선생님도 그런 거 가져오지 마세요.”

아무렴 오간 것들이 뇌물이겠는가.

, 아이랑 할머니는 숙제를 했단다; 할머니를 도와 설거지 두 차례 하기.

고맙다.

나랑 지내는 공안 아이의 일상훈련을 두루 도우려 한다.

 

분교 뒤란에 있는 주무관님의 텃밭에 여러 푸성귀 자라다.

거기서 상추도 뜯어 나눠먹었고,

오늘은 시금치를 얻었네.

내가 수업을 다녀오는 동안

교사들도 같이 손을 더해 집집이 들고 갈 수 있게 해놓았더라.

사택에서 혼자서도 시금치를 데치고 무치고 검박한 밥상을 차린.

 

제습이 가습이를 데려올 때부터 곁에서 키워

어느 때보다 개에 관심이 많은데,

대처 나가있는 식구들도 또한 그러해서

자주 관련 읽을거리들이 오고는 한다.

80대 할머니가 이웃집에서 키우던 대형견 두 마리에 물려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고

그것으로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 무성한 말들이 있었다.

맹견이라고 하지만 보호자를 지키려는 개들,

그래서 보호자한테는 정말 아기 같다지.

지금 시대에는 맹견이라고 하는 거지 예전에는 명견이었단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런 능력들이 필요 없어지니까 맹견이 된.

한 전문가는 대형견도 밖에서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했다.

그냥 항상 밥만 주고 놀아주고 딱 그때 그 순간만 아니까.

집안에서 살다가 같이 살다가 마당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이때가 훨씬 더 행복하니까.

개들은 야생동물이었다가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을 선택한 몇 안 되는 동물.

사람이 사는 곳에 웬만하면 다 있다, 이 지구에.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한 이상 안에서 키우는 게 낫다는 결론.

특히 맹견이라면 실내에서 지내며 이들과 내 톤을 항상 맞추면서 사는 게 필요하다고.

그러면 내 반려견이 어떤 상태인지 항상 인지하고 확인하고 체크할 수 있으니.

 

, 긴 상담 통화.

주중에는 제도학교 일에만 집중하자 하지만 사람의 일이 또...

다음 주 불날 연가를 쓰고 물꼬에서 하루 상담키로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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